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곧 오십을 바라보는 (헉!) 오유줌마가 스르륵 아재들에게
게시물ID : freeboard_8513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느무졸려
추천 : 12
조회수 : 774회
댓글수 : 112개
등록시간 : 2015/05/16 20:57:07
아재들!ㅋㅋㅋㅋㅋ 

제가 오프에서 아재라고 부르는 분들은 보통 칠십줄이신뎈ㅋㅋㅋㅋㅋ

반가워요^^ 저는 다른 사이트에서 웃기게 생긴 보라색 캡춰물들을 보고 몇년전에 물어물어 찾아온 중년--> 노년 아줌마에요.  완전 눈팅 전문이라 로그인 방문횟수는 적지만 방문후부터 거의 하루-이틀에 한번은 들르는 열성 눈팅러ㅋㅋ줌마 랍니다.

요 며칠 오유게에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아재들께서 대거유입되시며 재미난 컨텐츠들도 많이 올라오고.. 뭐 여튼 이미 뇌세포가 하나둘씩 죽어가고 있는 아줌마로서 다 따라가기는 힘들지만 침침한 눈으로 열씨미 핸펀 부여잡고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가까운 건 잘 안보여요.

그러다가 눈팅러수칙을 어기고 처음으로 (아마 마지막도 되겠지만) 오유게에 스르륵 아재들께 드리는 글을 올려봐요.  오유가 저에게는 어떤 곳인지.



아주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저는 이곳을 들락거리며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달까.. 그래요. 

저는 SLR에는 가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주워들은 것, 그리고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스르륵 아재들께서는 확실히 오유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더 특정된 (?) 배경을 갖고 계신 듯 해요. 연령대도 좀 더 높으시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으시고, 사회적 지위나 네트워크도 좋으신 듯 하고.. (물론 저처럼 백수 중년도 계시겠으나)   그래서 우리 귀여운 오유아가들이 배울 점도 많고 나름 자극도 되고 그런 좋은 역할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그런데 저는 어쩌면 아재들께서도 여기서 많은 새로운 것을 보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막 도착하셨고 지금은 축제 (?) 기간이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차분해 지면 보이실거에요. 

스르륵과 다르게 오유는 회원들의 배경이 매우 다양해요.  연령대도 십대부터 삼사십대까지 다양하고 (물론 저는 아웃라이어임다 ㅠㅠ), 경제적, 사회적 배경도 스르륵과는 비교도 안되게 다양할 거에요. 

그래서 저는 좋았어요.  우리가 기성세대로서 점점 사고의 폭, 대인관계의 폭이 좁아지고, 가끔 아 나도 이렇게 고집만 센 꼰대가 되어 늙어가는구나, 하는 중에 젊은이들, 그리고 여러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회원들의 고민과 생각을 이렇게 가감없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어디에 또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저에게는 우리세대가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어떠한 부채의식을 가져야 할 지.. 가슴으로 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주었기도 합니다.

우리가 통계자료, 혹은 뉴스에서 매일매일 청년실업이 어떻다, 삼포세대가 어떻다, 경제적 불평등 지수가 어떻다, 가정폭력이 어떻다, 성폭행이 어떻다..  듣고 있지만, 어쩌면 그것들은 가슴으로 느끼기 전에는 그야말로 숫자와 텍스트 불과할 뿐이더라구요.  그 숫자들을 보면서 우리들은 아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적 성장기를 거치고 안정기로 접어들면서 선진국형 성장곡선으로 접어들며 겪는 과정이구나, 경제적 불평등이 이렇게 심화되고 계층이 고착화되면 어떠어떠한 부작용이 생기겠구나 하고 분석하고 판단은 하지만 그게 정말로! 무엇인지 (적어도) 저는 느끼지 못했어요.  알지만 느끼지 못하는거. 

이렇게 시시때때로 변화하고 너를 못끌어내리면 내가 끌어내려지는 정글같은 사회속에서 내 가족, 내 새끼들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내앞, 내주위, 내 가족들에게 집중하느라 그 밖은 볼 틈도 여유도 없었다고 변명은 하지만..

그런데,

오유를 들락거리면서 알았어요. 우리세대가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빚을 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젊은 아가들이 맨손으로 이 힘든 사회에서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60년대 초반-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우리 세대들은 아마 대한민국의 최고 황금기를 살아온 것 같아요.  적당히 안정되기 시작한 사회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두자리수 혹은 높은 한자리수 경제적 성장의 혜택을 누리면서 조금만 노력해도 기회가 많았고 많이 노력하면 집안도 일으킬 수 있었어요. 물론 imf 사건도 있었고, 또 물론 동의하지 않는 분도 있으실 거라 생각되지만 상대적으로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디선가 부정한 일, 각종 부패와 부작용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뭐 나도 꽤 경제적 혜택과 성장의 과실에 참여할 수 있었으니 어영부영 내가족, 내새끼 챙기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참담하게 나타나고 있구요. 그게 정말 무엇인지 저는 숫자로, 뉴스로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가슴으로 알게 된 것은 오유에 와서에요.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이게 되니 이 때 보이는 세상은 그 전과 다르다.. 뭐 정확한 단어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말씀이 있지요. 

아직 오신지 얼마 안되어서 아직 기회가 없으셨겠지만 천천히.. 마음을 열고 보시면 너무나 많은 다양한 고민, 힘겨운 세상과의 싸움, 그리고 그 와중에 소소한 웃음으로 행복을 느끼는 우리 예쁜 아가들의 모습이 보이실 거에요. 정말 잘 컸어요. 


인터넷이라는게 클릭 한방이라 여기에 자리잡으시라, 떠나지 말라 이런 말씀은 드리지 않아요.  다만 이렇게 인연을 맺으셨으니 가끔이라도 들르셔서 우리 아가들이 어떻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보아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세요.  미시적? 이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그토록 보호하고 싶어하는 우리들의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 살아갈 아이들이고 거시적????? 으로 보면 우리세대가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있고, 어마어마한 부담을 물려주는 우리의 다음세대들이에요.  알고 사랑하고 보아주세요. 



마지막으로..  아마 앞으로는 이런 글을 쓸 기회가 없을 듯 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힘겹게, 맨주먹으로 혼자서, 세상과 싸워가는 오유 아가들.. 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어요.  저희 큰애가 이미 성인이 되었으니 자식처럼 생각하고 써요. 

여러분이 이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한살 한살 더 먹어가고 살아갈 사회는 아마 점점 잔인할 거에요.  물론 좀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 반대일 가능성이 커요. 그게 현실이에요. 

그 어떠한 경우에도 부디 자기자신을 귀히 여기고 소중히 여기세요.   여러분 하나 하나는 각자의 우주의 중심이에요. 

제 친구 중 하나는 유방암으로 삼년전에 세상을 등졌고 또 하나는 지금 암 투병 중이에요. 주변에 이런 일들이 이제 드물지 않아서 저도 만일의 경우 자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 줘야 할까 고민하곤 해요.  그 결론은 이거에요.  부디 어떠한 경우도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살아라.. 그리고 어떤 힘들었던 날도 아주 약간은 행복한 순간들이 있게 마련이니 그 행복을 잊지마라.

그리고 정말정말 힘든 날에는 오유에 하소연 올리고, 모니터 너머로 열심히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는 아줌마가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근데 끝맺음은 어찌해얄지? ^^


출처 느무졸린나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