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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따뜻한 고요
게시물ID : lovestory_846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2/06 18:02:18
사진 출처 : http://yoursummerdreamz.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CYVbR-hWA2g




1.jpg

나석중따뜻한 고요

 

 

 

오래된 뒤주 위가

보기 좋다

꽃병에 꽃이 웃고 있어

꽃도 꽃병도

서로 좋아하고 있어

 

그 아래 다듬잇돌 위

나란한 다듬이 방망이 두 짝

건네 오는 눈빛 다정하다

 

뒷전에 물러 앉아

그런 말 없는 것들의

말 없이도 소곤거리는 것들의

 

주인은 따로 계시면서

보이지 않는 고요가

따뜻하다







2.jpg

김금하거미

 

 

 

집 한 채

허공에 떠있다

 

허방에 걸린

저 얇디얇은

 

투망에

목숨이 걸려있다

 

바람이 철썩

삐거덕

집 한 채 출렁인다

 

아찔하다

산다는 게







3.jpg

안상학아버지의 검지

 

 

 

지문이 반들반들 닳은

아버지의 검지는 유식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신체에서 눈 다음으로

책을 많이 읽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독서를 할 때

밑줄을 긋듯 길잡이만 한 것이 아니라

점자 읽듯 다음 줄 읽고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쪽마다 마지막 줄 끝낼 때쯤 검지는

혀에게 들러 책 이야기 들려주고

책장 넘겼을 것이다

언제나 첫줄은 안중에 없고

둘째 줄부터 읽었을 것이다검지는

모든 책 모든 쪽 첫줄을 읽은 적 없지만

마지막 여백은 반드시 음미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유식했을 뿐만 아니라

삿대질 한번 한적 없는 아버지의 검지였지만

어디선가 이 시를 읽고는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이렇게 아버지의 여백을 읽고 있는 중이다







4.jpg

한미영식혜

 

 

 

엿기름물에

잠긴 밥알들이

속속들이

몸을

삭히고 있다

 

편안한

소멸의 풍경

 

나도

잘 삭혀진 밥알로

가볍게

세상 속을

떠다니고 싶다

 

누군가의 가슴 한켠에

잘 발효된

한 그릇

시원한 식혜로

남고 싶다







5.png

윤성학뼈아픈 직립

 

 

 

허리뼈 하나가 하중을 비켜섰다

계단을 뛰어내리다가

후두둑

직립이 무너졌다

 

뼈를 맞췄다

삶의 벽돌이야 한 장쯤 어긋나더라도

금세 다시 끼워넣을 수 있는 것이었구나

유충처럼 꿈틀대며 갔던 길을

바로 서서 걸어돌아왔다

 

온몸이 다 잠들지 못하고 밤을 새워 아프다

생뼈를 억지로 끼워 넣었으니

한 조각 뼈를 위하여

이백여섯 뼈마디마디가

기어코 몸살을 앓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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