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의 시작과 배경
영화는 조선 후기 철종 19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방 곳곳에서 탐관오리의 부정부패와 농민착취로 민란이 일어나던 시기에 의적을 자처하는 도적들(군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위치는 전남 나주로 대부분의 인물은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오프닝으로 흔한 구성인 초반 액션을 포함한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감동받아 울고싶을 지경이었다.
역사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그 시대 복색이 어땠는지도 모르지만 분장과 의상이 너무나 진짜 같아 정성이 느껴졌다. 자본력의 힘이 있었겠지만 연출자의 의지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연기파 배우들, 이른바 윤종빈 사단이라고 하는, 의 대거 등장도 미리알고있었지만 중요한 볼거리다.
.
2. 액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을 부분인 액션을 따지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영화 등급으로 생각된다. 액션의 종류 중에서도 무술 액션영화로 장검, 단검, 활, 철퇴(?), 손잡이가 긴 창과 같은 대검, 푸줏간 칼, (지팡이칼.. 부채... 개틀링......) 등 인물 특성에 맞는 무기들을 사용하는 인물들이 등장해 볼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부각되는 무기는 강동원이 사용하는 조선식 장검으로 (정확히 조선식인지 본인은 판단 불가) 검을 이용해 대결하는 장면이 매우 많이 나오는 것이 만족스럽다. 그러면서도 카메라를 흔들어 액션을 흐리는 것이 적고 슬로우 모션도 때때로 등장해 검술에 대한 연구가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장면들이 많아 매우 좋았다. 무술, 특히 검술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 나는 이 영화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를 보진 못했던 것 같다.
.
3. 두 주인공
영화는 특이하게도 각기 반대편에 서있는 두 명의 주인공이 대립하는 구도를 동시에 양쪽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서 자칫하면 관객을 혼돈스럽게 만들 위험이 있다. 게다가 두 주연배우 말고도 많은 조연배우들 중 유명배우가 상당히 많고 액션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리고 정확히 따지자면 대립 구도는 강동원:도적패 여서 1:n 으로 구성되어있고 강동원의 외모가 다른 배우들보다 훨씬 잘생겨서(??) 강동원을 위한 영화, 감독의 강동원 덕질 영화라는 평을 듣고 있지만 사실 여기에는 스토리 구성과 주제표현을 위한 의도가 깔려져 있음을 고려해야만 한다.
하정우는 백정으로 사건에 휘말려 죽은 가족의 복수를 하려는 인물(도치)로 그려진다. 단순하고 감정적이며 무식하고 하층민인 도치의 장점은 맷집과 과감함, 하지만 자신을 구해 군도의 일원으로 추천해준 이경영(땡추)의 가르침을 받아 조금씩 깨달아 가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부호 양반의 서자로 태어나 19세에 최연소로 무과 급제를 한 검술의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인물(조윤)로 등장한다.
.
4. 두 스토리
도치는 천민 백정 신분으로 가난하게 하루하루 먹고사는 인물이지만 조윤에게 살인청부를 받고 착수하지만 임신까지 한 사람을 죽일 수 없어 실패하고, 조윤의 부하에게 가족과 함께 몰살될 위기에 처하지만 구사일생으로 본인만 살아남아 복수를 하려 했지만 그 또한 실패하여 붙잡혀 죽게 되었는데 그를 눈여겨본 땡초의 추천으로 군도에 합류하게 된다. 수련을 하며 복수를 꿈꾸지만 땡초에게 복수나 업보의 의미를 가르침받아 영화의 결말엔 조윤을 용서하게 된다. 도치의 스토리는 이처럼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조윤은 등장부터 다른 인물과 다르다. 쓸데없는 설명을 왜 하는걸까 하는 나래이션이 출생과 어린 시절, 무과급제에 대해서 설명해주며 등장한다. 배다른 정실 동생이 태어나자 그를 질투하여 죽이려다 실패하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그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나이들어 늙어버린 아버지를 대신해 관과 결탁하여 백성들을 수탈하고 재산을 늘려간다. 배다른 동생이 죽고 그 처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도치에게 살해를 청부하지만 실패. 계속 악행을 일삼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조카를 발견, 봉기한 농민들 사이에서 조카를 품에 안고 도치과 결투하다 아기가 위험에 처하자 대신 자기가 칼을 맞게 되고 결국 죽게 된다.
