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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웠던 어느 가을 날
게시물ID : panic_845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12
조회수 : 2268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5/11/17 16: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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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4년전 이 때 쯔음, 겨울이었습니다.

저는 이 때 딱 군대로 입대해서 한창 훈련병이었습니다. 


훈련소에서 4주차 들어갈 즈음, 40km 군장 행군을 한다고 하더군요.

이게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발이 아픈 건 아픈 거지만 막판에 한 새벽 3~4시까지 10시간째 걷고 있으면, 자면서 걷고 걷다가 자고 침흘리고 꿈꾸고 그러다가 넘어지고 일어나면 헐 내가 왜 쓰러져 있지 하고 다시 꾸벅꾸벅 졸면서 걷게 됩니다. 

넘 졸려서 뒤에 저보다 3살 많던 동기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동기형 : "야 디케잉(필자)아 형이 무서운 이야기 해 줄까? ㅋㅋ"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 졸리던김에 알겠다고 했습니다.


동기형 : "야 우선 저기 가로등 보이지 ㅋㅋ"


하면서 가로등을 가르키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 : "응 보여 ㅋ 근대 저게 뭐가 무서운데"


그러더니 갑자기 제 뒤로 빠른 걸음으로 훅 오더니 


동기형 : "저 가로등에 목 맨 여잔 안 보여?"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겁이 없는 편이라 자부해왔는데, 사방은 캄캄하고, 수천 명이 땅만 보고 2열로 걷는 도중에 갑자기 등 뒤에서 저런 이야길 하니 그 누가 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나 : "아 뭐야 장난꺼져 ㅋㅋㅋ"


하면서도 내심 가로등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동기형 : "ㅋㅋㅋ 미안하다 이번엔 진짜 내 실화 들려줄께"


라면서 자기 고3 때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동기형 : "나... 고삼 때 이야긴데 우리집 아랫집 602호에 젊은 아줌마랑 딸이 살았거든? (이 형네 집은 702호)

          근데 그 집이 원래 둘만 살던 게 아니구... 운송업 하던 젊은 아빠가 있었는데, 사고로 돌아가셨지...

          원래는 진짜 행복한 젊은 새댁이라는 느낌이 강하던 아주머니였는데, 밖에분 돌아가시고 나선 매일매일 사람이 퀭해진다는 게 
          느껴지더라고..;

          뭐 여하튼 젊은 새댁이 딸 하나 데리고 살기가 쉽지가 않잖냐... 그래서 우리 엄마도 막 일부러 가서 김장 같은 거 있음 도와주고
          그랬어.. 나도 딸애 보면 웃으면서 인사해주구...

          근데 그때부터 우리 아파트에 사고? 비스무리한 게 나기 시작했지............................................"


그런데,


조교 : "거기 훈련병 뭐합니까!!! 이동간격 유지합니다!!!!"


듣던 와중에 갑자기 조교가 호통을 치는거 아니겠습니까.


동기형 : "아 시바 좀만 있다가 이야기 해야 겠다"


하면서 동기 형이 뒤로 떨어지더군요.


여튼 제가 기억을 잘 못해서 완벽하게 적지는 못하는데 진짜 실감나게 말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기까지만 들어도 왠지 음산한 배경이랑 어울려서 무서웠습니다....

한 4분 후에 훈련병 조교가 앞으로 죽 달려가길래 제가 재촉했습니다.


나 : "형 그 다음 이야기 계속해 봐..."





동기형 : "응 하튼 그래서 그 사고가 뭐였냐면...우리집 아파트가 한 층에 두 집이 마주보고 그 가운데에 엘레베이터가 있는 그런 구조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

  [엘레베이터]
     701호(옆집)------복도------702호(동기형집)


          근데 내가 야간자율학습 끝나고 집에 올라갈 때마다 맨날 6층에서 엘레베이터가 서는 거야.

          그래서 맨첨엔 '내가 피곤해서 6층도 같이 눌렀나' 하면서 지나갔지.


          근데 하루, 이틀 거의 매번 일주일마다 엘레베이터가 6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리는 거야.

          열리고 보면 환장하게 밖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 내가 누른 게 아니면 누가 밖에서 올라가려고 누른 걸 꺼 아냐...

          근데 사람이 없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지

          그래서 엄마한테 '엄마 요즘 엘레베이터 고장인가 봐, 6층에서 자꾸 문이 열려' 라고 말하니깐, 

          엄마가 놀라면서 '너도 그러니?' 라고 하는 거야..;;


          난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다음 날 일어나서 학교가는 도중에 경비 아저씨한테 엘레베이터 고장난 거 같다고 말씀드렸지.

          근데 경비 아저씨가 이런 말을 하시는 거야.


