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접근방법부터 틀렸다!
종전 후 일본인들은 미국의 선생들을 모셔다 기업경영에 대한 과학적인 방법론들을 배우고 훈련했다. 일본 기업인들이 존경하는 미국의 데밍박사는 일본품질관리의 아버지로 통한다. 일본인이 제정한 ‘데밍상’은 산업계의 노벨상이다. 데밍박사는 학문적 이론이 없는 경험자들은 사회를 발전시키지 못한다고 못 박았다. 똑같은 사회적 병리 현상을 놓고 학문적 이론으로 무장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경험자들이 관찰하는 내용은 그 질이 매우 다르다.
7월 25일 모 대형 중앙일간지에는 모 대학의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세월호 특별법 논란, 해법은 없나?”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해법을 내놓았다. 그가 내린 해법은 아래와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신뢰를 잃은 정부는 성공할 수 없다. 지금은 신뢰상실의 계절이다. 정부, 수사기관, 국회, 공무원 등 공적 존재들에 대한 총체적 신뢰가 땅에 떨어져 사회 전체가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유가족 대표에 진상조사권, 수사권,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특별법 내용에 대해 여야가 대립해 있고, 국민 여론도 분열돼 있다. 반대자들은 전례가 없고 사법체계를 파괴한다는 이유에서이고, 유가족 등 찬성 쪽은 정부에 믿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기소권 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퓰리즘에 경도된 새정치민주연합이 마련한 세월호 특별법에는 희생자 전원 의사자 지정, 피해 학생의 대학 특례입학 등 파격적인 보상 대책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상당수 국민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해결책 두 가지다. 1) 여야가 빨리 타협을 해서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 2) 여당은 수사권에 반대만 하지 말고 진상규명 및 책임소재를 밝힐 수 있는 다른 대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수사 및 기소권을 갖는 특별검사제를 따로 설치하는 방안을 야당에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이 정치외교학 교수의 접근이다. 그러나 경영과 분석을 수리공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훈련해온 나의 해법은 위의 해법과 천양지차로 다르다.
선진국 국민은 사고로부터 교훈을 이끌어내고 그 교훈을 미래 경영에 반영한다. 반면 한국사람들은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누구를 처벌할 것이냐부터 따진다. 진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데 검찰 등 조사관들이 조사대상자를 마치 죄인 취조하듯이 다루면 그 사람은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진실을 극구 숨긴다. 여기에서 무슨 진실이 추출되겠는가?
세월호의 진실과 교훈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침몰사고에 대한 접근이 위의 해법과 완전히 180도 달라져야 한다. 위의 정치외교학 전문가가 제시한 해법은 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진실을 밝히는 데 주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처벌에 최종 목적이 있다. 이러한 진상조사위는 바늘만큼의 진실도 발굴해내지 못한다.
‘무엇이 잘못 됐는가’를 먼저 분석하는 것과, ‘누구를 처벌할 것인가’를 찾아내기 위해 사법 성격의 조사를 하는 것 사이에는 후진국과 선진국의 격차가 있다. ‘무엇이 잘못인가’를 찾아내는 사람들은 과학기법들을 동원하여 분석하고 거기에서 교훈을 이끌어낸다. 분석과정에서 처벌해야 할 대상이 드러나면 그 때 처벌을 한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교훈을 이끌어내는 것이 주목적이고, 처벌은 부산물(by-product)이다. 이는 기업이나 정부에서 다 마찬가지다. 미국의 거의 모든 유수기업은 결과만을 놓고 처벌하지 않는다.
미국의 감사원(GAO)을 보자. 미국의 감사원은 국가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저해가 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발굴한다. 이 과정에서 처벌자가 생기는 것은 부산물이다. 그래서 미국 감사원 조사관들은 대부분 경영학도와 공학 및 원가 분야의 시스템분석관들이다. 또한 국회는 정부의 예산집행 과정을 감사하고 분석하는 곳이기 때문에 감사원이 미국회에 소속돼 있다. 행정부의 예산집행을 감시하는 곳이 감사원이기에 이를 정부산하기관으로 운영하면 행정부를 제대로 감사하지 않으려 한다. 어느 대통령이 자기 휘하의 행정부처 약점과 병리현상이 노출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반면 우리나라 감사원은 위치부터 틀렸다. 대통령 직속으로부터 국회 직속으로 옮겨져야 한다. 우리나라 감사원의 최종목표는 누구를 처벌하는 가에 주어져 있다. 또한 감사관들의 90%는 법학도들이기 때문에 경영효율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고, 교훈을 끌어낼 능력이 없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구태의연한 체크리스트에 따라 공무원을 위압적으로 취조하는 것이 한국감사원이다. 따라서 한국 공무원들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쓰지 말아야 한다. 그 효율성을 감사관들이 오해하고 곡해하여 왕왕 상을 주어야 할 공무원에 벌을 주기 때문이다. 세월호 특검팀이든 진상조사위든 다 이런 감사원 감사관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로부터 조사를 받으면 억울한 사람들 수도 없이 발생할 것이다. 자살자도 속출할 것이다. 참으로 위험하고 원시적인 접근인 것이다.
지금 위 정치외교학 교수의 접근을 보면 미국감사원의 길을 가자는 것이 아니라 한국감사원의 길을 가자는 것으로 제시돼 있다. 누구를 처벌할 것이냐를 따지러 현장에 온 조사관은 상대방을 죄인시하고 겁을 준다. 그래서 상대방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진실을 숨길 수밖에 없다. 이런 자세가 바로 매년 한국 감사원 조사관 앞에 선 공무원들의 자세인 것이다. 매년 조사하고 감사하지만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 출신들을 조사위원회에 넣으면, 가족을 조사위원회에 넣으면, 진실은 영원히 밝혀낼 수 없고 교훈도 짜내지 못한다. 세월호 사람들, 국회의원들, 위 정치외교학 교수와 같이 전공분야가 경영학 분야나 시스템공학 분야가 아닌 사람들이 조사팀에 들어가게 되면 위의 붉은 색 대안과 같이 그 조사내용이 지극히 막연해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의 세월호 특별법과 같은 접근방법은 ‘누구를 처벌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완전 폐기처분하고, 경영학 분야, 시스템분석 분야의 친절한 과학자들을 동원하여 진실을 조사하고 교훈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누구를 처벌할 것이냐는 그 부산물 즉 파생물인 것이다. 진실을 알고 싶으면 세월호 특별법을 완전 폐기하고 분석과학에 훈련된 최고의 두뇌로 소수정예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데망박사가 학문적 이론이 없는 사람은 사회를 진보시키지 못한다는 이유가 여기에서 실증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