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속에 나오는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을 첨부합니다. 쫌 무서워요.
*깜놀 방지용 공백
*쫌만 더 스크롤 하심 사진 나와요
제니는 보통 뭔가를 한 번만 들어도 거의 다 기억을 하는 편이었다.
교실에서 싸움이 벌어졌던 날짜라던가 이웃집에 사는 아주머니의 사촌 이름까지도.
하지만 단짝 친구인 새라는 완전 반대였다.
제니의 생일 마저도 잊어버리고 만나기로한 시간도 자주 깜빡하곤 했다.
허구헌날 집에 지갑을 놓고 나왔다느니 이번에는 열쇠를 까먹었다느니 등등.
어느 날은 둘이서 같이 집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새라는 그 날도 늦게 왔다.
당연히 제니에게 딱히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한두번도 아니고 친구로 지낸 몇 년 동안 그렇게 자주 집에서 봤었는데
언제나 늘 여전히 새라는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같지도 않는 변명이나 해댔다.
'나랑 제일 친한 친구긴 하지만.. 언젠간 자기 집 주소도 잊어버리지 않을까..'
제니는 전자렌지에 봉지팝콘을 넣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막 조리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초인종이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혼자 궁시렁 거리며 현관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새라가 거의 쓰러지듯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거야??"
"나.... 엄마한테 버스비 달라고 말하는 걸 깜빡.. 해가지고... 걸어왔거든..."
가쁜 호흡을 하며 대답하는 새라를 자세히 보니 머리도 헝클어지고 신발끈도 한 쪽이 풀려있었다.
"근데 어떤 이상한 남자가 있었거든... 나도 첨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근데 이 남자가 내 뒤를 계속 따라오는거야..
그래서 내가 속력을 높였더니 똑같은 속도로 나를 따라오길래... 무작정 막 뛰어서 겨우 따돌렸어...."
얘기를 하면서 새라는 점차 안정을 찾았다.
"근데 내가 진짜 너무 무서워가지고.. 나한테 무슨 험한 일이라도 생기는 줄 알았어.."
"이제 괜찮아.. 진정해.."
눈물을 터뜨리는 새라를 가만히 안아 주면서도 제니는 어쩌면 이 이야기도 핑계거리로 지어내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했다.
제니의 동네는 그래도 꽤 안전한 편이라고 알려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너를 따라오던 게 아니라 그냥 이상한 사람이 길에서 우연히 걷던 것 뿐일 거야."
"그런가? 그렇겠지?"
새라는 아까보다 훨씬 안정을 찾았다.
마침 울린 전자렌지 알람이 영화의 시작을 알려주는 듯 했다.
제니가 그릇에 팝콘을 담는 동안 새라는 외투를 벗어 정리해뒀다.
음향효과 설정을 최고로 올려놓고 할로윈을 반쯤 보고 있었을까.
마침 맥주가 다 떨어져서 제니가 부엌으로 향했다.
싱크대 서랍에서 병따개를 찾다가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엄마가 용도별로 구비해 둔 칼은 정확히 열 세 자루였다.
지금은 가장 큰 칼이 빠진 열 두 자루만 남아있다.
보통 사람들 같았으면 다른 곳에 뒀겠거니 생각했을지 몰라도 제니는 달랐다.
기억력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니까.
무언가 잘못 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새라!!!!!!!!"
"왜?????"
"너 들어올 때 문 잠갔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