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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너도 느리게 살아봐
게시물ID : lovestory_852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23 17:41:2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new
BGM 출처 : https://youtu.be/yz8YlDUZAyg




1.jpg

신동엽너에게

 

 

 

나 돌아가는 날

너는 와서 살아라

 

두고 가지 못할

차마 소중한 사람

 

나 돌아가는 날

너는 와서 살아라

 

묵은 눈 터

새순 돋듯

 

하고많은 자연 중

너는 이 근처와 살아라







2.jpg

이병률찬란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병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이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지 앉는 일은 더 찬란이리

찬란하지 않으면 모두 뒤처지고

광장에서 멀어지리

 

지난밤 남쪽의 바다를 생각하던 중에

등을 켜려다 전구가 나갔고

검푸른 어둠이 굽이쳤으나

생각만으로 겨울을 불렀으니 찬란이다

 

실로 이기고 지는 깐깐한 생명들이 뿌리까지 피곤한 것도

햇빛의 가랑이 사이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이 만나는 것도

무시무시한 찬란이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3.jpg

송수권산문에 기대어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 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







4.jpg

전종대달맞이꽃

 

 

 

내가 꿈꾸는 세상

절반은 눈물이다

 

글썽이는 별들

절반은 그리움이다

 

섬 언덕 무리 지어 핀

노오란 말말들

 

밤새 내린 이슬

절반은 하얀 소금이다

 

해풍에 흔들리다 흔들리다

지쳐 일어선 외로움

 

저 하늘 어딘가에 낮달이

새우처럼 기도하고 있음이다







5.jpg

장영희너도 느리게 살아봐

 

 

 

수술과 암술이

어느 봄날 벌 나비를 만나

눈빛 주고받고

하늘 여행 다니는

바람과 어울려

향기롭게 사랑하면

튼실한 씨앗 품을 수 있지

그 사랑 깨달으려면

아주 천천히 가면서

느리게 살아야 한다

 

너울너울 춤추며

산 넘고 물 건너는

빛나는 민들레 홀씨

그 질긴 생명의 경이로움 알려면

꼭 그만큼 천천히 걸어야 한단다

 

번쩍 하고 지나가는 관계 속에서는

다사로운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사랑 한 올 나누지 못한다

쏜살같이 살면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할 것

볼 수 없단다

 

마음의 절름밭이일수록

생각이 외곬으로 기울수록

느리게 살아야 하는 의미를

가슴에 새겨야 한단다

 

아이야

너도 느리게 살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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