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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우리는 서로의 배경이 되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852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8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17 18:34:0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new
BGM 출처 : https://youtu.be/8J1zSsdFliM




1.jpg

천양희배경이 되다

 

 

 

새벽이 언제 올지 몰라 모든 문 다 열어놓는다고

그가 말했을 때 꿈꿀 수 있다면 아직 살아 있는 것이 라고

내가 말했다

나에게만 중요한 게 무슨 의미냐고

내가 말했을 때 어둠을 물리치려고 애쓴다고

그가 말했다

생각의 끝은 늘 단애라고

그가 말했을 때 꽃은 나무의 상부에 피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세상에 무늬가 없는 돌은 없다고

내가 말했을 때 나이테 없는 나무는 없다고

그가 말했다

바람이 고요하면 물결도 편안하다고

그가 말했을 때 산은 강을 넘지 못한다고

내가 말했다

더이상 할말이 없을 때

우리는 서로의 배경이 되었다







2.jpg

문무학엉거주춤

 

 

 

엉거주춤은 신명나는

그런 춤이 아니지

 

앉지도 서지도

자바지지도 못하여

 

간신히

세상 붙들고

허둥거린

내 춤이지







3.jpg

이근화사실은 비가 오고 있지만

 

 

 

오늘은 팔과 다리를 내버려두기로 한다

걱정 많은 인형처럼 입술을 꽉 다물고

빗물을 따라 흐르기로 한다

골목길에 펼쳐지기로 한다

 

왼다리가 없어야 나인 것처럼

새끼손가락이 없어야 나인 것처럼

오늘의 맛과 냄새를 향해서 입을 다시 벌리지만

 

십오 분 간 단꿈 속에 나뭇잎 옃 개 떨어질

기린을 보는 건 사다리를 오르는 것과 같다

나를 얼룩덜럭한 세계로 데려다 준다

 

너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기에

내 발은 너무 뾰족한가

나의 팔과 다리는 떨어지고 마는가

 

오늘은 정말이지 팔과 다리는 내버려두기로 한다

접어서 서랍에 넣어두기로 한다

주인공처럼 인생에 푹 빠져들면 좋을 텐데

 

사라지는 건 그 다음 일

누군가 내 몸에 나를 심었다

튼튼한 거울을 몸속에 넣고 깨뜨렸다







4.jpg

윤동재마음은 무게가 없다

 

 

 

안동에서 서울로 오는 버스를 타고

동서울 버스터미널에 내리니

할머니 한 분이

자기 키보다 더 큰

배낭을 짊어지고

거기다가 두 손에는

또 보따리까지 들고 내린다

배낭에는 마늘이 들어 있고

보따리에는 애호박 몇 개

고추와 참깨가 들어 있다

아들네 집인지

딸네 집인지 가는가 보다

지하철 강변역 쪽으로

함께 걸어가면서

할머니이 무거운 것을

어떻게 들고 가시려고 가져오셨어요?”

하며 보따리를 모두

건네받아 들어 드리자

마음을 담아 왔지 별거 아니야!” 한다

그러면서 마음은 무게가 없다 한다

마음은 아무리 담아 와도

무겁지 않다고 한다

마음은 아무리 가져와도

힘들지 않다 한다







5.jpg

임보

 

 

 

무악(巫岳)이란 늙은이는

아침에

마당 동편에 놓여 있는 백 개의 독을

마당 서편으로 옮겨 놓고

오후엔

서편 마당의 독을 다시

동편 마당으로 옮겨 놓기를

날마다 되풀이하고 있다

이 무슨 쓸모없는 짓거린가고 물으니

내 하는 일은 무언가고 무악(巫岳)이 되묻는다

글을 쓰는 일이라고 대답했더니

그 늙은이 웃으며 이르기를

말을 늘어놓는 일이나 독을 늘어놓는 일이

다를 게 무어냐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내가 평소 비웃었던 그 바둑쟁이들이

밤을 새며 바둑알을 열심히 나르는 그 놀음이나

내가 심지를 돋으며 밤 깊도록

말들을 날라다 시()랍시고 얽어맨 일들이

다 그게 그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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