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여성이 여성으로서 살아가는데 특별한 불편부당함을 겪지않아도 되는 세상을 추구하는 게 아니었습니까? 더불어, 진보적으로 그걸 추구하자면, 남성들 또한 남성이기에 겪는 불편부당함이 없어야 한다는 데 동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진보는 [연대]라면서요? 장애때문에 불편부당을 겪는 장애인들과 연대하고,성소수자라서 불편부당을 겪는 성소수자와 연대하고... 그래서 세상 모든 불편부당한 개인들이 연대하는 것이 진보의 이상 아니었나요? 왜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로 가고 싶어합니까? 여성의 문제를 여성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나요?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부당함을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남성은 이 사회의 절반인데 이들과 대화하고 타협해가며 절충해가지 않으면 여성들의 불편을 어떻게 해소하나요?
요즘 진보가 왜 이렇게 격이 떨어지게 느껴지지요? 왜 이렇게 피해망상적이고 신경질적인가요? 왜 대중들을 못가르쳐서 난리입니까? 정작 대중들은 당신들에게 가르침을 받을 생각이 없는데. 품이 더 넓고 깊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론도 척박하게 느껴지고 감동도 없고 가르치려드는 오만함은 하늘 끝을 찌르겠어요.
여성도 여러 개인들이 있잖아요. 독자적인 개인으로 당당하게 사는 여성이고 싶으면 그리 살 수 있어야 하고, 아내나 엄마로서 살고 싶은 개인여성은 그리 살아도 손가락질 받지 않아야죠. 요즘 페미들은 모든 남성이 적이고, 가정주부는 모두 사회적 억압 속에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애나(!) 기르는 존재로 보나요?
정의당 여성위원 글을 보면 업무시간 줄여서 집에 와서 아이를 돌보는 일은 모든 여성들에게 [노동]일 뿐이라는데, [가사노동]에 대한 혐오가 보여서 걱정스러워요. 가사노동이 왜 페미니스트들 안에선 혐오의 대상인지 모르겠어요. [육아]도 원하지 않는데 하는 걸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우리 사회에서 환경미화원들의 노동을 하찮게 생각하는 것과 괘를 같이 하는 느낌이예요.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인데 왜 그걸 하는 걸 하찮게 여기는 느낌인지 모르겠네요. "엄마랑은 다르게 살거야!" 하면서 집 나가는 여중생 보는 느낌이에요. 아직도 자신의 '엄마'가 하찮은 건지, '엄마를 보는 세상의 눈'이 하찮은 건지, '엄마가 하던 집안일'이 하찮은 건지 정리가 안됐나요?
페미니즘 전사는 다들 그리 생각하나요? [가사노동], [육아노동]과 [사회적 노동]에는 급이 따로 있나요? 왜요? 자본주의적으로 돈이 안되고 하찮게 여겨져서?기존의 남성위주의 노동관(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더 우월하다는) 때문에? 그래서 노동시간이 줄어서 집에서 아이 얼굴보며 집안일 하는 게 개인의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 학원수강하는 일보다 낮춰볼 일인가요? 전 노동시간이 줄어서 집에서 아이와 더 있을 수 있다면 그게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인 개인이에요. 저는 반페미니즘 적인가요?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자각이 부족하고 공부가 모자란가요? 그래서 제가 페미니즘을 공부해서 제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 제 아이를 덜 봐야 하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향해 유리천장을 깨부시는 일에 인생을 걸어야 하나요? 제 행복이 아니어도?
무슨 진보가 이렇게 전체주의적인가요? 우리당의 페미니스트들은 제가 꿈꾸는 여성으로서의 삶은 보수적이고 남성중심적이라고 보나요? 요리하는 게 싫고 살림하는 게 싫은 여성은 그렇게 살아도 행복해야 하고, 아이를 낳기 싫어하고 키우기 싫은 여성은 또 그렇게 살아도 행복해야 해요. 그리고 살림하고 아이낳고 사는게 행복한 여성은 그렇게 살아도 반페미니즘적이라고 비웃음 당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뭔 이념이 개인의 행복에 이렇게 시시콜콜 간섭하는 느낌이래요? 좀 크게 대승적인 정치를 하는 페미니즘 하시면 안돼요? 너무 나노마인드로 글쓰고 성명 발표하고 정당 이름 내세우시니 민망해 죽겠어요.
