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수적인 지역인 경북이 고향이고, 대구에서 대학을 다녔습니다. 제 고향은 박정희의 고향 구미 선산에서도 가깝고요. 지난 대선에서도 저희 어머님은 새벽부터 전화해 1번을 찍으라고 독촉을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전 2번 찍었습니다)
(고향을 방문하는 박정희 대통령)
저는 사실 40대에 이르러서도 정치에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대학 졸업할 때 IMF가 터져서 나 한 몸, 내 한가정 건사하는 것도 너무 바빠 정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힘들었었죠.
성향은 약간 중도 진보였지만, 사실 정치를 좀 혐오하는 경향도 있는 무당파였습니다. 정치인들 알고 보면 다 자기의 권력욕 때문에 치고 박고 싸우는 거고.. 국민들은 너무 쉽게 감정 이입을 해서 쓸데없는 대리전만 치르는거다. 이런 성향이 솔직히 강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가 저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몇달간 충격 - 경악 - 분노 - 슬픔의 격렬한 감정 변화를 겪었고, 이런 나라를 저의 두 아이들에게 물려 주어서는 절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월호 아이들에게 죽은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40대 중반의 아저씨로서, 기성세대가 너무 세상에 무관심하게 살았기 때문에, 사회의 발전과 안전 개선에 아무런 노력을 안했기 때문에 애꿎은 니들이 희생했구나 하는 생각에너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대구에 있던 세월호 합동분향소에 참배를 하면서 정말 슬펐습니다.
다시 한번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들에게 깊이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미력이나마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런 다짐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다음 대통령으로 지지하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무튼 다짐은 그랬지만 일반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다만 이런 잘못된 국가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바꿀 수 있는 차기 대선주자는 누구인가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문재인 대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답답하고 국민들의 억눌린 울분을 풀어주기에는 타이밍을 조금씩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다른 대안도 있을까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박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촛불집회에 참석하면서부터는 이재명 시장에게 관심을 두었습니다. 속시원한 소리도 잘 하시고, 국민들의 울분을 대신한 사이다 발언들에 저도 환호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감으로 생각하고 그의 과거와 행적들을 자세히 알아보고 난 후엔 그런 관심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또 비슷한 시기에 안희정이란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를 잘 몰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참모하다가 대선자금 받아서 깜방 간 사람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죠.
그러다가 유튜브에서 그가 충남 도지사에 출마하면서 했던 유명한 강경 연설을 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저는 사실 노무현 대통령을 잘 몰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를 특별히 미워하지는 않았지만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라는 댓글이 유행했던 시절, 보수적인 TK에서 살고 있던 저는 언행이 경박하고, 타협할 줄 모르는 고집불통 대통령이라는 인식만 있었습니다. 보수 언론이 만들어 덧씌운 프레임에 갇혀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목숨을 던져 돌아가신 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 땅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세월호가 이 땅에 인간의 목숨이 중요하고, 그것을 지켜주는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었던 것처럼요. 어리석은 우리 인간들은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서만 뭔가를 깨닫게 되는것 같습니다.
암튼 저 연설을 보고 뭔가 목이 메이고 눈물이 조금씩 맺혔습니다.
이 사람이 말하는 것에 뭔가 진정성이 있구나..
그래서 그를 탐구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연설이나 발언들을 찾아 보았습니다. 그의 발언은 항상 민주주의로 결론 납니다. 말이 어렵다, 사변적이다, 철학적이다.. 여러 말이 많지만... 그의 결론은 항상 민주주의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주주의 제대로 하겠다는 말을 여러 가지로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그는 철저한 민주주의자입니다.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모든 문제의 해결은 민주주의라는 생각에 슬슬 동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작년엔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가입도 하였고요. 요즘은 여기 저기 글도 올리고 주변에 그를 많이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차기 주자감이라는 주변의 평가도 많이 들었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흔히 하는 차차기 프레임도 이해하였고요. 물론 이해합니다. 문재인 전 대표님이 얼마나 긴 인고의 세월과 보수 진영의 공격을 견디어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적폐 청산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수구 부패 세력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것에도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모든 정치의 원칙은 민주주의여야 합니다.
그리고 누구와도 다시 대화하고 협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누군가의 일방적인 승리와 반대 세력 척결이라는 방법을 쓴다면 그것은 다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또한 현 시국에서 많은 국민들의 열망은 정권교체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진보 진영으로 정권교체가 반드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대세론을 굳혀 가고 있는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보수 진영이 가장 두려워하는 진보 진영의 대선 주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전 안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선 후보가 되었을 때 새누리든 바른정당이건 국민의당이든 가장 꺽기 힘든 후보는 안희정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라고 봅니다.
1.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역전극을 만든다면 그 무서운 상승세를 이길 수 없음
2. 보수색채가 강한 지역이나 세대에서도 가장 골고루 지지를 확장할 수 있는 확장성
3. 20대 및 여성층 등 그동안 정치 무관심 계층에게도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세대교체의 아이콘
아래 링크의 기사에서도 보수 진영이 얼마나 안희정을 두려워하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보수 진영도 안 지사의 상승세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면 ‘친문 패권주의’란 비판을 통해 보수층 결집을 꾀할 수 있지만,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를 꺾는 이변을 연출할 경우 파괴력이 엄청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박원호 교수는 “보수적인 충남에서 노인층의 지지까지 이끌어낸 안 지사의 정치력을 보수 세력이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제가 무엇보다 인간 안희정에게 감동 받았던 장면은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대하는 그의 자세였습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그의 페이스북에 남긴 댓글에 그는 해가 바뀌기 전에 꼭 팽목항을 찾기로 약속합니다. 그리고 그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팽목항을 조용히 다녀옵니다. 수행비서 한 명도 데리고 가지 않고, 기자 한명 대동하지 않고 정말 조용히 다녀 옵니다.
국민 한 사람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그가 국민 모두에게 신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