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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이름없는 섬이었음을
게시물ID : lovestory_844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0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1/12 20:11:54
사진 출처 : http://need-me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gmg1-vniOM4




1.jpg

김선태이름없는 섬이었음을

 

 

 

그저 잠시 머물다 떠나고 싶은 섬이었음을

아무에게도 무게지움이 없이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떠 있고 싶은 섬이었음을

그러나흐르지 않고 그대로 가만 고여 병든 바다

때로는 바람이 불어 파도가 세차게 내 가슴을 후비고

부서지지 않으려 안으로

안으로 끓어 안던 그 숱한 나날들

쌓이는 절망과 분노 속 터져버리고 싶은 아픔이었음을

벗들이여기억하는가

굳게 빗장을 걸어 놓은 시간과

모르는 곳으로 눈 감고 숨죽여버린 내 언어를

싸늘히 식어 차돌처럼 다져진 내 단단한 고독을

벗들이여용서하라

방향없이 부유하는 바닷새와 물고기떼

함께 어울려 이겨내지 못한 내 비굴을

그리고 뜨겁게 껴안지 못한 내 사랑의

짧은 입맞춤을 또는 비애를







2.jpg

정호승윤동주의 서시

 

 

 

너의 어깨에 기대고 싶을 때

너의 어깨에 기대어 마음놓고 울어보고 싶을 때

너와 약속한 장소에 내가 먼저 도착해 창가에 앉았을 때

그 창가에 문득 햇살이 눈부실 때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다

뒤늦게 너의 편지에 번져 있는 눈물을 보았을 때

눈물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어이 서울을 떠났을 때

새들이 톡톡 안개를 걷어내고 바다를 보여줄 때

장항에서 기차를 타고

 

가난한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다

갈참나무 한 그루가 기차처럼 흔들린다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인가

사랑한다는 것은 산다는 것인가







3.jpg

유치환너에게

 

 

 

물 같이 푸른 조석(朝夕)

밀려가고 밀려오는 거리에서

너는 좋은 이웃과

푸른 하늘과 꽃을 더불어 살라

 

그 거리를 지키는 고독한 산정(山頂)

나는 밤마다 호올로 걷고 있노니

운명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피할 수 있는 것을 피하지 않음이 운명이니라







4.jpg

이선화겨울 여행

 

 

 

알지 못할 생의 어느 정점을 향해

지금 터벅대며 걸어가는 중

 

안구건조증이 걸린

흐린 동공은 자꾸만 바람이 고여 맵고

장갑 한 짝을 잃어버려

호주머니 속 손은 점점 시려온다

 

더러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하늘과 땅도 하나가 되는데

사람의 가슴과 가슴 사이는

왜 이다지 멀기만 한지

 

귀가를 서두르는 저녁 강가

한때는 뜨거웠던 가슴이

파문으로 일렁이는 날이면

이만 걸음을 멈추고

나에게로의 귀환을 꿈꾸려한다

 

허락하신다면

낯선 여행지에서

지상에서 가장 향기나는 열매 하나 취하고

바람결로 묻혀 이대로 죽어도 좋겠다







5.jpg

조병화입춘을 지나며

 

 

 

아직도 하얗게

잔설이 남은 숲길을 걸어서

절로 올라가면

 

그곳어디메에서 들려오는

어머님의 기침 소리

 

생시에 듣던 그 기침 소리지만

어머님과 나 사이는 저승과 이승이다

 

멀리 숲 위에 봄냄새 나는

붉은 해는 솟아 오르고

나의 이 이승의 길은 아직 안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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