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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는 삼류가 좋다
게시물ID : lovestory_848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4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06 18:11:55

사진 출처 : https://partydrugs.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7XeDRDd7YvA





1.png

정일근나에게 사랑이란

 

 

 

마음속에 누군가를 담고 살아가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사랑하기에

젊은 날엔 그대로 하여 마음 아픈 것도

사랑의 아픔으로만 알았습니다

이제 그대를 내 마음속에서 떠나 보냅니다

멀리 흘러가는 강물에 아득히 부는 바람에

잘 가라 사랑아내 마음속의 그대를 놓아 보냅니다

불혹무음에 빈자리 하나 만들어 놓고서야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사랑이란 누군가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놓고 기다리는 일이어서

그 빈자리로 찾아올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어서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나도 알게 되었나 봅니다






2.png

함민복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 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3.png

도종환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 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 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 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 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4.png

나희덕흔들리는 것들

 

 

 

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

삶의 무게는 있어

마른 쑥풀 향기 속으로

툭 튀어오르는 메뚜기에게도

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

 

어느 해 가을인들 온통

흔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새 끝에도

온기는 남아 있어

생명의 물기 한점 흐르고 있어

나는 낡은 담벼락이 되어

그 눈물을 받아내고 있다






5.png

김인자나는 삼류가 좋다

 

 

 

이제 나는 삼류라는 걸 들켜도 좋을 나이가 되었다

아니 나는 자진해 손들고 나온 삼류다

젊은 날 일류를 고집해 온 건 오직 삼류가 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더러는 삼류 하면 인생의 변두리만을 떠올리지만 당치 않는 말씀

일류를 거쳐 삼류에 이른 사람은 뭔가 다르다

뽕짝이나 신파극이 심금을 울리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너무 편해 오래 입어도 끝내 버리지 못하는 낡은 옷 같은 삼류

누가 삼류를 실패라 하는가

인생을 경전(經典)에서 배우려 하지 말라

어느 교과서도 믿지 말라

실전은 교과서와 무관한 것

삼류는 교과서가 가르쳐 준 문제와 해답만으로는 어림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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