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죽지 않는다. 이것은 아주 일반적인 상식이다. 마녀는 사악한 힘을 가지고 있고, 힘을 유지하기 위해 병을 퍼트려 힘없는 아이들을 잡아먹는다. 그렇기에 마녀들은 죽어 마땅하다.
"대답해!!!"
고문을 담당하는 퍼그씨가 고함을 친다. 그 앞의 초록눈의 릴리는 부들부들 떨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고문을 돕는 하수인이다. 분명 마녀들은 죽어 마땅한데..... 어째서? 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미카엘!! 인두를 가져와!!" "퍼그씨 전 마녀가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사람들이 오해한거라구요!"
그 순간 굉장한 마찰음과 함께 릴리의 고개가 거칠게 돌아갔다. 그녀의 볼은 새빨게지고, 입술엔 검붉은 액체가 맺혔다. 그리고 내옆엔 뜨겁게 달궈진 인두가 쉬익-쉬익- 거리며 거친 숨을 내뿜었다. 방안에 적막이 돌고, 릴리씨의 울음소리가 적막을 메꾼다.
"미카엘"
퍼그씨는 못마땅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왼손을 까닥- 거리며 내게 손짓했다. 퍼그씨에게 인두를 줘야 된다는 것을 알지만 몸이 움직여 지지 않았다. 내가 아는 릴리씨는 누군가를 죽이지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다만 길가의 거지들에게 남을 빵을 나눠준 다정한 사람이였다. 그런데 어째서? 왜?
철썩 -
방을 가득 채운 격력한 마찰음과 함께 위잉거리는 이명소리가 들리자, 뺨에서 시작된 고통이 온몸을 마비시켰다. 커다란 퍼그씨는 나를 한심하단 표정으로 내려봤다. 나는 맞은 뺨보다 그 눈빛을 견딜 수 없었다. 적어도 이공간 안에서 그는 신이였고, 마녀보다 전지전능했다.
"쓸모없는 녀석"
퍼그씨는 가위를 들고 릴리씨의 길고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버렸다. 안돼.. 안돼.. 라고 울음섞인 릴리씨는 의자에 묶여있어서 우는 것 밖에 저항을 할 수 없었다. 릴리씨의 머리카락이 갓난 아기의 머리카락과 비슷해지자 가위는 그녀의 옷자락을 향했다. 아까전까지만 해도 울음을 멈추지 못했던 릴리씨는 처음엔 비명에 가까운 울음 소리를 내며 '미카엘, 도와줘'라던지 '살려주세요 퍼그씨'등 뭐라뭐라 소리를 질렀다. 퍼그씨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퍼그씨의 단단한 주먹이 릴리의 복부에 몇 번 꽂히자 릴리씨는 이내 조용해졌다. 다만 숨이 아까전 보다 훨씬 거칠어졌다. 그제서야 퍼그씨는 만족스러워졌나보다. 릴리씨의 파란색 원피스를 가슴 중간부터 끝까지 잘라버렸다. 그리곤 남은 속옷들도 모두 벗겨냈다. 퍼그씨는 남은 옷가지를 모두 화로에 던졌다.
"흠..."
턱을 괸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퍼그씨의 모습은 이곳이 아니였다면 아마 사람들은 예술품을 본다고 생각 했겠지.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릴리씨를 쳐다 볼 수없었다. 다만 내 눈길이 닿는 그녀의 발가락쪽이 하나,하나 기괴한 모습으로 떨리는 것을 보며 그녀가 두려워 한다는 것 쯤을 알 뿐이다.
"미카엘 밧줄" "...예?" "왼쪽 뺨도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나?"
나는 내 옆에 있는 밧줄을 퍼그씨에게 주었다. 내 손도 어느 순간 부터 떨리고 있었다.
"하긴, 예수가 말하길 오른뺨을 맞거든 왼뺨도 주라고 했지 하하하하!"
퍼그씨는 밧줄을 건네 주는 내 모습을 보며 농담을 던졌다. 그리고 아주 기분 좋은 일이생긴 주정뱅이 처럼 유쾌하게 웃었다. 그 순간 나는 퍼그씨에게서 마녀를 보았다.
