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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한 번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순간이 온다.
현실에선 도저히 불가능하기에 꿈 속에서라도,
이뤄지길 바라는 그런 소망.
지금 나는,
아버지의 두 손을 꼬옥 잡고 꿈길을 거닐며
생전 못다한 시간을 보내는 꿈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비록 꿈일지라도 무척 행복할 것이다. 적어도 꿈 속에서의 시간만큼은 현실보다 더 현실같을테니.
사실 어떤 꿈을 바란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더욱 간절해지는 꿈속의 세상. 오늘 밤, 내일 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애틋해지는 꿈길.
꿈이 제일 좋은 것은 모든 게 허용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 마주하고 싶은 사람,
과거의 행복했던 그리운 순간,
혹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먼 미래도 마치 현실처럼 다가온다.
그렇기에 가끔 너무나 현실 같았던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의 허무함으로 인해 우울함이 파도처럼 몰려올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는 왜 이토록 간절히 꿈을 바라는 것일까?
우리 현실 세계가 너무 힘들고 지치기에
잠시나마 그 힘든 순간을 잊길 바라는 마음은 아닐까.
혹은 희미해져가는 추억들을 상기시키며
기억의 끝자락에 다시 걸쳐놓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도대체 꿈이란 무엇일까.
현실에서 꿈 꾸는 시간은 짧지만
꿈속에서의 현실은 무척 길게 느껴지는 걸보면,
어쩌면 우리가 현실이라 믿는 지금 이 순간, 이 현실도 누군가의 꿈 속일지 모른다. 꿈속에서도 모든 순간이 현실적이고 길게 느껴지는 걸 보면.
꿈 속의 꿈, 그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꿈,
다른 사람들의 꿈 속을 마음껏 드나드는 순간의 연속…….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영화 <인셉션>의 이야기다.
단순히 복잡하고, 철학적인 요소만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니다. 아무도 공감하지 못하는 주제였다면, 다들 공상에 불과했다며 손가락질을 했을 것이다. 꿈 이야기는 우리가 평소 한 번쯤 간절히 바랐던 주제이기에 우리들 마음 속 깊이 와닿았던 것이다.
꿈이 꿈인지, 현실이 꿈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스스로 꿈 속을 자각하고 있는 현상을 자각몽이라 부른다.
만약 우리가 자각몽처럼, 매일 꿈 속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인간이 하루 평균 8시간동안 숙면을 취한다는 말 대로면, 하루의 1/3을 무엇이든 원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너무나도 지친 하루에는 부유한 사람이 되어 편안함을 누려보기도 하고,
짝사랑에 지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순간을 그릴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쓸데 없는 시간, 공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상에 지치고 어딘가 의지할 곳이 없는 우리들에게는 가끔 이런 작은 희망의 불씨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나는 매일 자기 전 행복한 꿈길을 그리며 잠에 든다.
사랑하는 아버지의 딱딱한 어깨와
굳은 살이 박힌 차디찬 손을
열심히 주물러드리며 생전 그토록 드시길 바라셨던
Subway의 샌드위치를 서로 나눠 먹는 상상을 하며
나는,
오늘도 꿈길을 그려본다.
혹시 신이 나의 간절한 바람을 느끼고는,
그 꿈을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지도 모르니.
중요한 것은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하며 잠자리에 들면,
잠시나마 지친 하루가 잊혀진다는 것이다.
지치고 힘든 일상, 그 정도의 작은 행복함이라도 느껴야
인생의 낙이 있을 테니.
오늘 밤, 각자 행복한 꿈길을 그려보자.
+
생전 아버지의 시 <꿈길>
- 故 황태영(황진이 '상사몽' 개작)
꽃이 펴도 즐길 이 없고
꽃이 져도 슬퍼할 이 없네
그리운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꽃은 피고또 지고 있건만
바람에 꽃잎은 날로 시들고
해맑은 기약은 아득만 한데
차마 한마음 맺지 못했네
어쩔거나 가지 가득 저 꽃들을
날리면 모두 다 그리움인데
웃던 모습 손 내밀면 잡힐 듯한데
애달퍼라 만날 길은 꿈길뿐이네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님도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매양 어긋나는 꿈이지만은
그래도 잊을 수 없어 밤마다 꿈길여네
바라거니 언제일까
반가이 한번 만나는 날은
오늘밤 꿈에서도 설레며 길 나섬을
그리운 그님은 알고나 계실까
출처 | http://brunch.co.kr/@youthhd/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