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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 1부 4화.
게시물ID : readers_140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ampo
추천 : 0
조회수 : 1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7/16 20:22:44
언제나 그렇듯 18세 미만 열람자제. 이 문구를 쓰는 것도 이제 끝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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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연구실에서 직원을 몇 명 발견했다. 부장은 그들을 지상으로 올려 보내기 전에 몇 가지 물어보았으나 괜찮은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그들은 전열을 추스르고 한층 더 내려갔다. 이제 지하 6층까지 한 층계. 다른 대원들이 5층을 조사하는 동안 스미스는 잭슨과 같이 계단 경계를 맡는다.

옆에 있는 잭슨을 곁눈질했다. 저쪽은 반응도 안 한다.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경계 중에 딴 짓을 하는 게 잘못이다. 그는 기관단총 안전장치를 풀고 총열을 난간에 받혀 아래쪽을 향했다. 놈들이 이쪽으로 올라올까?

총성이 울린 것 같았다. 그는 5층으로 향하는 출입문을 쳐다봤다. 아무 일 없었나? 그저 긴장이 신경을 비틀어 만들어낸 환청인가?

아니다, 다시 총성이 들린다. 그는 잭슨을 쳐다보면서 방금 그 소리를 들었는지 물었다. 긍정의 대답이 돌아왔다.

뭔가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소리의 주인공은 무절제하게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총성은 분명 기관단총. 조쉬일까? 소리가 끊기자 그들이 괴물에게 당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분명 놈들을 다 처리하고 숨 돌리고 있겠지. 아니면 탄창을 갈아 끼우고 있든가. 그리고 이제 무전이 올 것이다. 소규모 접전이 있었지만 격퇴해냈다는 무전 말이다.

갑자기 눈앞에서 섬광이 터졌다. 폭발음 때문에 귀가 먹먹했다. 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뭐가 터진 게 아니라 잭슨이 총을 쐈음을 깨달았다. 스미스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밑을 내려다봤다. 괴물이 한 놈 죽어가고 있다. 그가 보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한 놈 더 튀어나왔다. 그 바람에 제대로 조준도 못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초탄이 등에 맞았고, 연이어 날아간 탄알이 바느질하듯 그 위에 나란히 박혔다. 놈이 몸을 비틀어대면서 고함을 지른다. 끈질긴 새끼. 그는 놈이 제자리에 주저앉아 경련할 때까지 3발씩 점사했다. 쏟아지는 총알이 갑각을 깨먹고 근육을 찢어발겼음에도 놈은 살아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 방에 죽는 거냐?

무전기가 울렸다. 옆에서 잭슨이 송신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잘 못 들었음. 다시 말해라. 이상.”

부장이 분대 공용채널로 말했다.

“/상황 보고해라!”

“1번 구역에서 적대세력과 소규모 접전 있었음. 사살 2. 손실 없음.”

“/1번 구역 청소가 끝나간다. 금방 복귀한다. 계속 경계해라, 이상.”

수신완료.”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이 합류했다. 부장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작전을 약간 변경한다. 6층으로 가는 입구 하나를 봉쇄한다. 그리고 나머지 두 입구를 통해 진입한다. 질문사항은?”

조쉬가 손을 들었다.

“6층 연구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우리가 가서 뭘 해야 하는 거죠?”

아까 말했던 대로다. 과학자들이 이상한 실험을 하다가 이상한 놈들을 끌어들였다.”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뭘 해야 하냐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 저 벌레 같은 놈들은 어떤 물체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물체를 막는 것이겠지.”

잭슨이 반박했다.

우린 저 외계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 않습니까? 섣불리 행동하는 건…”

그래, 어쩌면 저놈들은 우리와 친목을 맺기 위해 나타났을 수도 있다. 어쩌면 놈들의 세계에서 저녁인사는 머리를 물어뜯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놈들에게 무례하게 굴면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침공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따위 불확실성이 두렵다고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는 없어. 모든 사건은 재난이 되기 전에 사고로 끝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리고 지금이 그 기회야.”

보안부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끝맺었다.

내린 명령을 번복하지 않겠다. 우린 놈들을 막는다. 무슨 수를 써서든. , 움직이자. 다른 팀이 기다리고 있다.”

한 가지는 인정해야겠다. 보안부장 웨인은 최소한 우유부단한 사람은 아니다. 비록 완벽주의자에 강박증 환자일지라도, 결정을 늦추지는 않는다. 그 점은 인정하고, 존경한다. 물론 그 앞에서 존경한다 어쩌구 입에 발린 소리를 할 생각은 없지만.

