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보충수업 시작 전 옆 아파트에서 저희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뛰어내려 숨진 채 발견되었었어요.
시신이 너무 많이 훼손이 되어 신원이 불분명했고, 학교에는 비상이 걸려 보충수업을 안 하는 친구들 까지 일단 교실에 있게 하고
이미 학교 밖을 나간 아이들에게 모두 전화를 해 어디 있는지 확인을 한 적이 있어요.
죽은 그 오빠는 고3이었습니다.
야자가 끝나고 운동장을 지나는데 고3인 언니 오빠들이 다같이 모여 그 오빠 이름을 부르며 엉엉 우는 모습을 봤던 기억이 나요.
전 그 오빠의 얼굴도 몰랐지만 한동안 너무 기분이 좋지 않았고, 우울감에 빠져 있었어요.
같은 학교였기에 더, 아니 같은 동네일 뿐이었어도 전 이런 감정이 들었을 것 같아요.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이미 5년이 지났습니다.
동아리 활동도 3년 내내 열심히 했죠.
인문계였기에 가족보다 더 자주 봤던 친구들.
여자 끼리는 서로 거의 다 알고 동아리 활동을 한지라 남자친구들과도 허물없이 지내왔어요.
지금도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종종 만나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생존한 아이들... 많이 고통스럽고 힘겨울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고등학생인 시절 같은 학년인 친구들 반 이상이 내가 보는 앞에서 죽고, 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잊혀진다 라고
생각하니 이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럽네요...
이게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니 숨이 턱턱 막히고 정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싶어요.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나요... 이들을 욕하는 여론에 치가 떨립니다.
아무리 치료한다고 해도 평생을 그 기억에 고통스러워할텐데, 이건 시간이 약인 문제도 결코 아닌데...
이제 겨우 100일 입니다... 우리 절대로 잊지 말아요,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