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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동창회
게시물ID : panic_852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14
조회수 : 5732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5/12/23 02:47:55
 
나같은 사람은 대개 그러하듯이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 어물쩡 서 있었다.
내 시선은 무시한채 툭 밀치며 지나 학교 때 알고 지내던 사람을 찾으러 가는 사람들.
화려하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그 사람들을에게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저들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달까.
동창회에 오기 전에 다들 서로를 구글링해보고, 페이스북도 몰래 훔쳐보고 있었겠지.
나보다 쪼끔 못나간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바로 거드름을 피우며 다가간다.
 
가만히 듣고만 있자니 저쪽에서 안경잽이들이 허풍을 떠는 소리가 들려온다.
학교 때 소위 주먹으로 잘나갔던 친구들에게 창업 과정부터 떠벌리며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었다.
걔넨 지금 뭐하냐구? 따로 물어볼 필요도 없다.
맥도날드랑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니.
한 때 주먹이었던 놈들이 과거의 빵셔틀과 마주보고 서 있기에 지금은 너무 살이 찌고 늙었다.
전세역전.
 
"어! 너... 너..."
 
우리반 반장이었던 놈이 와서 아는체를 한다.
나는 좀 짜증이 났다.
 
"어 어 그래. 나 짐이야."
"아 맞아! 짐! 요새 어떻게 지냈어? 나는 지금 법조계에서 일하고 있어.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말야. 하하하"
"너무 잘됐다야. 검찰 쪽이야 아님 변호사?"
"변호사야. 벌이가 훨씬 좋거든."
 
'하이고 어련하시겠어.' 한숨을 쉬며 조용히 읖조렸다.
 
"음? 뭐라고?"
"아무 것도 아냐. 진짜 잘 됐다, 야."
"여튼 다시 보니까 너무 좋다. 짐"
 
저 놈은 나를 기억 못한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그 때도 지금도 나는 없는 사람이다.
뷔페 쪽으로 걸어가서 간단한 요깃거리와 마실거리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짐? 짐 너 맞지?"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제발 나한테 건네는 말이 아니길 바랬다.
고개를 돌리자 내 심장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제니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니. 
 
"어, 응 맞아."
"우와. 너 정말 멋있어졌다!"
"고마워."
 
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하는 인삿말에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었지만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어렸을 때 우리가 어울려서 노는 편은 아니긴 했지만 말야.
나 그 때 너 좀 좋아했었어. 고백은 너무 겁이 나서 못했었지만.
다른 애들이 주제파악이나 하라고 했겠지. 미안. 그 때 고백을 했어야 했는데."
"아니야. 괜찮아. 있지. 언제 다같이 모여서 얼굴 한 번 보자. 나 이혼했어. 사이먼 기억해?"
"아. 기억하지. 그래. 그럼 한 번 만나자."
 
제니가 칵테일 한 잔을 집어들었다.
 
"제니야. 그거 마시지 마."
"왜? 내가 취해서 덮치기라도 할까봐 그래?"
 
그대로 제니는 한모금을 쭉 들이켰다.
나는 뒤로 돌아 도망쳤다.
 
"짐? 어디 가는거야?"
 
제니가 소리쳤다. 
 

 
나는 울면서 운전을 계속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절호의 기회였는데 왜 2분만 더 참지 못한거지!!
 
 
 
 
 
출처 I Was Invisible Until Two Minutes Ago
https://redd.it/3wuiw7 by ecro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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