퍼그씨는 밧 줄을 들고 그녀의 발을 의자 다리에 묶었다. 릴리씨는 저항할 힘도 없는 것 같다. 릴리씨는 조그마한 사람이기에 커다란 의자에 다리가 묶이자 릴리씨의 비밀스런 그 곳이 적나라게 보였다. 그녀의 왼쪽 젖가슴은 새하얗다. 그래서 인지 두들겨 맞은 오른쪽 젖가슴이 더 새파래 보였다. 릴리가 길가에서 잡은 사마귀 처럼 축 느러지자 내 기억속의 릴리의 다정한 모습이 점점 흐려갔다.
퍼그씨는 의자 앞에 턱을 괴고 쭈구려 앉았다. 그리곤 그녀의 턱을 당겨 왼쪽, 오른쪽으로 돌려보고 있었다.
"하하 참 아까워, 마녀가 아니였으면 내가 귀여워 해줬을 텐데"
그리곤 그의 손이 릴리의 젖꼭지로 향했다. 릴리의 눈동자그 흔들거리고 입술에서 흐르는 피가 점점 더 새빨갛게 변했다. 퍼그이 손이 그녀의 젖꼭지 유린하고 처음엔 손등, 그 다음엔 손바닥으로 이리저리 움직여댓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그녀의 배를 따라 움직이다가...
아주 은밀한 곳에서 멈춰섰다.
"제발......이렇게 애원할께요" "뭘?" "전...마녀가 아니에요 퍼그씨"
다 갈라져가는 목소리로 그녀는 울었다. 퍼그씨의 손은 이상황이 재밋다는 듯이 릴리의 비밀스러운 곳에서 피아노를 쳤다. 그것도 아주 격정적인 피아노, 하지만 이곳에서 울려퍼지는 소리는 아름다운 선율이 아닌 지독한 악마의 노랫소리였다.
그리고 모든게 시시해졌다는 표정의 퍼그씨는 손을 두어번 툭툭 털어버리고 릴리씨의 가슴에 붉다 못해 하얗게 달궈진 인두를 들이댔다. 금방 전까지 죽어가던 릴리씨가 갓 태어난 아이보다 거세게 울부 짖었다. 의자에서 그녀의 몸이 뒤틀리고 뼈마디마디와 관절 까지 따로 놀았다. 퍼그씨는 무표정했다. 치이익- 거리며 인두가 식어가자 두번째 세번째 인두를 안쪽 허벅지에 지졌다. 세번째 인두가 식어갈때 쯤에 릴리씨는 오줌을 지리고 눈이 까뒤집혔다. 그리고 네 번째, 인두가 그녀의 몸에 닿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퍼....퍼그씨?"
퍼그씨는 아무표정 없이 나를 봤다. 그리고 피식 - 하고 웃었다. 그는 손에 들린 인두를 내동댕이 치고 릴리의 목에 손가락을 얹졌다.
"죽었네?" "....네?"
이쯤 되자, 나도 목이메고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죽었다고" "마...마녀는 회복력이 빨라..." "그래, 회복력이 빨라서 죽지 않지. 릴리는 그러니까 마녀가 아니네?" "그럼...그럼..." "마녀를 구별하는 건 쉽지 않아, 그래서 이런 희생이 생기지, 옆에 있는 담배줘봐"
퍼그씨는 릴리의 의자를 통째로 밀어 넘어 뜨리고 그 옆에 의자에 앉았다. 릴리씨는 눈을 뜬 채 죽어있었다. 그는 그게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그녀의 얼굴을 발로 차 눈이 벽면으로 향하게 했다.
"후...."
사람의 살이 타는 냄새대신 담배 연기가 내 콧속으로 들어왔다. 퍼그씨는 창살밖의 하늘을 여유롭게 감상했다.
"오늘도 피곤하겠구만, 저녘까지 치워"
그는 그녀를 의자 채로 끌고 방을 나갔다. 그리고 그제서야 내가 무엇을 목격했는지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바닥에 남아있는 살점 자국, 담배 냄새와 타버린 살 냄새 그리고 선명하게 남아있는 그녀의 오줌 나는 주저 앉아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퍼그씨에게 두들겨 맞고서야 이 방을 모두 치울 수 있었다.