그들은 근처에 있던 휴게실에서 자재를 뜯어 출입문 하나를 봉쇄했다. 봉쇄라고 해 봤자 별거 없었다. 탁자로 문손잡이를 받히고 밑을 세게 걷어차서 끼워 넣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 가구를 좀 쌓았다. 그게 전부였다. 놈들이 5분만 쿵쾅대도 금방 뚫릴 바리케이드였지만, 없는 것보단 낫겠지. 작업을 끝내고 돌아가면서 3분씩 휴식했다.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정수기에서 물 한 잔 뽑아 마시고 화장실에 들리는 정도였다. 스미스는 입을 헹구고 방탄복 자락에 묻은 토사물을 닦아냈다. 이제야 간신히 냄새가 안 난다.

휴식시간 동안 웨인은 팀을 다시 나누었다. 므리옐 2가 이쪽으로 합류했다. 일행은 이제 12명으로 늘었다. 므리옐 2는 아직 총알을 단 한 발도 쏘지 않았기에 탄창을 나눠가졌다. 9분 가량 쉬고 있는데 웨인이 집합하라고 명령했다.

무기 챙겨라. 지금부터 접근전이 예상된다.”

옆에 놓았던 총을 챙겨서 일어났다. 아까보다 방탄복도, 기관단총도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들은 더 이상 시간낭비 하지 않고 곧장 계단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가야 한다.” 웨인이 설명했다.

입구에서 뭉쳐있으면 뒷사람이 쏘는데 거치적거린다. 그러니까 되도록 넓게 퍼지라는 말이다. 랄프, 너는 오른쪽 벽을 따라 움직인다. 잭슨, 왼쪽 벽을 따라 움직여라. 내가 가운데로 간다.”

앞에서 움직이던 사람들이 멈췄다. 목적지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앞선 이들의 몸뚱이 사이로 웨인이 계단 문손잡이를 붙잡은 모습이 보였다.

좋아, 이제가자!”

문이 열렸다. 웨인을 선두로 보안요원들이 입구로 우르르 빠져나갔다. 곧장 총성이 들렸고, 누군가의 고함이 들렸다. 스미스는 출입문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서 총을 제대로 들고 안전장치를 풀었다. 조정간 단발. 바로 앞 사람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총성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기관단총을 견착하고 곧장 문 밖으로 나왔다. 앞쪽에 있던 보안요원이 소리쳤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복도에는 적어도 열 댓은 되어 보이는 괴물 놈들이 쓰러져 있었다. 대다수는 쓰러져만 있었지 죽지는 않았다. 그들은 지나가면서 놈들의 머리통에 한 발씩 총알을 날렸다. 호두껍질같이 주름진 머리통이 터져나갔고, 바닥에는 점액질 체액이 튀겼다. 어떤 놈들은 머리가 완전히 곤죽이 되었어도 계속 팔다리를 휘젓고 있었다.

앞으로 움직여. 그리고 움직이는 놈들 근처로는 가지 마라.”

웨인이 명령했다. 동시에 무전기가 울렸다.

“/므리옐 3. 반대쪽 출입구로 진입하고 있다. 사격에 주의해라.”

그 소리를 듣고 웨인이 소리쳤다.

사선에 누가 있는지 생각하면서 방아쇠를 당겨라. 이제 곧 2팀과 마주칠 거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퉁이에서 뭔가 튀어나왔다. 다들 웨인이 한 말을 듣고 섣불리 쏘지 않았으나 그게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채자마자 방아쇠를 당겼다. 놈이 쓰러지자마자 한 놈, 두 놈이 더 튀어나왔다. 하지만 별다른 활약도 못하고 앞서 나온 괴물과 똑같은 전철을 밟아 복도 바닥에 쓰러졌다.

일이 너무 쉽게…”

스미스는 나머지 말을 도로 삼켰다. 그런 말을 하면 왠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일이 너무 쉽게 풀리는군.”

웨인이 기어코 말해버렸다. 그는 뒤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우린 3번 연구실로 간다. 그리고…”

그의 어깨 너머로 복도로 뭔가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총을 제대로 겨누기도 전에 누군가 놈을 쏴버렸다. 일련의 예광탄 줄기가 날아가 괴물의 갑각을 깨부쉈다. 스미스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가락을 방아쇠에서 떼었다. 잘못하다간 앞사람 뒤통수 날리기 딱 좋다.

