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 내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지지세가 심상치 않다. 민주당 대선 후보지만 '오른쪽'에 손을 내미는 '대연정' 공약이 보수층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범여권 보좌진 일부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안 지사를 지지하겠다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 새누리·바른정당 보좌진 "민주당 경선 언제인가요?"
10일 여론조사업체 갤럽의 조사결과 안희정 충남조지사의 지지율은 2주 전보다 9%포인트 오른 19%를 기록했다. 2주만에 기록한 가파른 상승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3%포인트 떨어진 29%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안 지사에 대한 여권의 지지율이 문 전 대표를 크게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하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새누리당 지지자 모두 문 전 대표보다 안 지사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렇다보니 여권의 안희정 돌풍은 단순히 '호감'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예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안 지사를 민주당 후보로 만들어주자는 적극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당 내 조직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국민 경선 참여로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다.
바른정당의 한 보좌진은 "현 대선 주자 중 안 지사가 낫다는 생각을 한다"며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볼까 해 일정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보좌관도 "문 전 대표와 비교했을 때 합리적이고 말이 통하는 느낌"이라며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이야기하면서 의외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구·경북(TK)를 지역구로 한 이 보좌관은 "지역에서도 안 지사에 대한 호감이 꽤 높다"며 "50대 후반의 보수 성향인 사람들도 안 지사를 도와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새누리당 보좌관 중에서도 안 지사의 상승세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사람이 꽤 된다"며 "경선 참여도 진지하게 고민중"이라고 귀띔했다.
◇ 문재인 거부감도 보수진영 지지율 상승에 한 몫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에 대한 온도차는 극명히 나타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차기 대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여론이 여권 내에서 팽배한 상황에서 안보 문제 등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문 전 대표를 대신할 차선책으로 안 지사를 선호하고 있다.
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은 "안 지사는 좌파지만 오른쪽에도 손을 내밀면서 협상이 가능한 느낌이 있다"며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안 지사라면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안 지사는 선거판에서 적절한 자기 포지셔닝을 찾는 데 탁월하다"며 "탁월한 정치 공학자"라고 평가했다. 문 전 대표에 비해 보수 진영을 끌어안는 확장성이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13일 시작되는 민주당 국민경선단 모집에서 보수 진영에 몸을 담고 있는 여권 관계자들도 일부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 당원이라도 당원 여부를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참여 차제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이번 경선에도 도입한 완전국민경선제는 자동으로 참여하는 권리당원 20만명에 대해 가중치 부여하지 않아 여권 관계자들이 선거인단 등록을 하고 투표에 참여할 경우 충성도 높은 민주당 일반 당원과 똑같은 한 표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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