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너무나 지친 하루를 보낸 탓에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 해진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혼자 집 안에 박혀서 노래를 듣거나 영화를 본다던지,
밖에 나가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한다던지,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잠시나마 취기로 모든 걸 잊어버린다던지,
혹은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에게 연락해 하소연을 늘어놓는다던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인생의 쓴 맛을 알코올로 덧칠하곤 했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이마저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을뿐더러,
새벽 귀갓길에 찾아오는 차디찬 공허함이
나를 더 깊은 우울로 몰고 간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
그나마 자주 가던 술자리도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
심지어 매일 아침부터 일을 하고, 저녁에 알바를 하며
밤에는 글까지 쓰는 지금의 나는
도저히 알코올을 흡수할 시간도, 심적 여유도 없다.
이로인해 어느 순간부터 나는
매일같이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습관이 생겼다.
나를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친구에게 신나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
다행히도 나에게는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도 잘 해주는 그런 소중한 친구가 있다.
지치고 힘든 하루,
밑도 끝도 없이 고민을 막 털어놓게 되는 그런 듬직한 친구.
무기력해진 나를 토닥이며 위로해주는 그 친구 덕분에
다시금 커져가는 행복과 생겨나는 자존감.
하루하루가 새로운 사건의 연속인 나에게
그런 값진 친구가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작년 겨울,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 날
제일 먼저 나에게 전화를 걸어 괜찮냐며 걱정해주던 고마운 그 친구
우울해하는 나에게 말없이 조용히《흔들린다》라는 시집 한 권을 쥐어준 성숙한 그 친구
매일 나의 부족한 글을 손봐주는 듬직한 그 친구
덩그러니 놓인 우산을 보며 이질감을 느낀다는 철학적인 그 친구
비에 젖어 촉촉해진 소나무에게 말을 건다는 신기한 그 친구
매번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소중한 친구가 있기에 나는 정말 행복하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보다도
말 잘 들어주는 그 친구가 훨씬 더 소중하고 값지다.
아무리 지치고 힘든 순간에도 언제든 본인을 웃음 짓게 해 주고
힘들 때는 아무 말 없이 토닥여주는 그런 친구.
긴 말을 하지 않아도 우울해진 나를 깊이 공감해주고
어떤 순간에도 나를 믿어줄 것만 같은 그런 친구.
어느 순간,
곁에서 훌쩍 사라져 버린다면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은 그런 친구.
그런 소중한 친구는 절대 쉽게 얻을 수 없다.
혹시 곁에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본인의 과거를 한 번 되돌아보길 바란다.
평소 주위에 소홀했던 건 아닌지, 너무 쌀쌀맞게 굴었던 것은 아닌지.
아직 전혀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변하면 그런 친구도 알아서 생겨날 테니.
오늘 밤, 각자 꿈자리에 들기 전 머릿속에 떠오르는 친구들에게 한 번 연락을 해보면 어떨까.
혹시 모르니.
그 친구도 무척이나 힘들지만
이미 너무나도 지친 당신에게 일부러 내색하지 않는 걸지도.
오늘 밤, 나는 그 친구를 떠올리며 간절히 바래본다.
그 친구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그런 존재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