저녘이 되자 마차가 하나 왔다. 옆에선 신부님이 릴리의 시체에 다가 기도를 해주고 그녀의 시체와 나, 그리고 퍼그씨를 싣고 어디론가 향했다.
오후에 퍼그씨에게 얻어터진 덕분에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앉아있는 것 조차 힘들다.
"처음이니?" "예?" "너같은 애송이를 조수라고 붙여주다니" "...죄송합니다" "지금부터 피곤해 질꺼야. 지금 가능 곳은 릴리의 집이거든" "...묻어주러 가는게 아니구요...?" "성당이 관여하는 것은 마녀 구별까지만이다. 그 이후는 우리에게 책임이 없어"
덜컹 - 마차가 심하게 흔들리고 앞에 우겨 넣었던 릴리씨의 시체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보자기 사이로 새파랗게 변해 버린 릴리씨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부터 딸꾹질이 나기 시작했다.
"병신새끼"
끅- 끅- 어깨가 심하게 흔들리고 머리까지 진동이 진행되는 딸꾹질은 그녀의 집앞에 도착 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집앞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나는 마차 안에 남아 퍼그씨가 그녀의 부모와 대화하는 것을 보았다. 릴리에게 빵을 받아 먹었던 거지들도 몇 보였다. 퍼그씨는 마차를 열어 그녀의 시체를 땅에 내려놓았다.
아아 - ! 하며 모인 모두가 탄식했다. 릴리의 어머니는 그자리에서 쓰러지고, 아버지는 할말을 잃은 듯 했다. 그는 릴리가 쌓여있는 보자기를 들췄다. 잘려진 머리카락, 인두 자국과 새파란 멍자국을 확인하기에 오늘 뜬 달은 아주 크고 밝았다. 그 순간 퍼그씨를 향한 욕설이 시작되었다. 시발새끼! 죽일 놈! 내 딸 살려내! 퍼그씨는 빠르게 마차에 올라탔다. 그때 우리가 도망가지 못하게 퍼그씨의 허리에 끈질기게 매달려 욕을 하는 늙은 여자 거지가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세게 끌어안았는지 그녀의 손톱이 그의 허리 춤에박혀 피가 찔끔찔끔 새어 나오고 있었다. 퍼그 씨는 마차에 반쯤 걸쳐진 채로 놔! 놓으라고! 소리쳤다.
"내가 널 저주 할테다 퍼그 브랜든!"
여자 거지가 그의 허리춤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뭐라뭐라 저주의 말을 거칠게 퍼부었다. 그리곤 주변인들도 합세해 마차안으로 발길질을 하고 마부도 두들겨 맞는 중인지 출발 하지 않았다. 발길질이 점점 더 거칠어 지자 마차가 뒤집혔다. 마차가 뒤집 힐 때, 하늘이 보이고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순간 붉게 변하자 나는 정신을 잃었다. 내가 깨어 난 것은 삼일 뒤 성당안에 마련 된 치료공간이였다.
"정신이 드나요?"
다정하게 웃는 신부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의 말에 따라 몇가지 검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자 어머니는 우셨다. 나는 릴리에 대해 물었다. 왜 마녀로 지목이 되었냐고, 어머니가 말하기를 릴리가 준 빵을 먹고 죽은 노숙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 것 때문에 마녀로 몰렸다고, 하지만 사실은 우리 구에 살고 있는 귀족이 릴리에게 성관계를 거부 당하자 보복으로 마녀라고 누명을 씌웠다고 한다.
심각할 정도로 다친 것은 아니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잠이 오지 않았다. 한 삼일 정도 뜬눈으로 밤을 샜다. 끅- 끅- 삼일째 되던 날 죽은 릴리를 볼 때의 딸꾹질이 나기 시작했다.
