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vette 참고사진 (저는 자동차 이름인줄도 몰랐어서 혹시나 해서 올립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부둣가에서 기나긴 하적 근무가 끝난 뒤 퇴근시간이 되자 마자 곧장 출퇴근 카드를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마중을 나와주지도 저녁 식사도 차려놓지 않았다.
언제나 4시 쯤에는 집에 돌아오는 우리 딸 첼시가 보이지 않는다.
메모 한 장 남기지도 않았고 차 키는 그대로 꼽혀져 있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받지 않는다.
순간 화가 치밀었을 뿐 걱정은 안된다.
18살이나 됐고 세상 물정에 밝아 제 앞가림은 잘 하는 아이니까.
토크쇼 한 편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이 됐는데도 아이가 집에 없어 경찰에 신고했다.
딸아이가 일하는 곳의 사장과 학교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해보고 동네를 집집마다 돌아다녔다.
하지만 아무도 딸을 봤다는 사람이 없었다.
천식을 앓고 있는 다섯살짜리 안경잽이 토미를 빼고.
술집에서 일하는 엄마와 우리층 바로 옆 집에 살고 있다.
첼시가 사라진 그 날 밤 토미는 우리집 앞에서 잔뜩 긴장한 채로 녹색 콜벳에 오르는 딸을 봤다고 했다.
"니가 본 게 확실한 거지?"
"초록색 콜벳이었어요."
경찰 측에서는 나 몰래 만나던 남자친구의 소행이 아닐까 판단했다.
내가 못마땅해 할 만한 그런.
어쩌면 둘이서 사랑의 도피라도 했나.
일주일 후 딸아이를 찾았다.
발가벗은 채 비닐에 싸인 채로 손목은 멍투성이에 이도 몽땅 빠져있었다.
도로변 도랑에 그렇게 버려져 있었다. 죽은 채로.
내가 사는 시에 있는 녹색 콜벳은 죄다 찾으러 다녔다.
의외로 몇 대 되지 않았다.
클래런스에 사는 노년 여성. 수 십년 전 죽은 남편이 녹색 콜벳을 남겼주었다.
시 외곽에 사는 젊은이. 두 달 전에 도로에서 질주를 하다가 사고를 내서 차가 완전히 박살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라드. 우리 동네로 막 이사왔던 그 때가 기억난다.
현관문을 두드리고 정중하게 자기 소개를 하던 모습까지도.
경찰에서 제라드를 조사했다고 전해왔다.
예전에 구속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털어도 먼지하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첼시가 납치되던 밤에는 순찰을 돌던 경찰과 함께 있었다고 했다.
젠장.
헬스장으로 가서 샌드백을 치며 몇시간이고 울분을 쏟아냈다.
하역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 제라드에 대해 털어놔보기도 했다.
주먹 좀 쓰는 친구들이 그 놈을 처리해주겠다고 나서기까지 했지만 거절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밤이 찾아왔다.
나도 모르게 그 놈 집 앞에 차를 대고 있다.
창문으로 보니 티비로 야한 영화를 보며 식은 피자를 먹고 있다.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몰래 뒷문으로 가 손잡이를 돌리고 고무 장갑을 꼈다.
집으로 돌아와보니 우리집 길목 앞에서 토미가 장난감 트럭을 가지고 놀고 있다.
"신발에 뭐에요?"
"아무것도 아냐."
나를 졸졸 따라오며 질문을 해대는 통에 마른 침을 삼키고 서둘러 잔디에 발을 비벼댔다.
"아직 안지워졌어요. 신발이 완전 초록색이잖아요!"
"초록색?"
그 자리에서 온몸이 굳어버렸다.
토미가 있는 가로등 쪽으로 다가갔다.
"여기요. 신발 여기저기에 초록색 물감이 묻었잖아요!"
하지만 분명, 내 신발은 온통 시뻘건 얼룩 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