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여름의 어느 토요일 오후, 나는 여중 2학년...
학교자습시간에 선생님들 배려로 각 반마다 있는 TV를 시청해도 좋다는 허락받음..
그게.... 내가 한화 마약에 빠지게 된 계기...
벌써 23년 전인데도 그날의 기억이 무척이나 또렷하네요..
그 때는 지상파 방송들이 토요일이면 야구 생중계 해주는게 흔한 일이었어요.
TV를 틀자 마자 나오던 화면이 [해태VS빙그레] 경기였구요.
야구중계를 태어나 처음 본건데...
그... '각인' 이라고 하나요? 오리가 처음 태어나 본 사물을 엄마라고 인식하고 졸졸 좇아다닌다는...
제겐 그게 빙그레였어요.. ㅎㅎㅎㅎㅎ
투수는 송진우.
눈에 띄던 타자는 장종훈.
작은 거인같던 이정훈.
겨우 15살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장종훈은.... 진짜 진짜 잘생기고 멋있는 선수였더랬죠.
연예인을 보고도 시큰둥한 제가, 야구선수들을 보고는 눈에서 하트 뿅뿅~!!!!!
상대팀 해태에도 선동렬,한대화를 비롯해서 굵직굵직한 선수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내 눈에는 오로지 빙그레 선수들만 눈에 들어옴.
규칙도 몰랐어요.
누군 공을 던지고, 누군 공을 치는구나... 잘 때리면 그게 홈런이나 안타라는 거구나..
아는 규칙은 그게 다였어요.
그런데도 그렇게 재밌더군요.
빙그레가 한화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어도... 그냥 그 팀이 좋았어요.
지금은 한화가 좀... 하위권을 못 벗어나고 있지만...
사실.. .한화, 아니 빙그레 팬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90년대의 빙그레는 야구 명문이었죠.
91년, 92년, 99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결국 우승도 했구요.
거의 매해 4등안에 들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정도로 빙그레는 대단했었습니다.
그게 어느새 까마득한 옛날 얘기처럼 느껴지네요..
지금은 하도 지는 경기를 많이해서 어쩌다 이긴 날은, 타팀 팬들의 조롱처럼
'한국 시리즈 우승' 이라도 한것 처럼 난리 호들갑이라지만...
그래도 이렇게 저 처럼 빙그레의 인연을 놓지 않는 팬들이 있어서 '우승'이라는 말에 다들 행복하시죠? ^^
20년이 넘게 매년 야구 개막식에 흥분하고, 한국시리즈 끝남과 동시에 내년의 개막식을 기다리는 한화 팬으로서...
또 내일의 '이기는 경기'를 기대하며 6시 반에 퇴근함과 동시에 DMB를 켭니다.
오늘 SK와 두번째 경기가 있죠?
올 들어 한화가 아직 단 한번도 3연승을 해 보지 못한걸로 알고있습니다.
기왕이면 이겨서 첫 3연승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설령 경기가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치더라도..
우리가 누굽니까!!! 보살들입니다. ㅋㅋㅋ
다음번 경기를 또 기대하면 되지요.
상반기가 끝나가네요.
하반기때도 열심히 응원할 한화팬들을 봐서라도
더 열심히하는 한화 선수들이기를 바라봅니다.
한화 한화 한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