톡 - 톡 -
창문으로 누군가 돌을 던졌다. 창문 밖엔 누군가가 나오라고 손짓 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듯이 밖으로 나왔다. 검은색 망토를 입고 있는 사람은 망토 모자의 그림자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끅- 끅- 나는 망가진 인형처럼 그를 따라 걸었다. 점점 더 심해지는 딸꾹질에 다리가 망가진 원숭이처럼 휘청거렸다. 끅- 끅 - 끅 -
"허...릅 끄...끄륵.....허억...컥"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딸꾹질이 심해졌다. 괴로워 질 정도로 딸꾹질이 심해졌지만 내 다리는 계속 그것을 따라 갔다. 딸국질이 절정에 다다르자 나는 어딘가 낯선 공터에 다다랐다. 순간 망토가 풀썩 - 하고 내려 앉았다. 그리고 망토만 남은 공간 뒤로 누군가가 서 있었다. 어둠때문에 실루엣만 보였다.
".....거...거기 ..누구야...?" "끄으...컥..끅끅"
그 누군가가 나에게 점점 다가왔다. 그 남자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멀리서 다가오는 그는 온몸을 벅벅 긁고 있었다.
"누구...누구냐니까?"
숨쉬기도 힘든 딸꾹질 때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윽코 나와 거리가 꽤 가까워지자 그가 퍼그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끄....끄윽...퍼그씨..." "미카엘? 너 미카엘이니?"
침을 삼킬 수도 없는 상태가 되자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퍼그씨는 주절주절 뭔가를 말하고 있었는데 물속에 들어간 사람처럼 모든게 웅얼거리듯 들렸다. 다만 확실한 건 그의 허리 춤이 심한 고름과 기포로 휘감겨 있다는 것과 상반식의 대부분이 사람 손톱자국이 시퍼렇게 남겨져 있었다.
뭐라뭐라 주절거리던 퍼그가 일순간 멈췄다. 그리곤 그를 알고 난 뒤 처음으로 공포에 휩싸인 그의 얼굴을 보았다. 몇초지나지 않아 그는 꼿꼿하게 선 자세 그대로 뒤로 넘어져 일어나지 않았다.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내 발 밑에서 무언가가 들썩 거렸다. 동시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거세진 딸꾹질이 폐가 찢어질 정도로 심해졌다. 눈이 흐려지고 내 팔이 무언가에 휘감겼고, 내 발에서 무언가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둥그런 물체가 배 언저리 쯤 타고 올라오자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앗다.
그녀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진한 피맛이 나고 딸꾹질과 함께 나는 피를 쏟아냈다. 내 몸은 격렬하게 피를 쏟아내자, 어느순간 중심을 잃었다. 몸이 미친듯이 뒤틀리고 얼굴만 남아 땅에 검은 줄기를 타고 서있는 릴리는 이리저리 나와 퍼그를 구경했다. 그러다가 릴리의 얼굴이 하늘을 향했다. 나는 아득해져가는 정신 속에 하늘을 올려다 봤다. 그리고 하늘엔 마차에서 봤던 새빨간 달이 나를 비추고 있었다.
"쉿"
라빈이 웅성거리는 아이들을 조용히시켰다.
"너희 조용히 해, 여기 공터 지나갈 때 조심해야되 저주걸릴지 몰라, 무슨일 있었는지 알지?" "라빈 오빠 나 무서워....." "다같이 가면 괜찮으니까 조용히 따라와"
미카엘, 퍼그가 기괴한 모양새로 죽은지 한 달, 그 둘이 죽은 공터는 암묵적으로 저주에 걸린 곳이라며 사람들이 쉬쉬했다.
"라빈 오빠...." "왜 또" "릴리언니는 그럼...진짜 마녀야?" "몰라...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들은 재빠르게 공터를 지나쳤다. 그리고 수풀 속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이 모두 사라지자 수풀 속의 누군가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한 손엔 한송이의 백합이 쥐어져있고, 다른손엔 릴리가 생전에 자주 나눠주던 바게트 빵을 가지고 있었다.
"릴리는 마녀가 아니야. 이 썩을 것들아."
늙은 여자 거지였다. 그녀는 낮고 작은 음성으로 뭐라뭐라 욕을 더한 뒤 그들이 죽은 자리에 릴리를 위한 작은 추모식을 하고 꽃과 빵을 내려두었다.
그리고 늙은 거지가 백합을 두고간 날 이후, 이상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온전한 달이 뜨는 날 마다 병적으로 피부를 긁는 괴인이 나타나고 수풀속에서 딸꾹질 소리가 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