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 있다는 '꽃보다 청춘' 의 페루 편을 보게 되었다.
요즘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그런지
현재에 다시 익숙해져서 그런지
오랫만에 페루를 보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를 볼 때마다
내가 지나갔던 그 사진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마추피추에 그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그들의 마추피추를 보고 울었고
나는 나의 마추피추를 꺼내본다.
가난한 장기여행자였던 나는
그들과는 달리 비싼 기차를 탈수가 없어서
합승택시를 타고, 버스를 타고 기찻길을 따라 걸어서 쿠스코에서 마추피추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계속했다.
기차를 우리를 놔두고 쌩하니 먼저 달려간다.
드디어 고지가 보인다.
마추피추에 가장 가까이 있는 마을인 '아구아 깔리엔떼'
따뜻한 물 이라는 뜻이지만 샤워물은 뜨뜨미지근 할 뿐이다.
이 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아침 버스를 타고 마추피추로 올라간다.
드디어 입성!
안개가 자욱한 마추피추는 고요하다.
마추피추를 한눈에 내려다 보려면 더 안에 있는 와이나피추 꼭대기로 올라가야 한다.
마추피추는 늙은 봉우리 라는 뜻이고, 와이나피추는 젊은 봉우리 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곳으로의 입장은 오전만 가능하며
그것도 정해진 몇백명의 인원이 입장하면 더이상은 못올라가게 한다.
그래서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 버스를 타고 올라와 7시에 와이나 피추 봉우리를 향해 돌진해야 했다.
하지만 꽃보다 청춘 에서 처럼
온통 안개가 산을 뒤덮어서 애써 올라온 이곳에서 마추픽추가 보이질 않는다.
옛 이야기에 따르면 바로 저 안개 덕분에
수백?수천? 년을 스페인군에게 들키지 않고 보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드디어 안개가 걷혔다.
마추피추가 한눈에 들어온다.
...
마추피추 안으로 내려왔다.
유희열이 그렇게나 사랑하던 라마(야마)가 보인다.
마추피추 입구쪽에서 와이나 피추쪽을 바라보면
봉우리의 모습이 꼭 사람 옆얼굴 처럼 보인다.
돌아오던 길도 험난했다.
너무 힘들어서 돌아갈 땐 기차 좀 타보려고 했는데 파업해버려 어쩔 수 없이 또 기찻길을 따라 걸어야 했다.
차가 들어오는 마을에 간신히 도착해 여행사 승합차 와 협상하여 차를 탔건만
시간이 너무 늦어 차가 더이상 운행 불가하다며
산타 테레사 라는 산속 마을에 하루 강제 투숙하게 되었다.
간신히 다음날이 되어서야 나는 이 곳 쿠스코로 돌아올 수 있었다.
꽃보다 청춘에서는 마추픽추가 눈물을 선사해 주었지만
아직 당시 많은 여행의 중반에 서있던 나는 눈물에 젖어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