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무섭지는 않을수도 있는데, 지금도 가끔 '그것'을 생각하면 오싹한 기분도 듭니다.
공게에는 글을 처음 써 보는데.. 필력이 많이 부족하더라도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ㅠㅠ
지금부터 한 20년쯤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 때 당시에 저희 집은 반지하에 살고 있었어요.
방은 두 개였고, 거실 겸 주방으로 쓰는 공간이 현관과 바로 맞닿아 있는 구조였죠.
구조가 대략 이렇습니다..(발그림, 발글씨 죄송해요..)
큰 방은 부모님, 작은 방은 저와 남동생의 방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에 동생은 세 살쯤 됐었기 때문에 주로 부모님과 같이 잠을 잤던 것 같아요.
저는 그래도 좀 컸다고 부모님이랑 같이 자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요.
아무튼 그 날은 좀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동생은 부모님이랑 잠을 자고 있었고, 저는 제 방에서 자고 있었더랬습니다.
자다가 뭔가 불편한 느낌에 눈을 떴는데 이상했습니다.
안방이더라고요.
심지어 이불도 덮지 않고 맨 바닥에 누워있었습니다.
(한번도 몽유병에는 걸려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요.)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있지? 이상하다..?'
하고 생각하면서 TV밑에 있는 전자시계를 쳐다봤더니 새벽 두시반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제 방이 더 편했기 때문에 제 방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몸을 일으켜서 안방문을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스르륵 열리더군요..
그림 보시면 아시겠지만 안방문에서 바로 현관이 보이는 구조였어요.
도둑이라고 생각하고 옆에서 주무시던 아버지를 깨우려고 했지만
겁을 집어먹었는지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더라구요.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문이 정말 이상하리만치 천천히 열리더니 누가 들어오는데,
양말이며 옷가지 같은 빨래...를 한가득 안고 들어오더라고요.
얼굴이 보이지 않을만큼 산더미같은 빨래였어요.
아마 그게 사람이었어도 그만큼의 빨래를 안고 있다면 시야가 가려져서 걷기가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엄마가 집에서 입던 월남치마를 입고 있는 사람이어서 순간 '엄만가?'하고 생각했는데
새벽 두시반에 빨래를 걷어서 집에 들어올 리가 없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눈을 돌려서 엄마를 확인해보니 아버지 옆에서 주무시고 계시더군요.
'그러면 도대체 저건 뭐지..' 하면서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어요.
근데 '그것'이 거실을 걸어서 천천히 오더니 제 바로 앞에 멈춰섰습니다.
그러더니 몸을 앞으로 천천히 굽히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45도정도로, 마치 뭘 들여다보듯이.
물론 몸이 굽혀지면서 빨래는 후두두둑 하고 제 발 밑으로 떨어졌죠.
왠지 쳐다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을 꼭 감고 하나님 부처님을 찾고 있었어요.
눈을 감고 있어도 누가 위에서 쳐다보고 있다는 기척이 느껴졌습니다. 그 묘한 느낌.. 다들 아시죠?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그 기척이 사라졌습니다.
마음 속으로 열을 세고 살그머니 눈을 떴더니만
'그것'의 뒤꿈치가 보였습니다. 문 밖으로 나가려는 듯이 현관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어요.
순간 너무 놀라서 '헉!'하고 소리를 냈는데,
굉장히 빠른 속도로 뒤를 돌더니, 제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너무 놀라서 저도 모르게 '그것'의 얼굴 쪽을 쳐다봤는데, 거기에 서 있는 '그것'에는 목이 없었습니다.
어깨까지는 있는데 아예 쇄골뼈부터는 없었어요.
그 부분만 움푹 꺼져있는 형태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저것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겠더라구요.
대책없이 몸을 부들부들 덜덜덜 떨면서 그냥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기를 바랐었죠.
제 기억은 여기까지입니다.
기억을 잃은 건지, 잠에 빠진건지, 기절을 한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엄마가 저를 깨우시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아침 여덟시였어요.
엄마 - 너 왠일로 여기서 잠을 자고 있냐? 그것도 불편하게 앉아서.. 일어나, 얼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