.
5. 눈에 띄는 부분들과 주제표현
보통의 액션 블록버스터는 스토리가 매우 단순하며 시점이 일관적이다. 선 악 구도가 명확하여 권선징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액션의 통쾌함과 주인공의 승이를 통해 희열을 맛보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스토리에서 이상하게도 눈에 띄는 장면들이 있다. 특히 조윤에게서.
- 조윤의 과거사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는 나레이션
- 동생을 죽이려고 시도한 어린시절, 어머니의 등장에 죽이지 못한게 아니라 살해를 포기하고 나서 어머니 등장
- 백성들을 착취하여 빼앗은 토지를 아버지 명의로
- 자신의 조카를 발견하자 신분을 가락지로 확인, 성별을 확인하고도 죽이지 않으며 자신의 방에 데려옴
- 아버지를 죽이며 하는 대사의 내용
- 아버지를 죽인 후 자신에게 기어오는 조카를 보호
- 농민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의 대사 '신분상승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자의 칼은 받아주겠다.' (정확하지 않음)
- 조카가 도치의 칼에 맞게 될 위기에 처하자 조카를 피하게 하고 자신이 목에 맞음
- 쌍욕을 하며 복수를 하려는 도치는 조윤이 죽은 후 상투를 자르지 않고 '성불하시오' 라고 말한다.
.
이 중에서 가장 수상했던 점은 조카를 발견하고 죽이기는 커녕 자기 방에 데려와버려서 아버지에게 들켰다는 점이다.
도치를 시켜 살인청부를 해서까지 없애려고 해놓고도 왜 죽이지 않았을까?
애초에 왜 자신이 직접 죽이려고 시도하지 않았을까?
.
보통의 액션 영화였다면 조윤은 악역으로 악의를 가지고 서슴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물론 서슴없이 살인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악의를 가진 자 (자신의 출세욕, 이기심으로 가득찬 자)의 행동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꽤나 있다.
.
위 모든 상황을 설명해주는 하나의 답이 있다면 조윤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살아왔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백성을 착취하여 부를 쌓아온 인물이었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백성을 착취하였으나, 자신의 동생(배다른 동생이라고 해도), 그 부인, 그 동생의 조카를 직접 죽일 만큼 악하지 않았으며 그것과 아버지로부터의 인정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를 죽이며 하는 대사는 그 내용을 잘 보여주는 하이라이트다.
.
따라서 이 영화는 보통의 액션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결말을 제시한다. 조윤이 절대적으로 악한 사람도 아니었고 도치가 선한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에 땡초는 '누구도 잘못은 없다'고 도치에게 가르침을 전한다. 거기에는 인과의 업, 원인과 결과, 즉 자신의 행동과 되돌아오는 반작용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주제의식,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다.
그래서 조윤은 도치에게 죽지 않고 아무 죄 없이 피해를 받은 자 김성균(농민)에 의해 죽게 된다.
또한 도치와 조윤은 각각의 업을 풀어가며 영화를 끝낸다.
탐욕에 눈이 멀어 악행에 동조했고 조윤에게 복수심을 가졌던 도치는 조윤의 머리를 자르지 않고 명예를 지켜주며 용서하고 아이를 맡아 기른다.
조윤은 자신의 조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다.
동등한지 아닌지 따질 수는 없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업을 풀어가며 영화는 끝난다.
.
5. 아쉬운점
강동원의 발음...어조...
BGM 컨셉, 새로운 시도는 알겠는데 너무 어울리지 않음
나중에야 찾아봤지만 실제 영화 주제와 마케팅 내용이 매치되지 않음.
6. 총평
두 인물로 두 가지 이야기를 조선시대의 무술 액션 영화라는 소재로 풀어낸 영화.
무술영화로써 대만족함.
감독의 다음 영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