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 후 의지할 건 동기밖에 없던 훈련생 시절
조교 몰래 저희끼리 무서운 얘기를 하던 중에 동기가 해준 이야기 입니다
동기는 어릴때부터 집안이 굉장히 어려웠대요
속된말로 '찢어지게 가난하다' 라고하죠
그래서 동기는 어느 순간부터 보이기 시작한 귀신들을 가족에겐 늘 비밀로 숨겨왔대요
당장 돈을 벌어도 모자랄 판에 일년 뒤면 군대까지 가게 된 것과 더불어
귀신을 보면 신기가 있는 거고 신기가 있으면 박수무당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에요
온갖 귀신을 다 봤지만 그저 못 본척 못 들은척 그렇게 참으며 지냈다고 해요
시간이 갈 수록 몸도 아파오고요
그러던 어느날인가 동기의 아버님이 돌연 절에 들어가야겠다고 말씀하시더래요
가족 모두가 의아해하며 말려도 봤지만
아버님은 무슨 까닭이신지 무조건 절에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피우시더랍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기의 아버님은 정말로 스님이 되셨대요
가끔 아버님을 만나게 되면 율법이나 그런 스님들이 외워야 하는 것들이
막힘없이 척척 외워진다며 의기양양 하셨더래요
동기가 군에 입대하기 몇달전
아버님을 잠깐 뵙게 되었는데 아버님께서
"혼자 앓느라 고생이 얼마나 심했니" 하시더래요
깜짝 놀란 동기가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여쭤보자
그간 동기가 혼자 끙끙 앓던 일들을 나열하시며
동기 손을 꼭 붙잡고 근심하시더래요
동기 아버님은 그 길로 동기를 데리고 길을 걸으며
그간 사정을 모두 말씀하셨대요
왜 스님이 되어야만 했는가, 언제부터 당신도 그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셨는지까지..모든걸요
문득 발걸음을 멈추시고 동기 눈을 인자하게 바라보시며 말씀하셨대요
"이제부터 보여 줄 것은 눈으로 믿지말고 마음으로 믿으렴"
하시더니 잠깐 동기 눈을 감게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뜨라고 하셨대요
눈을 뜬 동기 눈 앞에 펼쳐진 건
아버님을 기준으로 좌 , 우 얼굴에 빨강 파랑색을 한 빌딩만한 거인 두명이
그간 동기들 눈에 보였던 것들을 쇠사슬 틀에 大 자로 묶어 어디론가 가고 있더랍니다
발걸음을 옮기던 거인들이 꾸벅 인사를 하자 동기 아버님께서도 끄덕거리시며
웃으셨대요
연기처럼 사라진 거인과 묶여가던 귀신들이 연기처럼 사라지고나서
동기는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대요
지금은 연락이 닿질 않아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만나서 그 얘길 또 듣고 싶어요
사실인지 아닌지 저도 모르겠어요
그치만 흥미진진해서 사실이라고 믿고 싶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