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네 손이 그런식으로 움직일때마다 정말 보기좋았어.꼭 날 위해 춤추는것같았거든.지금 이 편지들을 보고있으니 네 손눌림의 안무를 기록해놓은것같아 케이.
지금까지 이렇게 잘 보관해서 누군가 나중에 얼마든지 꺼내볼수있게한 배려라고 여길게.
근데 편지써놓은 내용말야 부끄럽지않아? 지금 가장 내밀한 네 속살을 엿보는 느낌이야. 이 침대에서 너랑 같이있을때보다 더 부끄러워.
내가 더 부끄러운 부분을 읽기전에 당장 네가 무덤에서뛰쳐나올것같아.그정도야.네가 보고싶어 케이
ㅡdear.leap 내가 잘못ㅡ어 립.너한테 한말 전부 진심으로그런거 같지만 전부 실수ㅡ거야.내가 다ㅡ수한거야.네가 그렇게 가ㅡ리니까 난 더 망가ㅡㅡ거같아.내가 잘못했어.
정말 최고의 악필이야.글씨가 너무엉망이라서 거의해독을했어.매번 넌 네마음을 숨기고싶어했지.넌그날 무지 차갑고 도도하게굴었어.그때 내가 여기에 오지않았다면 어쩔뻔했어?그때 내가 피곤해서 침대에 앉지않았으면?우린 어떻게되었을까 케이
너네집 이불은 정말 부드러워.피폐해진 몸과마음을 달래주는 따듯한 위로처럼 녹아들지.그 부드러움에 배가 아릴정도로 자꾸 빠져들어서 다음날 아침까지 나오기힘들정도였으니까.차라리 이불보만 냉큼 가져가고 너랑 헤어질까했지.네가 날 안고 넘어뜨려기전까지말야.
침대란 이상한곳이야. 잠이필요한 피곤한 사람을 눕도록 이끌게하곤 방어벽을 허물어뜨려 속마음과 본능을 꺼내버리거든.낮과밤에 따라 우리 모습도 다르게만들어.
너희 부모님이 한꺼번에 돌아가시고 내가너희집에 위로차 갔을때,넌 여기서 울다지쳐 잠든줄알았어.근데 여느때처럼 그냥 엎드려서 게임하고있었지.난 뭐라고 위로해줄거리가없어 너랑 같이 게임을 했었고.
너희 부모님이 쓰시던 침대위에서 밤새도록 말없이 게임만하다 잠들었어.우린 그저 부모님이없어서 이렇게 게임을맘껏해도되는 달콤함에 짜릿했지. 밤이되었을때 넌 자면서 너도모르게 울고있었지만.
케이.넌 감정을 애써 숨겨왔겠지만 밤에 잠들면 너도모르게 네 감정들이 무의식을 뚫고 외쳐대곤했어.잘자다가 식은땀흘리면서 일어날때나 기분좋게중얼거리며 잠꼬대하면 난옆에서 지켜보곤했거든. 그러다 잠잠해지는 순간이 있어.이불이 부시럭거리고 침대의 이음새가 삐걱거리는 그런 가운데
숨소리를 듣다보면 정말 너랑둘만 남은거같았지.어쩌다이렇게될수있을까.알수없는뭔가가 우리둘을 망망대해에서 침대라는 나룻배를 띄워놓고 둘만남겨놓은것같아. 세상돌아가는소리가 파도소리를 내고 말야.
정처없이 떠도는 막연한 관계속에 애증의 파도가 오랜세월 오고가면 언제부턴가 눈빛만봐도 의중을 알아차리게되는거야.그것이 싫든좋든간에. 난 그 모든 순간을 기적이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