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돌이의 역사 1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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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개발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생존권을 위해 복사를 막고 싶어하고
게임유저는 언제나 싼 값에 게임을 즐기고 싶어했고
불법 업자들은 언제나 그 수요에 맞는 상품을 개발을 하려했습니다.
아~ 뭔가 그럴싸한 중2병스런 말로 매번 시작하려고 하는 데, 슬슬 소재가 떨어지네요-_-;
그냥 이번엔 넘어가도록 하죠.
여하간에, 빛의 세계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복돌이들의
비난받아 마땅할, 하지만 제3자 입장에선 재미있는 역사이야기 3편 시작 하겠습니다.
지난편까지 다루었던 합팩과 복팩.
이 두 가지는 정팩과 큰 차이가 없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팩으로 만들 경우 "기본적으로 재료비가 비싸다"는 것,
원가가 높다는 건 제조자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은 현상이죠.
힘들게 복팩 만들었더니 정팩과 가격이 비슷해서야 수지도 안 맞고
구매자도 같은 값이면 정품을 사지 복팩을 사는 바보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누구나 생각하게 되는 방법, "값싼 매체로 게임을 여러번 집어 넣었다가 뺄 수 없을까?"
이러한 발상이 처음으로 실현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MSX의 "메가램팩"입니다.
당시 MSX로 1메가비트(128kb)을 넘기는, 당시로선 고용량의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고용량의 게임팩은 당연히 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복팩을 만들어도 수지가 맞지 않게 됩니다.
그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카세트 테이프나 플로피디스크같은 "저가의 저장매체"에 일단 게임을 담고.(참고로 당시엔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도 고가의 장비였으니 테이프를 쓰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게임을 할 때는, 램팩에 테이프/디스켓에 담긴 데이터를 램팩에다가 옮겨 담은 뒤, 램팩을 게임팩처럼 쓰는 방식을 썼습니다.
이로 인해서, 게임 복사에 있어서 "재료비"는 절감이 되었죠.
여하간, 게임을 제조비가 싼 매체로 읽을 수 있는 수법은 꽤나 매력적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패미컴으로도 디스켓매체로 게임을 팔거나, 지정업체에서 적은돈으로 게임을 복사해주는 방식을 택하게 되었죠,
바로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입니다.
이건 물론 닌텐도가 직접만든 정식 물건이지만, 불법업자에게는 큰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디스켓은 일단 값이 쌌기때문에 복제만 한다면 싸게 대량양산이 가능했고
롬과 다르게, 손쉽게 쓰고 지울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을 바꾸기도 쉬웠죠.
이렇게 팩 게임기를 "디스켓"이라는 싼 매체로 대체하게 해주는 기기.
개발사 입장에서는 수지가 안 맞았기 때문에,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의 게임 개발을 기피하였지만
훗날 불법 업자에게는 일종의 영감을 주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간은 흘러 4세대기종인 슈퍼패미컴 유행일 때 등장한 물건.
바로 UFO입니다.
바로 지난번 편에서 예고로 썼던 사진이죠.
의외로 많은 분들이 바로 알아보셔서 놀랐습니다.
이것 또한 비싼 팩을 쓰지 않고 싼 디스켓에 게임을 넣어주는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에 꽂혀있는 팩은 "정품팩을 꽂아서, 게임기의 정품인증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죠. 이것은 훗날 DS용 닥터 초기형까지도 이어지는 인증회피 방식이기도 합니다.
여하간에 이 UFO. 당시 가격 30만원을 호가했던 물건입니다. 백원하나면 슈퍼에서 과자 하나 사먹던 시절에 말이죠.
물론 "우와 엄청 비싸다, 그냥 정품사는 게 낫겠네"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당시 정품팩은 곽팩 기준으로 기본 10만원이 넘었습니다. 파이널판타지 같은건 20만원을 호가햇죠.
게임 2~3개만 즐겨도 본전치기인겁니다.
이렇게 디스켓으로 게임을 하도록 하는 방법도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고.
심지어는 돈을 받고 디스켓에 게임을 넣어주는 업자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패미컴디스크시스템에서 디스켓에 게임넣어주는 없자는, 제조사의 허가를 받은 "정식"이고. 이건 물론 불법입니다.
이런 디스크로 옮기는 방법은, 이후 게임기가 더욱 싸면서도, 고용량을 저장할 수 있는 매체인 "CD"로 옮겨가면서 사라지게 되었지만.
이렇게 램에다가 게임롬을 자유자재로 넣었다 빼는 방식은, 여전히 팩 시스템을 고수하는 "휴대용 게임기"에서 여전히 생존하게 됩니다.
닌텐도의 첫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보이에서
처음으로 "컴퓨터와 연결해서 자유로이 롬을 집어넣을 수 있는 팩"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복돌이용 게임팩의 표지에는
닥터 마리오의 그림이 있었기 때문에, "닥터"라고 불리게 되었고.
이후 게임보이 어드밴스와 NDS까지, 컴퓨터를 통해 롬을 넣어서 구동시키는 팩을 몽땅 "닥터"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 정작 어원이 된, 닥터마리오가 그려진 게임보이용 불법팩 사진은 구하지 못 했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코멘트로.
처음에는 전용 케이블과 전용 프로그램으로, 팩에 내장된 메모리에 게임을 넣는 방식을 썼지만
이후 CF카드나 SD카드같이, 컴퓨터에서도 범용적으로 쓰는 메모리카드를 활용하는 닥터가 등장하게 되었고.
이는 아직까지도 준 현역기기인 NDS까지도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닥터의 등장은, 과거 게임샵에서 구매를 할 수 있는 복팩, 합팩과 달리.
집에서 인터넷만 있으면 손쉽게 게임을 넣을 수 있게 되었고. 한 번에 수십개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손쉬운 복제는 복팩, 합팩 시절에도 아슬아슬했던 정품시장의 괴멸을 가속화 시켰고
심지어는 정품을 본적도 없이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도 속출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런 "닥터"가 장사가 되니까,
일본에서는 불법복제만이 아닌 "홈브류"(개인이 개발한 비정규 프로그램)를 위한 것이라 합법제품으로 만들고
야쿠자들이 직접 닥터를 팔아먹기에 이를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닥터는 어떨까요?
여전히 팩을 고수하는 3DS는 여러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뚫으려고 하고있고, 얼마 전에 실제 구동영상이 올라왔으며. 예약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닥터의 기술을 반대로.
팩을 구하기가 힘든 과거 게임기에 적용시키는 물건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에버드라이브입니다.
SD카드에 게임기 롬을 집어넣고서, 정식 게임기에 집어넣으면 구동이 되는 "닥터"같은 물건을
다름아닌 과거 게임기들 - 패미컴, 게임기어, 메가드라이브, 슈퍼패미컴, PC엔진 등등 용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해외에서 개발된 물건입니다.
이것도 엄밀히는 불법에 해당할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이 쯤 되면 정품도 구하기도 힘들어서 무조건 정돌을 강요할 수 없는 게임기 한정이니까
그나마 묵인되는 분위기입니다.
여하간 이런 닥터는 현재 정품사용에 대한 인식을 더욱 크게 흔들어놓았고.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도 이어지는 문제이기도합니다.
오늘의 복돌이야기는 여기까지로 하고.
다음시간에는 저장매체를 "CD"로 옮긴 게임기들의 복돌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았는가.
그것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