그런데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아까부터 뭔가가 지켜보는 것 같았다. 제자리에 서서 뭐가 잘못되었는지 생각하고 싶었지만 뒤에서 밀치는 힘 때문에 앞으로 밀려난다. 주변을 둘러본다. 총성이 펑펑 터지고 보안요원들이 뭐라고 소리친다. 괴물들은 총알에 맞아 비명을 지른다. 앞 뒤, 양 옆 모두 별다른 점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느낌이지? 스미스는 그저 착각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뭐가 이상한지 깨달았다. 위쪽.

그는 고개를 올렸다. 뭔가를 봤어. 그렇게 생각하고 총구를 올렸다. 하지만 곧이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환각이라도 본 것인가? 혹시 놈들이 환풍기를 타고 다른 층으로 올라가면 어떻게 하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일단은 검은 구체를 막는 것이 우선이다.

복도 모퉁이를 돌자 실험실 풍경이 훤히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검은 구체가 실험실을 완전히 잠식해버렸다. 그 구체는 거의 복도의 절반까지 차지할 정도로 불어나 있었다. 이 위치에서 보니 더 기묘하다. 구체는 마치 시야의 한 곳을 검은 연필로 칠한 것 같았다. 아니, 그 부분의 시신경이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저런 모습 일리가 없다. 철저한 명암의 부제. 분명 구형임에도 불구하고 입체감 없는 원처럼 보이는 물체.

“/므리옐 3-6 액츄얼. 2번 연구실에 도착했다.”

안으로 진입할 수 있나?”

상대편은 잠시 주저하더니 대답했다.

“/불가능하다. 입구를 찾을 수 없다. 여기 이상한 구체가 보이는데…”

접촉하지 마라. 이쪽에서 입구를 찾아보겠다.”

그들은 주변을 둘러봤다. 연구실로 들어가는 입구는 찾을 수 없었다. 입구가 문제가 아니라 아예 연구실이 몽땅 구체에 잠식되어서 들어갈 방법이 없다. 스미스는 잠시 그 검은 구체를 쳐다보다가 웨인에게 말했다.

구체가 커지고 있습니다.”

안다.” 웨인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저게 어떻게 커지는지 정확한 메커니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추측은 해볼 수 있죠. 열역학을 생각하면 저 구체는 외부나 내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에너지원을 없애버린다면,”

웨인은 뭔가를 깨달은 표정이었다.

저 구체를 파괴할 수도 있겠군.”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로 그렇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구체 내부의 온도가 줄어들며 크기가 커지는 것이라면 딱히 외부에서 공급되는 에너지가 필요 없다. 아니 무엇보다, 저게 열역학으로 어쩔 수 있는 물건인지도 모르겠다. 이 세계의 물리법칙이 통하지 않는 물체. 그 따위 물체라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최소한 더 이상 커지진 않을 겁니다. 운이 좋다면 지금보다 작아지겠죠. 만약 실험실에서 에너지를 공급한다면 그걸 끊어야 합니다. 과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공급했는지 알고 있습니까?”

웨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화학물질은 아니야. 아마연구소 원자로로 전기를 공급했을 테지. 오늘 아침회의 때 전력소모를 줄이라는 공문이 내려왔어. 또 유지관리부 인원들은 이번에 휴가를 나가지 않았지. 원자력 기술자 전원도.”

그는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발전기를 꺼버려야 하나?”

스미스는 복도를 둘러봤다. 벽면에 두꺼운 전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연구실로 향하는 전력만 차단하면 될 겁니다.”

웨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명령을 내렸다.

디미트리, 유고. 전기함을 찾아봐라.”

전기 공급장치를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결국 전선을 따라가서 찾았는데, 아예 전기 공급을 제어하는 방이 따로 있었다. 그 동안 봐왔던 것과 달리 생소한 모습이었다. 다행히 벽 한쪽에, 그리고 장치 겉면에 키릴어로 주의사항 따위가 쓰여 있었다. 디미트리가 해석해줬기에 대충 무슨 버튼을 눌러야 할지 알게 되었다. 스미스는 그 자리에서 디미트리와 대기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구체를 감시하기로 했다.

이 시점에서 딱히 계획은 없었다. 그들은 전기가 차단되어서 구체의 크기가 줄어드는 모습을 예상했다. 그 이외의 결과가 나온다면 임기응변으로 해치워야 한다.

“/내 신호에 맞춰 전력을 끊어라.”

