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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게시물ID : panic_851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13
조회수 : 262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2/17 09: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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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놓은 나는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할 만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저 앞쪽에 피투성이로 널부러져있는 여자.


역시 택시를 탔어야 했다.


돈을 아끼겠다며 거하게 한잔 한 상태로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것이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인도조차 없는 산길 도로를


왜 여자혼자 걷고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음주에 사람까지 죽였으니 들키기라도 한다면 가볍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자리를 떠서 시체를 잘 처리해야한다.


서둘러 쓰러진 여자를 트렁크에 넣고 차를 출발시켰다.






출발은 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난감했다.


강에다 버리자니 시체를 버릴만한 강은 너무 멀었고


산에다 묻어 버리자니 한가하게 땅이나 파고 있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그냥 공동묘지에 던져버린다던가 쓰레기장에 버리는 등 여러 가지를 떠올렸지만,


특별히 이거다 싶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고심하며 운전을 하고 있을 때, 트렁크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흐느끼는 건지, 우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 작은 소리.


그 소리에 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직 안 죽었구나...’


상황이 복잡하게 되어버렸다.






여자가 살아있다는 걸 그리 좋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음주운전에 뺑소니까지.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죽어주는 것이 편하다.


들키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정신을 다잡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차 뒤쪽으로 돌아가니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여자가 작게 흐느끼는 소리.





머리를 흔들어 집중을 한 뒤 제법 묵직한 돌 하나를 집어들었다.


심호흡을 한 뒤 오른손에 돌을 들고 빠르게 트렁크를 열었다.


하지만 피투성이의 여자가 두려운 듯 나를 올려다보고 있을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트렁크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중간에 빠져나간 것은 분명 아니었다.


트렁크 안은 핏자국조차 보이지 않았다.






허탈함에 손에 들고있던 돌을 떨어뜨렸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많이 취해있었던 모양이다.


차에 치인 여자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


그저 술에 취해 헛것을 본 것에 불과했다.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차에 올랐다.


운전대를 잡고 다시 시동을 걸었다.





어서 집에 들어가서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고 싶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천천히 차를 몰던 순간.


다시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환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명확한 소리.


난 조심스레 백미러로 뒤쪽을 바라보았다.





뒷좌석에 앉아 조용히 흐느끼고 있는 여자의 모습.


그걸 보는 순간 뼈속까지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헛것이 아니라면 저 여자는 뭘까? 확실히 봐야할 것 같았다.


그대로 고개를 돌려 뒷좌석을 바라보았다.





거울로 본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앉아있는 여자.


오싹한 그 모습에 고개조차 돌리지 못한 그 순간 큰 충격이 느껴졌다.


급히 앞을 보며 핸들을 잡았지만 이미 늦었다.


차는 도로를 벗어나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망연한 표정으로 애꿎은 브레이크만 밟아대던 그때,


그 여자의 흐느낌이 웃음소리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by. neptunuse



출처 적월 - 공포 카페
http://cafe.naver.com/moonof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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