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5mTSFWUc7ak
김덕규,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
772함(艦)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漆黑)의 어두움도
서해(西海)의 그 어떤 급류(急流)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지역(作戰地域)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772함 나와라
가스터어빈실 서승원 하사 대답하라
디젤엔진실 장진선 하사 응답하라
그대 임무 이미 종료되었으니
이 밤이 다가기 전에 귀대(歸隊)하라
772함 나와라
유도조정실 안경환 중사 나오라
보수공작실 박경수 중사 대답하라
후타실 이용상 병장 응답하라
거치른 물살 헤치고 바다위로 부상(浮上)하라
온 힘을 다하며 우리 곁으로 돌아오라
772함 나와라
기관조정실 장철희 이병 대답하라
사병식당 이창기 원사 응답하라
우리가 내려간다
SSU팀이 내려 갈 때 까지 버티고 견디라
772함 수병은 응답하라
호명하는 수병은 즉시 대답하기 바란다
남기훈 상사, 신선준 중사, 김종헌 중사, 박보람 하사, 이상민 병장(1988년생), 김선명 상병
강태민 일병, 심영빈 하사, 조정규 하사, 정태준 이병, 박정훈 상병, 임재엽 하사
조지훈 일병, 김동진 하사, 정종율 중사, 김태석 중사, 최한권 상사, 박성균 하사
서대호 하사, 방일민 하사, 박석원 중사, 이상민 병장(1989년생), 차균석 하사, 정범구 상병
이상준 하사, 강현구 병장, 이상희 병장, 이재민 병장, 안동엽 상병, 나현민 일병
조진영 하사, 문영욱 하사, 손수민 하사, 김선호 일병, 민평기 중사, 강준 중사
최정환 중사, 김경수 중사, 문규석 중사
호명된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전선(戰線)의 초계(哨戒)는 이제 전우(戰友)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命令)이다
대한민국을 보우(保佑)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아직도 작전지역에 남아 있는
우리 772함 수병을 구원(救援)하소서
우리 마흔 여섯 명의 대한(大韓)의 아들들을
차가운 해저(海底)에 외롭게 두지 마시고
온 국민이 기다리는 따뜻한 집으로 생환(生還)시켜 주소서
부디
그렇게 해 주소서
윤승호, 수병은 묵언으로 답한다
수병은 묵언으로 답한다
마지막 귀대 명령을 듣기 전에
나의 임무는 끝났다
그저 조국의 부름을 받았고
명령에 따라 나의 길을 갔을 뿐이다
최후까지 조국을 지키고
조국과 어머니품과 같은 함체를 지키려
꽉 움켜잡고 또 잡았다
가라앉는 함체를 잡은 손이 펴지지 않는다
내가 잡은 함체는
둘로 갈라지어 이어보려 했지만
그래도 나는 마지막 까지
나의 가족을 지키듯 잡고 또 잡았다
나는 조국의 명령을 여기까지 들었고
지금도 그 명령에 따르고 있다
서해바다 속에서 동해바다 속에서
그리고 남해바다 속에서
내 땅과 바다를 지키는 수병으로서
영원히 살아가리라
나에게 명령은 이제 묵언으로 답한다
나의 천륜을 갈라놓은 게 너지만
지금 너에게 무어라 물어볼까
너를 어떻게 원망할까 그저 너에게 되물어본다
이제 이 바다를 지키는 수병은
너의 기억에 남아 있을 때 까지
우리는 서해 바다에 남아있을 것이다
오래토록 나에게 서해 바다를 지키게 해다오
살아남은 내 전우에게
이제 남은 명령은 그대들 몫이오
나의 빈자리에 이리 적어 주시오
최후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군인으로 살았다고
그리고 이 모든 답은 묵언으로 답하리
조유정, 아들에게
이 땅은 바라보기도 아까운
벚꽃 만발한 봄이다
눈부시게 푸른 청춘아
너의 꿈 펼치지도 못한 채
얼음처럼 차가운 심해에 누워
생명의 봄을 맞느냐
누구의 죄를 어여쁜 네가 보속하느라
어미의 가슴에 이토록 참담한 슬픔을 주느냐
아들아
어서 일어나 늠름한 모습으로 걸어오너라
똑같은 제복 수많은 젊은이들 속에서도
나는 너를 단박 알아 볼 테다
내 몸에서 나온 사랑하는 아들아
나의 분신인 너를 내가 어찌 잊겠느냐
너의 꽃다운 청춘이 물 아래 곤두박질쳐진 날
나의 삶도 모두 끝났다
너를 잃고 내가 무엇을 본들 좋을 것이며
어떤 진수성찬이 혀에 달겠느냐
내가 죽어 너를 살릴 수 있다면
천 번인들 만 번인들 못하겠느냐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는 아들아
갈라진 조국의 현실에 희생된
숭고한 너의 죽음 헛되지 않게
네 육신보다 더 사랑한 푸른 바다에서
네 혈육보다 더 애절한 조국을 떠받들며
산산이 부서진 천안함과 함께
스무살 젊음으로 편안한 안식을 누리어라
시린 가슴에 너를 묻고
어미가 맨 발로 달려갈 때까지
아들아, 사랑하는 아들아
장미숙, 어머니를 위한 기도
어머니!
슬픔을 조금만 가라앉히시고
바람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어머니!
흐르는 눈물을 닦으시고
여울지는 물결에 눈을 맞춰 보세요
어머니가 흘리신 눈물과
어머니가 주신 사랑으로
지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사나이의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어머니!
이제는 눈물을 거두십시오
조국의 부름 받아
바다의 꽃으로 산화되었지만
어머니의 가슴에서
조국의 가슴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입니다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버지의 모습도
누이의 모습도 보입니다
어머니!
이제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무섭지도 않습니다
가슴에 수 만송이 꽃들이 피어납니다
어머니의 가슴에도
조국의 가슴에도 가득히 피어납니다
어머니!
어머니의 아들이어서
대한의 아들이어서 행복했습니다
다음 생애에도
어머니의 아들로
대한의 아들로 태어나렵니다
다음 생애에는 못 다한 사랑
아낌없이 드리겠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꽃잎들이 흩날립니다
어머니!
이제 떠나려 합니다
웃음으로 보내주십시오
그리고 어머니!
기억하십시오
지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사나이가
등대가 되어
영원히 대한의 바다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신승희, 항해
어느 고요한 밤
잔잔한 바다에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기운이
우리의 가슴에 남아
계속
콕, 콕 찌른다
그 아픔에
우리의 눈물이 비가 되어
잔잔한 바다와 뒤섞인다
우리는 잔잔한 바다를
영원히
함께 항해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