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己>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라 그런지 나는 작은 감기에 걸려버렸다. 콧물이 시도 때도 없이 새어 나오고 종일 코가 막힌다. 냄새도 나는 듯 마는 듯, 다행히 기침은 심하지 않다. 그런데 콧물에 환각물질이 들어 있는지 감기에 걸린 후로는 세상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 특히, 거리에 있을 때 하늘은 어시장 바닥에 나뒹구는 생선 대가리의 눈동자처럼 나를 쳐다보는 것 같고, 이따금 바람은 자꾸만 누군가의 비명을 몰고 오는 것 같아, 서늘하면서 비릿한 기운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