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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일기
게시물ID : lovestory_677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쉬좀이
추천 : 0
조회수 : 4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7/27 23:16:42
나 어릴적 열두살 되던 해 내 생 처음으로 아버지의 일기를 한번 본적이 있다. 

IMF가 한국을 강타하고 불어난 빚으로 인해 가족들이 뿔뿔히 흩어지고 난후. 난 방한칸에 화장실이 다인 원룸에서 아버지와 둘이서 지냈었다. 일곱살적 동네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부러워하던 티비는 어느세 고물이 돼있었고. 내 간식을 안전히 보관해주던 냉장고는 늙어버린 자신이 슬픈지 어느날부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냉장고 바닥에 흥건한 물을 볼때마다 나는 가난이 물빛에 비춰질까 외면하고는 했고 아버지는 해보지도 않던 막노동을하고 경비일을 하고 각종 일을 하다 지친몸을 이끌고 와서는 끙. 소리 한번내곤 바닥에 물을 닦곤했었다. 아버지의 눈에 비친 물은 무었을 비춰주고 있었을까.

그 누가 그랬던가. 아빠 없는 아이는 티가 안나도 엄마 없는 아이는 티가 난다고. 아마도 그 사람은 엄마가 없는 빈자리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이라. 아버지는 나를 위해 요리도 해주시고 과자도 사주시고 집안일도 하셨었지만 내가 하고 다니는 모양세에서, 얼굴에서, 몸짓에서 티가 다 났으리라. 세상 부러운것 없듯 지내던 아버지도 점점 힘이 빠져갔고 나 또한 가난에 대한 불만감이 차올랐었다.

그리 지내던 어느날 아버지는 술에 만취하여 오셨고 나에게 친구와 싸워서 코를 부러뜨리고 왔다고 짐짓 자랑하셨다. 어린 나이였지만 돈 걱정에 차마 잘했다 말씀 못드리고 나는 말 없이 이불을 깔아 드렸었다. 그리고 티비를 끄고 나도 누워 잠을잤다. 다음날 아침 먼저 눈을 뜬나는 아버지 머리맡에 종이가 한장 있는걸 발견했다. 일기였다. 그간의 힘듦을 슬픔을 꾹꾹 눌러 쓴 듯한 글은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리라. 다만, 내가 누워 자는 척 하는사이 종이를 슬그머니 치우시는 아버지의 손길을 보아하니, 그 누군가는 아직 세상 힘듦을 모르는 철없는 열두살 아들은 아니였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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