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게시판이니 본인의 군생활 경험담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한겨울 밤새워 행군을 하다보면 앞에가는 전우들의 헬멧과 군장위로 성애가 내립니다.
(이과라 성애는 내리는게 아니라 생성되는거라 적고싶지만 오늘은 문과풍으로...)
힘들어 고개 처박고 땅만보고 기계처럼 걸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제 앞으로 반짝반짝거리는 동료들의 머리와 군장이 은하수처럼 펼쳐 집니다.
그 모습에 취해 멍하니 앞을 보고 가다보면 뒤에선 고참이 한마디 합니다.
"야 존나 힘든데 존나 이쁘지 않냐?"
그 당시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같이 멋지고 아름답던 장면들을 공유할까 합니다.
외지훈련장 다녀오는길 육공 뒤를 따라오던 다방아가씨
새빨간 입술로 "오빠들 화이팅"외쳐주는데
너무 이뻤어요~
훈련복귀중 제 동기가 불렀던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
"먼산~ 언저리마다 너를 남기고 돌아서는~"
처음 들어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야간에 헬기탑승을 하면 블레이드의 정전기로 인해 반짝반짝 빛이나는데
밤하늘의 별처럼 이뻤어요~.
전술훈련 중
안개 자욱한 새벽의 숲속
그 고요한 아름다움 마치 달력의 한장 같았어요~.
특교단 공수기본과정 여자교관님(최 W L하사)
우리한테 소리지르고 악지르고 굴려도
너무너무 이뻐보였어요~.
자대 전입와서 처음 본 전역자 도열
그 사이로 손흔들며 지나가는 까마득히 먼 존재인 전역자
너무 멋있고 부러웠지요~.
제설작업중 연병장 스피커로 들려오던
이수영의 노랫소리
너무 아름다웠어요~.
대민지원 끝나고 수고했다며 주는 막걸리는
최고로 맛있었어요~.
작업끝나고 돌아오는 길 리어카위에 타고 달려를 외치던
철없던 말년고참의 모습도
지금생각하면 되게 귀엽게 느껴지네요.
전역전날 마지막 불침번을 서며 보았던 잠자는 후임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이쁘더군요~.
물론 X같은 기억은 더많은게 군대긴하지만...
세월지나 보니 힘든 것 보단
아름다운 장면들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걸 보면
군대 다녀온데 후회는 없다고 생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