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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톱니바퀴의 법칙
게시물ID : lovestory_851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06 17:51:2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new

BGM 출처 : https://youtu.be/Fs4uKHRAIio





1.jpg

문정희찬밥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1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우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2.jpg

최승헌톱니바퀴의 법칙

 

 

 

한 길을 보고평행으로 간다는 건

사랑의 방식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정한 간격으로 맞물려가다가도

자존심과 질투로 그 속도를 놓쳐버린다면

더 이상 따라붙어도 소용없는

공회전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억겁의 세월을 돌고 돌아도 사라지지 않는 것에 대해

함부로 사랑이라고 말하진 않겠다

당신과 내가 어디 한번이라도 제대로 맞물려서

뜨겁게 돌아가 본 적이 있던가

우리가 조합했던 것은 날카로운 이빨의 부딪침과

살 속에 박히던 공허한 열정들에 대한 기억 뿐

당신과 내 말 속에 숨어있는 뼈대가 어긋나듯

서로 처박힐 곳이 달랐다

서둘러 단정 짓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오는 법칙처럼

내가 바라본 건 당신의 뒤통수가 아니라

이골 나도록 질주해온 사랑의 속도였다







3.jpg

류근독작(獨酌)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믿는 사람은

진실로 사랑한 사랑이 아니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사람은

진실로 작별과 작별한 사람이 아니다

 

진실로 사랑한 사람과 작별할 때에는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이승과 내생을 다 깨워서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사랑을 살아가라고

눈 감고 독하게 버림받는 것이다

단숨에 결별을 이룩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아

다시는 내 목숨 안에 돌아오지 말아라

혼자 피는 꽃이

온 나무를 다 불지르고 운다







4.jpg

정병근거울

 

 

 

화장실 거울에 비친다

병 하나 얻어 죽기에 손색없는

중년의 사내

 

너무 밝아서 천박한가

깊이 없는 다변처럼

아는 만큼 모르는 거울

비추는 만큼 캄캄한 거울

돌아서는 순간 잊어버리는

 

거울이 운다 등 돌리고 운다

캄캄하게 캄캄하게

누구에게 얻어맞았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관자놀이에 무수히 금이 간

 

거울의 등을 본 자

아무도 없다







5.jpg


오세영열매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가

둥근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석

한 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러운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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