          "요즘 그런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 확인해봤는데 엘레베이터엔 문제가 없고....."


          그러더니 한 마디를 덧붙이시더라.


          "601호엔 아이들이 없는 걸로 봐서 아무래도 602호 딸이 장난치는 거 같아 학생..."


          그래서 딸 얼굴이 머리에 팍 스치면서 "아 그 녀석 장난이었구만..... 뭔가 했네 ㅋㅋ"

          하면서 학교를 갔다가 야자 끝나고 집에 돌아왔지.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서 mp3로 음악듣고 있었는데.....

          근데 아니나 다를까.... 또 6층에서 엘레베이터가 문이 열리는 거야.

          그래서 난 피곤한데 아까 그 딸 얼굴이 팍 생각나면서 짜증이 나서, 

          7층으로 안 올라가고 6층에서 바로 내려 602호 초인종을 막 눌렀어...



          잠시 후...문이 열리더라... 근데 난 사람 그런 몰골을 처음 봤어....

          602호 아줌마 볼이 뼈랑 거의 붙어서 눈 검은 동자가 희미한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더라..

          거기다가 이 때가 가을 날씨였는데 집안에서 패딩을 껴입고 계시더라구...

          그래서 순간 쫄아서 암말도 못하고 있으니까 아줌마가 아무말도 안 하고 문을 닫으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난 정신차리고 아줌마한테 말을 걸었지.


          "아...아줌마.... 저기 아줌마 딸이 요즘 엘레베이터로 자주 장난치는 거 같은데..."


          근데 사람이 그런 몰골을 하고 있으니까 더이상 말을 못 잇겠더라... 그래서 그냥
 
          "아녜요 피곤하신 거 같은데 죄송합니다..."
 
          하면서 인사하고 뒤돌아 설려니까


          "우리 애는 안 나가요..."


          라고 하면서 문을 천천히 닫으시더라.


          그래서 귀신에 홀린 듯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그 날 꿈도 사납게 꾼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다음 날 일어나서 학교가려고 나왔는데, 사람들이 우리 아파트 동 입구에 막 모여 있는 거야...

          엠뷸런스 막 와있고...그래서 뭔가 하고 보려니까 경비 아저씨가 제지시키더라...

          그래서 내가

          "왜요 누가 다치기라도 했어요?"

          하니까 경비 아저씨 얼굴이 납빛으로 싹 굳더라고.

          그때서야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이 들더라....

          경비 아저씨가 그러더니 

          "학생 빨리 학교나 가 봐.. 이런 건 신경쓰지 말고...."

          하면서 뒤돌아서길래 아저씨가 저렇게 말리는데 괜히 인파 헤집고 그러기가 좀 뻘쭘해서 그냥 학교에 갔지...


          그리고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데....

          집중은 안 되고 머릿속에서 자꾸 뭔가가 왔다갔다 하는 거야....

          거의 2주간의 엘레베이터 장난.... 춥지도 않은 가을날에 패딩을 입고 있던 아줌마.... 오늘 아침 아파트 입구의 엠뷸런스.....


          그리고 수업 중인데 나도 모르게 


          "씨발...... 이거 뭐야..........." 하면서 혼잣말을 했어..











           ....

           .........

           ......................

           .......................................












           내가 왜그랬는지 알겠냐?"




















동기형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이후로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너도 그 때 나처럼 생각해보라고....

그러면 니 머릿속에서 한 생각밖에 안 날 거라고.......








그리고 전 얼마간의 생각 끝에 다다른 결론에....


망연자실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 엘레베이터가 올라갈 때 중간에 서는 법은 거의 없습니다. 내려가는 경우는 자주 서지만요.

즉, 6층에서 누군가가 꽤 자주, 위로 올라가려고 버튼을 누른 거죠.

위로 올라가려고 말이죠......


동기형의 얘기에서, 쌀쌀하지도 않은 초가을에 패딩을 입었다는 건,

그 아줌마가 엘레베이터가 자꾸 서던 2주 전부터 자살을 이미 고민하고 있었다는 거죠. 
(집앞에 나가는 게 아니라 완전 바깥을 가려는 거니깐)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를 잡고, 그러다가 딸 생각에 집에 다시 들어가고, 다시 자살하려 엘레베이터를 잡고,

다시 딸 생각에 들어가고 이런 극도의 혼란 속에서 피골이 상접해갔고,

     
결국 그 형이 주의를 주러 간 그 날 새벽, 마음을 먹고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 몸을 싣고 투신한 게 아닌가...














출처 뽐뿌 디케잉 님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fear&page=1&divpage=1&search_type=subject&keyword=%BB%F3%BB%F3&no=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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