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로 달았다가 좀 긴 것 같아서 새로 글 썼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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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대학교 3학년 때니까 7년 전인가?
학교에서 늦게까지(새벽 3시쯤?) 과제하고 나오는 길이었어요.
제가 다녔던 학교 주변의 대학가는 밤늦게까지도 사람도 많고 밝은 편이고..
원래 자주 늦게까지 과제하고 집에 갔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아 빨리 집에 가서 자야지 하고
학교 쪽문을 통과하는데 거기에 어떤 모자 쓴 남자가 핸드폰을 보면서 서 있었어요.
늦은 시간이긴 헀지만 원래 쪽문이 일종의 '만남의 장소'같은 곳이라서 늦은 시간에 약속이라도 있나 보다 하고 스쳐지나 왔는데
따라오는 거예요.
처음엔 잘 몰랐는데, 가로등을 연속적으로 지나게 되면 그림자가 계속 움직이잖아요?
각자의 뒤에서 앞으로 뒤에서 앞으로 계속 움직이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데
제 그림자 옆으로 모자 쓴 그 남자의 그림자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거죠.
순간 오싹하더라구요.
경보로 걸었는데 그림자의 간격이 줄지 않으니 더더욱;;;
뒤는 못 돌아보겠고;;;; 진짜 바닥(그림자 확인하면서)만 보면서 걷는데;;
막 떨리는 마음 한편에서는 그래도 여기는 대학가고, 이 근처에 원룸 투룸 하숙집이 얼마나 많은데 생각하면서
약속이 깨져서 집에가는 거 일수도 있지 하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날따라 그 붐비는 동네가 왜 그리 사람이 적은지 ㅠㅠ
근데 가장 밝은 사거리도 지나고, 꺾어 들어갈만한 골목들도 다 지나는데 따라오더라구요.
원룸 투룸 있는 지역의 끄트머리에 아파트 단지가 있었는데 저는 그 당시 동생과 그 아파트에서 자취하고 있었어요.
(혼자 원룸에서 자취하던 시절에 이것과 또다른 무서운 일이 있었어서, (여)동생 입학하고는 무조건 아파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서.. 무리를 좀 했죠)
아파트에 거의 다와 갈 즈음까지도(쪽문에서 아파트까지, 지도로 확인해 보니 500m쯤 되네요) 따라오는 게 느껴지자
아 이건 내 예상이 틀린 게 아니아 하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골목 하나 정도 남았을때 (작은 도로긴했지만 ㅠ) 무단횡단해가면서 아파트로 급히 들어갔고
다행히 1층에 엘리베이터가 있었어요.
아 살았다... 라고 생각하면서 타고 올라가는데 갑자기 드는 생각이... 밤이라는 것.
그리고 아파트라는 것..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복도 센서등이 들어오는데 그러면 제가 어느 층에 사는지 밖에서 다 보인다는 거죠.
엘레베이터는 도착하기 직전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ㅠ
그래서 살고 있는 층의 아래층에서 내려서... 두 개 층을 뛰어올라갔다가 그 불들이 다 꺼지기 전에 뛰어내려왔어요.
집에 들어갔는데 심장은 진정도 안되고ㅜㅜ
현관 불 거실 불도 못 켜고 혹시라도 보일까 봐 신발 벗고 엉금엉금 기어서 베란다를 가서 내려다봤는데
제가 뛰기 시작한 곳 바로 옆인, 주택가 끄트머리에 있는 편의점에 그 남자가 들어가 있더라구요.
뭘 사는 것 같지도 않고 그 편의점 안쪽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알바생도 아닌 거 같고 손님도 아닌 거 같은게..
들어가는 있는데 유리문에 바싹 붙어 서서 미동도 않고 아파트 쪽을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참고로 제가 그 공포를 느끼며 걸어 오는 길에 편의점이 다섯? 여섯?
편의점만을 위해서 그 긴 길을 올 필요는 없어요..
공포감에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바닥에 더 납작 숙여서 방으로 간 뒤 혼자 무서워하다가 한~참 뒤에 편의점을 다시 봤는데 그 사람은 없었어요.
물론 어딘가 숨어서 봤을 수도 있지만..
그날 결국 불 못 켜고 뜬눈으로 좀 있다가 늦게 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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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는 과제하느라 늦게 집에 가야만 하게 되면, 새벽 5시까지 있다가 집에 가거나 학교에서 밤 새고 그냥 수업 듣고 그랬네요.
새벽 5시쯤 되면 길에 청소부 아저씨도 있고, 신문배달이나 우유배달하시는 분들도 있고, 해도 뜨고 참새는 짹짹 내눈은 다크서클
새벽보다 늦게 귀가하면, 잘 자고 뽀송뽀송하게 꾸미고 상큼하게 1교시 듣는 사람들과 교문에서 마주쳐야 돼서 별로더라구요.
마무리해보려고 했는데 안되네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