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주변은 없지만 88년 국딩5학년때 극기훈련을 가서 겪었던 기묘한 일 입니다.
막 공포스럽거나 하진 않지만 제딴에는 충격적이었던 일이라서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합니다.
---------------------------------------------------------
때는 1988년 여름~가을로 넘어가던 시기쯤... 그때 저는 국민학교 5학년 이었습니다.
제 또래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때는 왕따나 괴롭힘 이런건 없고 반에 한두명씩 꼭 친구없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성적도, 운동실력도, 가정형편도 별로 좋지 않은... 조용히 등교해서 조용히 집에가는 그런 아이들...
저희반에도 그런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정말 눈에 띄는 아이가 아니었는데도 그 사건때문에 아직도 이름과 얼굴이 생생합니다.(앞으로는 '김군')
김군을 포함해서 5학년 전체 학급이 충주에 있는 한알유스호스텔(글 쓰려고 검색해보니 정확하게는 수안보였네요.)로 극기훈련을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건물 구조는 'ㅅ'자 형태의 건물에 꼭지점 부근에 나선형 계단이 있는 뭐 평범한 유스호스텔이었습니다.
방에는 한쪽벽에는 나무로된 사물함이 있고 역시 나무로된 2층 침대가 5~6개가 있는 한방에 있는 그런 방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엄청 평범하네요.. 슬슬 지루해지려고...ㅠㅠ
짐 정리를 하려고 방에 들어갔는데 한 침대 벽면에 매직으로 쓰여진 초딩필체의 낙서가 있었습니다.
'이 침대는 결핵환자가 죽었던 침대다. 이 침대에서 자면 모두 죽는다' 뭐 이런 유치한 낙서였습니다.
참 유치한 낙서지만 어린맘에 괜히 찝찝해서 아무도 그 침대를 안쓰려고 할 때, 김군이 "그럼 내가 여기서 잘께"하고는 그 침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녁까지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언제나 그렇듯이 교관 눈을 피해서 그 방의 아이들이 방 가운데 모여서 시시콜콜한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새벽3시쯤?되었는데 초저녁부터 혼자 누워서 자던 김군이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더니 상체는 차렷자세로, 하체는 두다리를 곱게 모으고 앉아서는 고개만 돌리면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그 자세 그대로 옆으로 픽~하고 넘어졌습니다.
애들이 거의 다 깨어있는 상황인데 혼자 잠을 자던 김군이 옆으로 픽 쓰러질때까지만 해도 애들은 '뭐지?'하는 상태로 보고만 있었는데... 놀라운 일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김군이 차렷자세 그대로 바닥에 업드리더니 마구 발버둥을 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발로 땅을 밀치면서 가는게 아닌 말그대로 물장구를 치듯이 방을 가로질러 복도로 나가는겁니다. 상체는 계속 차렷자세로 고정이 되있구요...
깨어있던 애들이 김군 이름을 부르면서 따라가는데 그 속도가 그자세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걷는것보다는 빠르고 뛰는것보다는 조금 느린...
초딩5학년들이... 새벽시간에... 친구가 그 기묘한 자세로 방을 가로질러 복도까지 나가서 계속 발버둥을 치면서 기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당황스럽고 공포스럽더군요...
그와중에 김군은 계속 나선형 계단쪽으로 가고 있고... 그때 옆에 있던 한 친구가 김군을 발로 세게 차버렸습니다. 이름을 부르고 난리를 쳐도 안깨어나니 고민끝에 그랬겠죠.
여튼 그래서 김군은 계단을 두세걸음 남겨두고 깨어납니다. 깨어나서는 얼이 빠진 상태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고... 저희들은 교관한테 걸릴까 걱정도 되고 깜깜한 복도에 있는것도 무섭고해서 얼른 김군을 일으켜서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한참을 지나서 김군이 정신을 좀 차리는 듯 싶더니 자기가 방금 꾼 꿈이라면서 꿈 얘기를 해줍니다.
(초딩때라 말투는 다르겠지만 내용은 정확합니다. 하도 충격적인 일이라)
"내가 방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나를 꽁꽁 묶는거야... 아무 이유도 없이...(이래서 차렷자세를 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는 나를 막 끌고가는데 내가 안끌려가려고 막 발버둥을 치는데도 계속 자갈밭 위로 나를 끌고가고 있었어(이래서 발버둥을 치는데도 계속 앞으로 나갔나봅니다.)
계속 그러고 끌려가다보니 자갈밭 옆에는 강이 흐르고 강 건너편에는 뭔가가 막 불타고 있는데 저 앞에 배가 하나 있더라고. 마치 배를 태워서 강을 건너려는 듯이 그러면서 배까지 거의 끌려왔는데. 니들이 나를 깨워줬어"
여기까지 듣는 순간 애들이 전부 비명지르고 난리 났었습니다. 우리가 봤던 기묘한 상황들이 꿈 얘기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었거든요.
2~3걸음을 더 나갔으면 계단에서 떨어지는 상황이었고... 그게 꿈속에서 강을 건너는 배를 타기 전 이었다니...ㄷㄷㄷ
진짜 그때 상체는 꼿꼿한 차렷자세에 발로 땅을 밀고나가는게 아닌 안끌려가려는 듯이 발버둥치는 모습하며, 그 상황에서도 걷는것보다도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가고 있고...
지금 생각하면 무섭다기보다는 신기한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그 얘기듣고 일주일 정도를 방에 불을 켜두고 잤었네요...
지금 생각해봐도 그 자세로는 도저히 앞으로 나갈수가 없는데... 김군이 우리를 놀려주려고 장난을 친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상 88년에 겪었던 신기했던 이야기입니다.
-세줄요약-
1. 초딩5학년때 극기훈련가서 새벽에 친구들과 놀고 있었음
2. 잘 자던 친구가 이상한 자세로 기어가다가 계단에서 떨어져 죽을뻔함
3. 깨우고 꿈 얘기를 들어보니 저승사자가 데리고 요단강 건너려는 꿈과 상황이 딱 맞아떨어져서 초딩들 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