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눈탕만 해오다 처음으로 시게에 글씁니다.
안지사의 지면 인터뷰와 지난 강연을 몇편 보면서 느꼈던 어떤 답답함의 이유가
이번 손석희와의 대담을 통해 드러난것 같아 나름 정리하고 또 다른 분의 의견을 구해 보고자 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안희정 지사님의 말하기 방식에 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안희정 : "제가 하는 말이 그렇게 어럽습니까?"
저는 이 발언이 안지사의 말하기 방식의 문제점을 나타내는 중요한 단서라고 생각합니다.
안지사님의 말은 분명 쉽고 명확합니다. 단 그것은 청자의 입장이 아니라 화자의 입장에서요.
많은 경우 안지사님은 중요한 용어를 매우 자의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는 듯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보편적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고 생각하는듯 합니다.
이런 경우 말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는 매우 쉽고 명확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만,
청자의 경우 화자와 용어의 의미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 지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이해 한 바와 미묘하게 어긋나거나 모호한 지점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어긋남과 모호함이 쌓이면 불신과 불통으로 비화되기 쉽겠죠.
'선의'발언의 문제도 이러한 이유에서 생긴것으로 생각합니다.
안지사님이 말하는 '선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선의, 즉 '선량한 뜻'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라
철학에서 이야기 하는 '존재의 긍정', 쉽게 이야기 하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선의라는 말의 의미를 이렇게 바꾸어서 문제의 강연 발언을 해석하면
"상대방의 주장은 이미 주장 자체로 존재하는데,
그것을 붇잡고 이러쿵 저러쿵 따져봐야 상대방이 태도를 바꿀것도 아니고 소모적인 싸움 밖에 되지 않으니
상대방의 주장은 주장으로 인정하고 그 주장을 뒤집을 다른 방법(예를 들면 객관적 사실의 확보 같은것)에 매진하는것이 더욱 생산적이다."
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발언의 대체적인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평소 철학과 본질에 천착하시는 안지사님의 태도와도 합치되는 바이고요
이렇게 보면 안지사님의 해명이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스스로도 오늘 인터뷰에서 피력했듯이 답답함이 있을것이구요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본인의 잘못이고, 이를 바꾸지 못한다면 이러한 오해는 앞으로 더 빈번하게 발생하겠죠.
제가 오늘 느낀 안지사님은 그냥 철학을 자기식대로 얕게 배워 자기 언어세계에 너무 매몰된 사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