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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죽음이 있으신가요?
게시물ID : panic_851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멜로디데이
추천 : 26
조회수 : 3465회
댓글수 : 73개
등록시간 : 2015/12/22 1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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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네?"

 당황스러운 질문에 반사적으로 반문했다. 소개팅을 받은 첫 날에 받은 질문이 원하는 죽음이 있냐니... 내 반문에도 상현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말 그대로에요. 원하는 죽음이 있냐구요."
 "잘 이해가 되질 않네요."
 "질문을 바꿔 볼까요? 자연사가 좋아요. 아니면 드라마틱한 사고사?"
 "상현씨, 초면에 조금 무례하신 것 같네요."
 "아아- 미안해요. 내 직업이 조금 특이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많아서 던진 질문이에요."
 "상현씨 보험 회사 다니는 거 아니였어요?"
 "맞아요. 상조회사 근데 정확하게는 제가 맡은 일은 죽기 직전의 상황을 조작한달까요?"
 "네...?"
 "하나씨 그거 알아요?"
 "뭐를요?"
 "사람의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는거, 말이 씨가 된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 불행이 찾아온다 등의 말이 사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일중 하나에요."
 "그런데요?"
 "전 사람이 죽기 직전에 찾아가 고객의 뇌와 영상기기를 연결 시키는 '링커'에요."
 "......"
 "그러니까 죽기직전에 제가 맡은 고객이 요청한 상황들을 보게 되는거죠. 저는 원하는 영상을 노출 시켜주는 사람이구요."
 "아....네"

 상현씨는 빙글빙글 웃었다. 난생 처음 듣는 직업군에 나는 상당히 당황했다. 밖엔 비가 내리고 어디선가 장미향이 났다. 
 잔잔한 팝송이 흐르는 카페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황당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상현씨를 보며 피식 - 하고 웃음이 났다.

 "상현씨"
 "네 하나씨"
 "링커라는 직업 어때요?"
 "그냥 여러가지로 흥미로우면서 의미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마지막 만큼은 자기가 선택한 대로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요."
 "그렇구나 어떤 죽음을 많이 선택해요? 그러니까 상현씨의 고객들이요."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영화배우가 되거나, 하늘을 날거나 다양해요. 평소 이루지 못 한 것들이죠."
 "그렇구나"
 "하나씨, 그거 알아요? 오늘 사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에요."
 "상현씨는 알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 놓네요."
 "그리고, 우린 결혼 했었어요."
 "네...?"
 
 팝송이 멈추고 밖의 비가 정지 되었다. 그리고 내 앞의 상현씨 대신 오십대 가량의 남성이 정자세로 앉아있었다.
 빙글빙글 웃는 상현씨와는 대조되는 굳은 얼굴

 "안녕, 여보"
 "....이...이게 무슨"
 "보통은 저장된 영상을 작동시켜야 되지만, 꼭 전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실시간으로 영상을 흘려보내"
 "네...?"
 "당신이 선택한 죽음은 우리가 처음 만난 장소에서 소개팅 하던 그날로 돌아가는 것이였지, 시간이 부족해서 많은 말을  전할 수 없지만 이거 하나만이라도 전달 되었으면 좋겠어. 나 당신 많이 사랑해 그리고 천국에서 꼭 나 기다려줘"





 20xx년 12월 25일 16시 41분 김하나씨 운명하셨습니다.

 병실에 의사의 낮은 음성이 울려퍼졌다. 아내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혼수 상태였다. 그리고 오늘 갑작스러운 뇌출혈을 막기 위한 수술이 반쯤 실패하자, 죽음 선택 장치를 아내에게 연결시켰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벌어진 일이 였기에 원래 영상은 처음 만난 날 부터 우리가 가지 못했던 세계여행까지 했어야되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결국 나는 현실에서도, 그녀의 가상세계에서도 빵점짜리 남편이다.
 내가 원하는 죽음은, 그녀를 잃기전으로 돌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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