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소재를 한국전통 소재에서 억지로 차용하는 것이 아닌 현실 삶에서 찾는 것이 옳다는 지적에는 동감합니다.
다만 그것이 "우리의 삶이 팍팍하고 힘겹기 때문에 그러한 소재를 찾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냐?" 라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에는 분명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문화적 소재란 것이 마치 여유롭고 풍요로운 환경이 조성되었을때야만이 봇물터지듯 쏟아져나올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은 역사이래 시련과 고난에서 피어난 수많은 문화 컨텐츠(문학, 회화 등)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특히 문학이라는 장르는 더더욱 존재기반을 의심받게 됩니다. 장르의 특성상 문학은 언제나 힘겹고 팍팍한 현실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두들 국어시간에 한 번쯤 읽어보았을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또한 일제치하 힘겨운 삶을 살 수 밖에 없던 조선인 인력거꾼의 일상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당시 작가 현진건이 풍요롭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살았는가를 생각해보십시오.
이러한 경향성이 문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십시오. 앞에서 말한 운수 좋은 날의 스토리를 기반으로해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화 또는 샌드박스 장르의 게임을 창작한다고하면 뭔가 흥미롭지 않습니까?
스토리 라인을 원작의 일제강점기로 할 수도 있을 것이고, 현재로 대입해서 멸시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김인턴 정도로 각색할 수도 있습니다. 미생과 같은 작품이 또 하나 나올지도 모르죠.
GTA와 같은 인기있는 문화컨텐츠도 그 소재의 기반은 범죄와 인종차별 비리 등 미국사회의 어둡고 암울한 면입니다. 만일 GTA가 희망찬 면만을 소재로 부각시켰다면 지금같은 성공은 결코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한국적 문화 컨텐츠의 발전을 위해 바꿔야할 것은 문화 컨텐츠를 대하는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애니나 만화책, 게임들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시선은 냉소에 가깝습니다. 특히 40대이상은 더더욱 그렇구요. 셧다운제나 게임 중독법 등의 악법들이 국회에 발의되고 통과되는 기반에는 이를 암묵적으로 지지해주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있습니다.
사실 그렇기에 더더욱 한국적 소재를 잘 활용하는 대중적 문화컨텐츠들이 많이 나와줘야하기도 합니다. 대중의 시선을 바꾸는 건 결국 시선이 닿아있는 대상의 긍정적 변화에서 시작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