여성주의-라면서 여성적인 특징을 우습게 보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 학교에서 꼭 남자처럼 입고 남자처럼 강한 어조로 말하고 담배 뻑뻑 피면서, 남자와 동등하게 사회에서 싸워나가는 여성이 여성지도자답다는 식으로 말해지던게 전 너무 촌스러웠어요. 내가 여성인데, 왜 내 자연스러운 여성성이 부정당해야 하지? 전 국민학교때 남자애들한테 지기 싫어서 바지만 입고 다녔고 컷트머리만 했어요. 나이가 들면서 제가 가진 여성성이 너무 좋구나 여겨지면서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남은 엄마의 삶을 엄마 개인의 삶으로 충실하길 바라기 시작하면서 제 삶 또한 그러하길 바라고 사회가 원해서 꾸미는 여성성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여성성을 편하게 받아들여요. 요즘도 여성정치인들을 보면 대부분은 여성의 탈을 쓴 남성을 보는 느낌이라, 여성다운 정치란 무얼까 가끔 생각하기도 합니다. 최근 표창원 의원의 [더러운 잠] 건에 대해서도 저는 논란 자체가 우스웠어요. 여성의 나체를 보고 잠시 부끄러울 수는 있지만, 그 감정은 유교가부장적 사회가 제게 학습시킨 수치심이라고 여깁니다. 여성의 나체가 왜 부끄러워야 할 대상인가요? 연못 가에 고추달린 천사상은 다들 막 세우면서, 잠지달린 여자아이천사는 본 적 없는 것과 같달까요? 웃기잖아요. 그런데 그걸 갖고 싸우네요? 요즘 페미니즘이 엄청 한가한가보다 했어요.
엄마들이 정말 필요한 건 노동시간 단축이 지금 현재는 맞아요. 남의 손에 맞긴 내 아이, 한시간이라도 더 내 품에서 여유갖고 보고 싶어한다고요. 맞벌이 안해도 잘 살 수 있다면 그냥 내 새낀 내가 키우고 싶은 엄마도 있을거라고요. 그래도 종일 혼자 육아하는 건 버거우니 사회적 도움은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육아를 남의 손에 다 맡기고 싶은 것도 아닌 엄마들 많습니다. 페미니즘은 왜 여성성의 모성은 부정적으로 봐요? 그냥 페미니즘 하는 정치인들이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데 안돼서 그러는 것 같아요. 당신들이 사회적 공감을 못얻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당신들의 페미니즘적 역량이 거기까지인 거예요. 저같은 여성들조차 '이런게 페미니즘이었던가?' 되묻게 만드는게 지금의 여성위라고요. 왜 이런 걸로 당 지지율을 갉아먹어요?
제가 이렇게 쓴다고 해서 남성분들이 기뻐한다고 적을 이롭게 하는 글로 치부하시려나요? 저를 남성들에게 칭찬받으려는 여성으로 욕하시려나요? 요즘 페미논쟁에서 저같은 여성은 그렇게 취급되더라고요. 남성적인 문화들 중 부정적인 것들에 제가 얼마나 부당함을 느끼고 당하지 않기위해 애써왔는가는 인정도 못하는 것 같은 분위기? 남성적 문화라고 다 나쁜 거 아녜요. 여성적 문화라고 다 좋은 거 아니고요. 문화는 다양하고 여러 얼굴이 있잖아요. 사회문화를 다루는 학문이면서 왜 이렇게 딱딱해요? 개인이 집단으로 취급되어 개인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지 않게 노력하는 게 더 옳아요. 여성의 피해의식도 남성의 과한 책임의식도 서로 연관이 깊은 병리현상이예요. 좀 넉넉하게 품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