무전기에서 웨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3, 2, 1… 지금이다. 끊어.”

그는 아까 확인해뒀던 스위치를 내렸다. 동시에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모든 전기가 나가버렸다. 변압기 근처에서 들리던 전류 흐르는 소리가 사라졌고 형광등도 나가버렸다. 동시에 붉은색 비상등이 켜졌다. 그는 잠시 기다렸다가 무전기로 물었다.

상태는 어떻습니까?”

대답이 돌아오기 전에 총성이 먼저 울렸다. 뭔가 잘못됐다. 그는 머릿속으로 가능한 모든 가설을 생각했다. 동시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최악의 가설이 현실이 되었다. 구체는 소멸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크기도 변하지 않았다. 스미스는 문득 에너지원이 구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저 구체의 안으로 진입해 그것을 안에서부터 파괴해야 한다. 하지만 그걸 불가능하게 만드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괴물 놈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지금껏 그들이 해치워 온 것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 마치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깊은 터널에서 달려 나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구리와 납의 폭풍을 뚫고 놈들이 달려든다. 그 모습에서 광기가 느껴진다. 대가리에 박힌 두 쌍의 눈을 번들거리며 칼날이 붙은 팔뚝을 한계까지 들어올린다. 놈들이 온다.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부수고 갈라버릴 기세로, 연구소 바닥을 기차 플랫폼처럼 진동시키며, 총탄 따위는 돌진을 멈추게 할 수 없다고 온 몸으로 보여주면서. 몸뚱이를 꿰뚫고 갑각을 깨부숴도 계속 움직인다. 앞 놈이 쓰러지면 뒤에서 튀어나오는 놈이 밀쳐버린다. 시체는 마치 압착기에 빨려 드는 나무상자처럼 밑으로 들어가 밟히고 박살 난다.

첫 대열이 결국 보안요원들이 서 있는 자리까지 당도했다. 날붙이와 같은 앞발을 휘두른다. 산탄총을 들고 있던 보안요원이 칼을 맞았다. 방탄복 겉감이 싱겁게 갈라지고 노출된 목덜미에 깊은 상처가 생긴다. 요원이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면서 쓰러진다. 다른 놈은 바로 옆에 있는 요원의 배를 찔렀다. 그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굽히자 괴물이 그의 등을 계속 내리친다. 한 번 내리칠 때마다 옷감이 너덜거리더니, 나중에는 피와 살점이 튀기면서 비명소리가 점점 잦아든다. 괴물이 그를 끝장내기 위해 몸을 숙이자, 그 위로 동료의 등을 밟고 한 놈이 뛰어오른다. 뒤로 몇 걸음 물러선 보안요원이 놈의 몸뚱이에 깔리며 비명을 지른다.

“/출입구까지 물러선다! 2팀은 2번 출입구로 가서 그곳을 방어하라.”

웨인의 목소리가 헤드폰을 통해 들려왔다.

선혈이 튄다. 마치 주사기를 공중에 대고 확 누르듯 분수처럼 튀긴다. 번뜩거리는 총구화염 사이로, 사이키델릭 조명 아래서 춤을 추는 무용수같이 괴물들이 검무를 추고 있었다.

동료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매캐하고 톡 쏘는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짧은 호흡과 함께 피비린내가 목구멍을 타고 폐로 내려간다. 총을 든 손이 점점 내려갔다.

이건 학살이잖아.

보안요원과 괴물 놈들의 시체로 작은 둔덕이 생겼다. 잠시 공세가 멎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놈들은 보안요원 최소 네 명을 죽였다. 요원 몇 명이 탄창을 갈아 끼우는 순간에 갑자기 괴물이 튀어 나온다. 화망의 빈틈을 파고 들어가서 팔을 휘둘렀다. 잭슨이 아슬아슬하게 칼을 피하고, 그 칼을 디미트리가 맞아 어깨에서 선혈을 뿜는 모습이 보였다. 그제서야 스미스는 그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총성과 비명, 고함, 이 세계에서 나오는 것 같지 않은 기괴한 외침까지. 마치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보안요원들이 입은 크고 작은 상처가 보일 정도로 다가갔을 때, 갑자기 웨인이 소리쳤다.

후퇴한다. 뒤로 물러나!”

