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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폭력예방 교육 교관입니다
게시물ID : military_853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겔러거형제
추천 : 3
조회수 : 14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2/30 09: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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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호 연 중사 육군36사단 109연대 기동중대

유 호 연 중사 육군36사단 109연대 기동중대

 

육·해·공군이 모두 모인 이 자리에 육군에선 나를 포함한 6명의 교관이 참석했다. 계급도 부사관과 장교로 다양했지만, 주제는 더욱 다양했다. 성 인지력 및 성인지 감수성, 병영생활에서의 성폭력, 데이트 폭력 등 다양한 주제가 있었고, 나는 다른 교관들의 강의 자료를 볼 때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20대 용사들에게 정말 좋은 교육자료라고 생각했다. 이번 강의 시연을 통해 선배 교관들의 조언을 듣고, 나의 교육에 관한 피교육자의 소감과 이해도를 충분히 피드백 받을 수 있었던 정말 좋은 기회였다.

최근 사회적으로, 그리고 군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성폭력 관련 사고들을 살펴보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군인 내가 용사들에게 성폭력예방 교육을 한다면, 남녀의 생각 차이를 좁힐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성폭력 예방교육 병 전담교관’을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단체생활 속 명령과 군기가 명확히 이행돼야 하는 군대에서 성폭력 범죄는 전우애를 무너뜨리고 나아가 조직의 결속을 해친다. 그래서 성폭력 전담교관 임무를 수행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마치 전투에 나가는 분대장처럼 비장하고 책임감이 느껴졌다. 

교육을 진행하면서 병영생활 간 일어나는 성 관련 사고 사례와 동영상 자료를 활용해 문제점을 식별하고 토의하며 용사들이 자연스럽게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의 효과를 느끼곤 한다. 교육이 끝나고 나서 “성폭력 피해자는 물리적 약자인 여성뿐만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용사의 말에 제일 큰 보람을 느꼈다.

임무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인데, 교육을 진행하면서 ‘내 행동을 여자친구가 어떻게 생각할까?’에 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래서 이번 경연에서 나는 ‘데이트 폭력’을 주제로 다뤘다. 단순히 ‘데이트 폭력’이 사랑이라는 가면 아래 발생하는 연인 간 폭력사건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서로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성 인지력 저하’에서 발생하는 사건임을 설명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성 인지력 향상이라고 판단했다.

새로운 주제로 강의 시연을 마치고, 부대 내에서 용사들에게 교육을 진행해보니 “새로운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이성 친구가 생긴다면 서로 신뢰하고 존중해 예쁜 사랑을 하겠다” “주변에서 이런 데이트 폭력이 일어난다면 교육내용을 토대로 전문기관의 도움을 청하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용사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니 더욱 좋은 자료로 눈높이 교육을 하고 싶어졌다.

“안녕하십니까! 성폭력예방 교육 교관 유호연 중사입니다!”라고 힘차게 인사하며 용사들 앞에 섰을 때, 호기심 어렸던 그들의 눈빛이 “이상으로 모든 교육을 마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따뜻한 공감의 눈빛으로 바뀌는 그 순간, 나는 이 임무를 수행하는 보람을 느낀다. ‘남성과 여성’ ‘상급자와 하급자’의 입장 차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분위기를 정착시키는 그 날까지! 나는 나만의 장점을 살려 교관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나의 이런 작은 사명감과 노력이 군대를 ‘성폭력 사건·사고 청정지역’으로 만드는 초석이 되리라 확신한다.
출처 http://kookbang.dema.mil.kr/kookbangWeb/view.do?ntt_writ_date=20171212&parent_no=3&bbs_id=BBSMSTR_0000000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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