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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바람에 손을 씻다
게시물ID : lovestory_851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6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05 18:05:52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new

BGM 출처 : https://youtu.be/Q5x_Z6oAw8U





1.jpg

서홍관빈 연()

 

 

 

어머니 꿈에 뵙고

깨어나 잠 못 들고

 

신새벽 강가에 나와

하늘을 보니

 

빈 연이 언제부터

허공중을 날고 있네







2.jpg

문숙허상(虛像)

 

 

 

까치 한 마리가 눈밭에서 눈을 쪼고 있다

작은 발자국을 남기며 무엇을 찾고 있다

하얀 쌀밥 같은 모습에 이끌려 다닌다

허기 앞에 고개를 숙이느라 날갯짓을 잊고 있다

눈을 쪼던 부리에는 물기만 묻어난다

거듭되는 헛된 입질에도 마음을 멈출 수가 없다

이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짓이 저렇다







3.jpg

윤애영바람에 손을 씻다

 

 

 

아이가 두 팔을 벌린다

바람에 손을 씻는다

물들어 본 적 없는 손을

높이 들어 올린다

날아오른다

바람으로는 씻을 수 없는 것이 많은 난

아이의 등 뒤에 선다

바람 쥐는 법을 연습한다

두 손으로 허공을 움켜쥔다







4.jpg

박목월가정(家庭)

 

 

 

지상에는

아홉 컬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 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컬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과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십구 문 반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5.jpg

류근상처적 체질

 

 

 

나는 빈 들녘에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갈 길 가로막는 노을 따위에

흔히 다친다

내가 기억하는 노래

나를 불러 세우던 몇 번의 가을

내가 쓰러져 새벽까지 울던

한 세월 가파른 사랑 때문에 거듭 다치고

나를 버리고 간 강물들과

자라서는 한번 빠져 다시는 떠오르지 않던

서편 바다의 별빛들 때문에 깊이 다친다

상처는 내가 바라보는 세월

 

안팎에서 수많은 봄날을 이룩하지만 봄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꽃들이 세상에 왔다 가듯

내게도 부를 수 없는 상처의

이름은 늘 있다

저물고 저무는 하늘 근처에

보람 없이 왔다 가는 저녁놀처럼

내가 간직한 상처의 열망상처의 거듭된

페허

그런 것들에 내 일찍이

이름을 붙여주진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또 이름 없이

다친다

상처는 나의 체질

어떤 달콤한 절망으로도

나를 아주 쓰러뜨리지는 못하였으므로

 

내 저무는 상처의 꽃밭 위에 거듭 내리는

저 찬란한 채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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