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7020101030827033002
(문화일보) 술김에 “무식한 박정희”말했다 징역2년
판결로 본 ‘70년대 엄혹했던 사회상’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가 31일 공식 발표한 ‘긴급조치 판결분석 보고서’에는 1970년대 엄혹했던 우리의 과거사가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유신 독재를 비난하고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재야 인사는 물론 술김에 울분을 떠트리고 박정희 대통령을 비난한 필부들도 긴급조치의 족쇄에 걸려들었다.
◆숨쉬기도 힘들었던 시절 = 1975년 형이 열차에 치여 숨지자 동네 사람들 앞에서 박정희 대통령 욕을 하며 “세금만 착취하고 철도 건널목에 간수 하나 두지 않아 사람을 죽게 했다”고 울분을 토했던 축산업자는 유언비어 유포혐의로 징역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1976년 형이 폭행사건으로 구속되자 말다툼을 벌이던 한 장사꾼은 “우리 형이 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놈은 전부 나오라, 법이 이래서 되겠느냐, 이래서는 대한민국이 망한다. 박정희는 망한다”고 소리쳤다가 징역 1년6개월,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1978년 노인회관에서 술마시던 한 필부는 박 대통령 사진을 가리키며 “저 놈 무식한 놈이다. 한밤중에 총대가리를 들고 들어가 정권을 뺏은 놈이다”고 5·16군사쿠데타를 비난했다가 ‘사실 왜곡 전파’ 혐의로 징역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1974년 선술집에서 “유신헌법은 독재정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김일성이 정치를 잘 한다더라”고 말한 조류사육업자는 술에 취해 말 한 마디 잘못한 대가로 징역·자격정지 10년의 중형을 받았다.
◆긴급조치 단골은 민주화 인사들 = 김대중, 윤보선 전 대통령과 문익환 목사, 함세운 신부 등은 1976년 3월 명동성당에서 700여명의 신자가 모인 가운데 유신헌법 철폐, 긴급조치 폐지 등을 주장하는 ‘민주구국선언문’을 발표했다가 사실 왜곡 전파, 헌법 왜곡 비방 및 폐지 선동 등의 혐의로 최고 징역·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다. 사상계를 출판하던 장준하 전 의원과 백기완 백범사상 연구소 대표도 함석헌 전 민주통일국민회의 고문 등과 함께 1974년 1월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논의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자격정지 12년을 받았다.
1974년 법정에서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을 변호하던 강신옥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변호하며 법은 정치의 시녀, 권력의 시녀라고 단정하게 됐다. 애국학생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있으니 이는 사법살인 행위다. 악법에는 저항할 수 있다”고 변론을 펼치다 법정모욕죄 등으로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자격정지 10년에 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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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난하는 말 한마디만 해도 잡아갔던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