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짧은 이야기 해주는 걸 좋아하셔서, 직접 겪은 것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이상한 이야기를 종종 해주셨다.
그 중 가장 무서웠던 이야기다.
[나는 사람을 죽였어. 전쟁 때 이야기가 아니라, 최근에 말이야.]
비오는 날이었다.
나는 할아버지가 노망이 났나 싶었지만, 뭐, 간만에 이야기나 들어보자 싶었다.
[누구를?]
[잘 모르겠지만 작은 여자아이다.]
[언제요?]
[지난주 금요일에.]
[어떻게 죽였는데?]
[늪에 던져버렸어.]
[왜 그랬는데요?]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니, 할아버지...
더 물어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자, 할아버지는 마음대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멋대로 몸을 잡아끈단 말이야. 머리든, 팔이든, 다리든.]
손목 부근을 보여준다.
아이 손자국 같은 반점이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늪에 던지기 전에는 차도에 냅다 밀쳐버렸어.]
[그건 늪에 던졌던 거랑 같은 아이야?]
[그래.]
이제 슬슬 그만하자 싶을 무렵, 현관문이 덜컹덜컹 울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왔는가.]
아니아니, 그럴리가.
문도 잠겨있고 열리는 소리도 안 들린데다 인기척도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할아버지.
...하지만, 발소리는 나지 않아도 확실히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할아버지는 굵은 새끼줄을 서랍에서 꺼내더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뜰로 나갔다.
벽 쪽으로 돌아가더니, 새끼줄로 무언가를 맸다.
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지만, 작은 아이의 목을 끈으로 매면 저런 느낌일까.
잠시 후, 할아버지가 일어섰다.
작은 아이는 물론 없었다.
[몸 닦을 걸 가져다다오.]
방에 들어온 할아버지가 젖은 옷을 벗으며 말했다.
팔에는 반점이 있다.
나는 수건을 가져와 할아버지에게 건넸다.
하지만 할아버지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팔의 반점이 늘어난 게 아닌가.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리고 있자, 할아버지의 발목이 보였다.
발목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내게는 진흙이 손자국 모양으로 보였다.
[오늘은 두 명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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