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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물은 그릇을 느끼지 않는다
게시물ID : lovestory_847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5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2/27 17:36:52
사진 출처 : http://yoursummerdreamz.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2oXPF2R112k




1.jpg

양해기물탱크의 울음

 

 

 

밤새 물탱크가 우는 소리를

들어본적이 있다네

그르렁 그르렁

벼르는 어떤 사나운 짐승 소리를 내며

 

새벽까지 잠들지 못한 물탱크

몸 뒤척이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네

 

탁한 물과 욕망으로 가득 채워진

나도

하나의 노란 플라스틱 물탱크에 지나지 않았다고

 

나를 대신해

누군가

 

아프게 울어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네







2.jpg

문태준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나의 말은

막 껍질을 깨치고 나올 듯

작디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







3.jpg

백현국슬픔은 빨리고 있다

 

 

 

골목시장어린것이 소걸음이다

 

길을 재촉하는 어미의 성화를 귓전으로 흘리며

솜사탕의 단맛에 푹 빠져 있다

축축한 슬픔을 눈에 달고 빨아대는

저 치명적인 단맛에

무진장 휘둘리는 혓바닥을 보라

솜사탕이 빨리고손가락이 빨리고

마침내 골목시장까지 쭉-쭉 빨아대고 있다

 

젊은 어미는 짜증난 얼굴이다

손목을 낚아채고 종종 걸음이다

어미의 손목 끝에 걸려 유영하는 어린것

이제 입에 남은 것은

닳고 닳은 단맛의 추억뿐

 

순간어린것은 곧장

슬픔의 흔적을 단맛으로 변화 시킨다

혓바닥을 내밀어 쭉

눈물콧물까지 빨고또 빨고 있다

슬픔도 빨다보면 단맛이 된다는 것을

대번에 깨닫는 저 어린것







4.jpg

이문재

 

 

 

물은 그릇을 느끼지 않는다

봄길이던가

그리움도 외로운 것도 덧없이 노곤하기만 해

길에 나를 띄우고 갈 때에

남녁이었는가 꽃을 피워내는 뿌리들이 한껏 고단할 때

쉬엄 저녁이 오고 이슥하게 달빛도 뿌려졌었다

물에서 배워 물이 되려고 무진무진

길을 걸었던 모양이었다

포구에서 끊어진 길을 싣고 푸른 다도해던가

어느 섬으로 들었었다

바다라고 해도 물을 느끼는 것은 손톱만도 못한

파도 같은 물결들일 뿐

해진 옷에선 사람의 소금이 엉기고

나는 어느덧 스물이었다

훔쳐낸 아버지의 인감도장을 찍듯이

떨면서 어른이 되어버렸음을 깨닫고야 말았다

그날 이후론 눈앞이 아른거리는 어른이었다







5.jpg

박명용구경거리

 

 

 

울안에 갇힌 곰을 보러 갔더니

곰은 <너희들 보는 재미에 갇혔다>는 듯

줄줄이 밀려드는 인간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인간이 곰을 구경하는지

인간이 곰의 구경거리인지

하느님

이 세상 울은 어딥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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