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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유독 힘들고 지치는 날이 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미친 듯이 바쁜 하루를 보냈지만 뭔가 불안하고
그냥 가만히 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봐도 눈물이 주르륵 흐르며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혼자 어딘가 콕 박혀있고 싶은 그런 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달갑지도 않은 그런 날이 불쑥 나를 찾아온다.
TV도 보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을 배 터지도록 먹어보지만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깊은 공허함과 해소되지 않는 우울함.
어느덧,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프로필, 인스타그램….
액정 너머에는 새로운 세상이 존재한다.
행복해 보이는 수많은 커플들과 보란 듯이 잘 살고 있는 주위 사람들을 멍하니 구경하다 보면,
그 날따라 유독 그런 나의 신세가 처량하고 비참하게 느껴진다.
과연 그럴까. 정말 액정 너머의 세상은 행복함만이 넘치는 유토피아일까?
아니, 절대 아니다.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 그 이면에 남 모를 아픔 하나쯤은 다들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날, 우울에 빠진 그런 나를 보며 한 없이 작아지는 그런 날이 있다.
유독 그런 날엔 뭘 해도 답답하고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불안해서 답답해진다
이렇게 우울과 고독이 내면 깊숙이 침투한 날에는 주위의 위로도 그다지 달갑지 않다.
누군가 나를 이해한다며 위로의 손길을 건네면 "네가 뭘 알아?"라는 생각으로 삐뚤어지고,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혼자 싱글벙글하면 "눈치도 없다"라며 서운해지는 아이러니.
그러다 보면 문득 궁금해지는 우울의 끝,
밑으로 더 밑으로 바닥의 정점을 찍어보고 싶어지는 알 수 없는 호기심.
어느 순간 핸드폰까지 침대에 던져버린 채 우중충한 분위기를 만들고,
한없이 우울한 노래를 듣다가 미친 듯이 슬픈 영화를 보며
세상에서 제일 암울한 사람이 되어 꺼이꺼이 울어댄다.
그런 날엔 애써 남들과 나를 비교할 필요도 없고, 혼자라고 불안에 떨 필요도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고 자신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면 된다.
일명, 고독해지기
우울해지면 우울한 대로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쓸쓸하면 쓸쓸한 대로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마주하면은 어느덧 그 끝자락에서
고통에 무뎌진 채 한층 성숙해진 나를 발견한다.
19세기 영국의 소설가 앤서니 트롤럽은 "학생이었을 때도 그랬고 심지어 어릴 때도 그랬는데, 나는 늘 나만의 세계에 빠져 지냈다 (…) 그래서 언제나 마음속에 튼튼한 성을 지어놓고 놀곤 했다."라는 말을 했다. 그의 뛰어난 상상력은 전부 고독했던 어린 시절에 나온 능력이라는 것이다. 마냥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다.
실제로 매번 나에게 큰 영감을 주는 소중한 친구도 어린 시절부터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보내오며,
내면 깊숙이 자기만의 방을 만들었다고 하는걸 보면.
고독은 절대 병이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당연한 감정이다.
미친 듯이 치열한 삶에 지치고
끝없는 경쟁 세계 속에서 잠시 방황하는 나를,
그런 나를 따스하게 안아주는 그런 날.
한 없이 무기력해지는 그런 날,
고독을 받아들이고 그런 나를 마주해보길.
내면에 튼튼한 성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외로운 나를 조금씩 더 사랑해주길.
출처 | http://brunch.co.kr/@youthhd/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