그 소리를 듣고 뒤쪽에 있던 보안요원 몇 명이 이쪽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스미스는 자기 쪽으로 오는 그들을 보며 갑자기4년 전에 배웠던 것이 생각났다. 중세와 전 근대 전쟁 사망자의 대부분은 후퇴하던 도중 등에 칼을 맞아 절명했다고. 그는 도망치는 그들을 붙잡았다. 그리고 얼굴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자리를 지켜라, 다른 동료들이 올 때까지 여기서 엄호해라. 스미스의 머릿속에는 요원을 두 개의 팀으로 나눠 한 팀이 엄호하는 동안 다른 팀이 후퇴하는 전술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그들은 비명과 욕설을 내뱉으며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멍청한 새끼들. 스미스는 그렇게 내뱉으며 총을 들어올렸다. 전열이 무너지고 마구 도망치는 보안요원들 사이로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키가 큰 괴물 놈들이 보였다. 머리통은 이쪽으로 오는 사람들의 몸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으나 천장으로 높게 쳐올린 팔은 똑똑히 보인다.

그는 조정간을 단발에 놓고 가장 가까이 있는 놈을 조준해 몇 발 쐈다. 그러는 와중에 보안요원들이 이쪽을 지나쳐 도망가버렸다. 그는 언뜻 조쉬의 얼굴을 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방아쇠를 당겼다. 탄창이 몽땅 비어버리자 그는 탄입대에서 새로운 탄창을 꺼내 갈아 끼우면서 거리를 쟀다. 지금 움직여야 한다. 놈들이 잠시 전투를 멈췄다. 놈들은 마치 딱정벌레처럼 겉 날개를 펼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이 기회다.

그 때, 앞에서 웨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크게 다친 보안요원을 살피고 있었다. 괴물 놈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노리쇠 멈치를 눌렀다. 노리쇠가 전진하면서 총알을 물고 약실로 들어간다. 그는 총을 들어 놈을 조준했다. 조정간을 연발로 놓고, 방아쇠를 당겼다.

번쩍이는 총구화염 사이사이로 괴물이 조각나는 모습이 비친다. 삽시간에 탄창이 모두 비었다. 총알 대부분을 얻어맞은 놈은 이제 땅바닥에 처박혀서 꿈틀댈 뿐이었다. 그는 빈 탄창을 땅에 떨어뜨렸다.

스미스, 후퇴해!”

웨인의 목소리였다. 그는 부상자의 전술조끼 뒷목을 붙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옆을 따라 달리며 부상자의 상태를 살펴봤다. 스미스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부장님이 사람 죽었습니다.”

웨인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시신을 끌고 복도 모퉁이까지 가더니 벽에 기대게 하고 구급낭을 꺼냈다. 압박 붕대를 길게 펼치더니 스미스에게 망을 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부상자가 죽었다고 말했다. 웨인은 그제서야 장갑을 벗고 시신의 목덜미에 손을 올렸다. 이윽고 손을 힘없이 거둬들였다.

그렇네. 죽었어.”

그가 이쪽을 쳐다본다. 얼굴 한쪽에 핏방울이 잔뜩 튀어 있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더니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멍청했다. 놈들이 어디에서 튀어나오는지 똑똑히 봤으면서 제대로 된 방어준비도 하지 않았어. 제대로 대비만 했으면 이런 꼴을 보지는 않았을 거다. 정말 병신 같지. 안 그래?”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억지로 뭔가를 참는 것 같더니, 이윽고 폭발했다.

실수? 내 결정은 사람의 목숨을 다뤄, 그래서 실수를 해서는 안돼. 그딴 건 있을 수 없어! 그런데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지? 내가, 내 잘못된 판단이, 도대체 몇 명을 죽인 거냐?”

일단은 여기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스미스는 그렇게 말하고 모퉁이 너머를 살폈다. 빌어먹게도 괴물 놈들이 너무 가까이 있었다. 인기척을 느꼈을 테지. 한 무리의 놈들이 고개를 좌우로 경련하면서 이쪽으로 오고 있다. 한 놈과 시선을 마주치자 놈의 대가리가 한 순간 딱 멈췄다. 팔에 소름이 확 돋았다.

놈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웨인은 시선을 떨궜다. 스미스는 그가 여기서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시신의 전술조끼를 뒤지더니 뭔가를 꺼냈다. 수류탄이 틀림없다.

이게 터지는 동시에 뛰어, 계단까지.”

그는 안전핀을 뽑고 괴물들 앞에 그것을 던졌다. 수류탄이 바닥에 떨어져서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잠시 가만히 있었다.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불발탄인가?

