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월 이야기
흘러간 시절 달동네 모습을 담은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라디오
연속극이 인기 있었습니다.
그 때는 네 다섯 가구 모여
사는 경우가 허다했었습니다.
흘러간 그 옛날 어린 시절
양팔을 벌린 디귿자 모양의
집에서 살았던 기억 있습니다.
집 한쪽에 두 집씩 네 가구와
가운데는 주인이 살고 그래서
모두 다섯 가구가 살았습니다.
아침 마당 풍경
이른 아침부터 화장실 앞에서
동시에 일어난 어린아이들이
급하다면서 줄을 서고 내가
먼저라며 다투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다 치룬
뒤에 차례가 왔었습니다.
학생들 등교하고 남편들 출근하면
그 제서야 주부들 차례입니다.
마당 한 쪽에 만들어진
지하수 펌푸로 물을 퍼 올려
설거지도 빨래도 같이 했습니다.
그래서 집집마다 가족이 몇이고
고향은 어디 부모 형제는 어디살고
남편은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고
제사는 언제고 그렇게 집안의
대소사를 다 잘 알았습니다.
저녁반찬 만드는 모습을 보면
사는 수준도 비슷했습니다.
골목 시장에서 한 집이 꽁치나
콩나물을 사면 옆집도 삽니다.
한집이 김칫국을 끓이면
옆집도 김칫국을 끓입니다.
부부의 아침 풍경
요즈음은 볼 수 없는 진풍경
참으로 옛날 옛적 이야기입니다.
한밤에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여
찢어진 남편 런닝서츠도 보이고
술에 취해 대문 앞에 벗어 놓은
옆집 남편 구두도 보았습니다.
하루가 멀다 싸움하던 부부도
날마다 술에 젖어오던 남편도
지금은 자손에게 옛날이야기로
편안하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한 밤에 연탄 갈지 않아도 되고
펌푸로 물 퍼지 않아도 되는 시대.
지하철 무임승차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지만 나이만큼이나 빠르게
흐르는 세월이 야속하고 서운하답니다.
“ 가는 세월 그 누가 잡을 수 있나 ” 라고
어느 가수가 오래전에 노래했었습니다.
오래 동안 살아 본 어른들 말씀이
건강 꽉 잡고 자식들 눈치 살피지 말고
금방 금방 쫓아오는 또 다른 세상을 구경하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