갑자기 복도가 환하게 빛났다. 그는 수류탄이 떨어진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수류탄에서 엄청난 불길이 일어나면서 사방에 시뻘건 불똥을 튀기고 있었다. 바닥에는 흡사 용암과 비슷한 액체가 깔렸고 공기 중으로는 용접기에서 튀는 불꽃 같은 것이 흩날렸다. 그걸 제대로 맞은 괴물은 살아있는 장작처럼 불타오르고 있었다. 저게 도대체 뭐지?

옆에서 웨인이 달려나가자 그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하면서 웨인을 따라 달렸다. 뒤에서는 놈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점점 가까이 오는 것 같았다. 잽싸게 계단통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잠갔다. 하지만 빈약한 자물쇠가 언제까지 버틸지는 몰랐다. 그들은 빗장으로 쓸만한 막대를 찾아보았으나 곧 포기하고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위쪽에서 총성이 들리고 비명소리가 울린다. 난간 사이로 총구 화염이 번쩍였다. 괴물 놈들이 기괴한 외침이 간간히 섞여 들렸다.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웨인을 스미스가 만류했다. 저 위로 올라가면 분명 죽게 될 것이다. 웨인은 그럼에도 계속 올라갔다.

지하 5층에 도착한 그는 잠시 고민했다. 총성이 멎었다. 상황이 끝난 것일까? 그들은 5층에서 낙오자들을 찾기로 결정하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곳을 둘러보다 아까 만들어놨던 바리케이드가 부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잔해의 모습으로 보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깨트리고 나온 것이다. 잠시 후 2번 출입구 근처에서 대량의 혈흔을 발견한 그들은 여기에 보안요원이 없다고 판단하고 바로 다음 층계로 올라갔다.

위쪽에서 총성이 들렸다. 보안요원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5층과 6층 사이 바닥에는 흥건한 핏물과 괴물의 시체가 있었다. 괴물은 아까 잭슨과 그가 사살한 놈이다. 하지만 핏자국은 어떻게 설명할 수 없었다. 누군가 부상을 입고 이곳을 지나갔다는 뜻일까?

불안한 징조가 보였다. 4층으로 가는 계단 가장자리를 따라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독한 화약 냄새가 느껴졌다. 시멘트 벽면은 총알이 박혀 거미줄 모양으로 갈라져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보안요원의 시체를 발견했다. 옷은 피투성이가 되어 찢겨져 있었고 팔다리는 뼈가 보일 정도로 살점이 뜯겨져 나갔다. 얼굴은 크게 횡으로 베이고 뭔가에 짓밟힌 듯 부숴져 있었다. 웨인은 잠시 시체를 내려다보다가 손을 뻗어 왼쪽 팔뚝에 붙어 있는 신분증을 회수했다. 그리고 별 말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위로 올라갈수록 희생자가 많아졌다. 그들은 등에 척추가 드러날 정도로 큰 상처를 입고 죽은 조쉬를 지나 목이 거칠게 뜯겨져 나간 유고를 마주쳤고 그 옆에서 어깨가 박살 나고 배가 갈라져 바닥에 내장을 쏟은 디미트리를 발견했다. 디미트리는 그들이 쳐다보는 도중에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그 외에도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을 한 구,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중상자는 몇 명, 밟을 때마다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피웅덩이, 무수한 총탄 자국과 밟지 않고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괴물의 시체를 마주쳤다. 살아있는 괴물도 몇 마리 만났지만 그 자리에서 등짝에 총탄을 때려 박아 죽였다. 그리고 지하 2층에 도착한 순간 그들은 마지막 시체를 발견했다. 잭슨은 계단 벽면에 기댄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그의 손에는 아직도 기관단총이 쥐어져 있었다. 바닥에는 탄피와 빈 탄창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의 한쪽 다리에 큰 상처가 보였고 바닥에는 계단에서부터 이쪽까지 끌린 흔적이 있었다.

그는 이미 죽었으나 방금 전까지는 살아있었음이 틀림없다. 스미스는 그의 사인이 동맥 절단에 의한 과다출혈이라고 생각했다. 주변 상황을 보건대, 마지막 순간까지 뒤따라오는 놈들을 상대한 모양이었다.

웨인의 시선이 잭슨의 신분증에 머물렀다. 그는 신분증을 향해 손을 뻗더니 잠시 그렇게 있었다. 스미스는 그의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짐을 알아차렸다.

이 시점에서, 므리옐 2 전멸. 그리고 므리옐 1 생존자 두 명. 오직 그들만이 살아남았다. 므리옐 3 4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좋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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