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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바로 당신이야!
게시물ID : humorstory_1760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5랑
추천 : 1
조회수 : 56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9/12/08 11:11:26
탁탁탁!!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그렇군..

드디어 벌어진건가?


문이 활짝 제껴지고

그 뒤로 다급한 음성이 들린다.

"큰일입니다!!!"
 


"요란떨지마라."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 쏠린다.

수십개의 눈이 내 눈에 와 박힌다.

너는 어떻게 아느냐는 그런 의심의 눈초리

이제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그런 불안의 눈초리

그것들을 해소하기 위해

태연히 하지만 조금 익살스럽게 

본의 아닌 말을 내뱉는다.
 

"어차피 예측 못한것도 아니었지 않나?"

...
 

사람들의 침묵이 끊나기도 전에 한마디 더 내뱉는다.

"뭐, 죽은 사람에겐 안된일이지만 말이야.."

 

"여기입니다."

마주보는 경관을 향해 으레 형식적인 경례를 하고

사건현장을 바라본다.
 

그것은 중력을 무시한 채

허공에 붕 떠 있는 사람
 

목매달린 시체..

혀를 길게 빼문것이

흡사 전시대에 걸린 개구리 인형같아 보인다.
(뭐, 아무도 사지는 않겠지만..)


오랫동안 봐봤자 꿈자리만 사나울뿐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시체가 두려운것은 아니다.

솔직한 말이지만 시체를 보고 

일말의 동정심도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일지 않는다.

이것도 나름 직업병이랄까..

다만 내가 해야할 일이 늘었다는 귀찮음과

사건에 대한 흥미로움만 나를 자극할 뿐..
 

"히익.." "흑.." "헉!"

마음의 준비를 하느라 늦게서 따라온 사람들이

저마다 각양각색으로 놀라움을 표현한다.

마음의 준비를 오래한다고 더 놀라지 않는것도 아닌데..
 

어쨋거나 관객들이 다 모였으니

나는 쇼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두려움을 못이겨 자살한걸까?"

혼잣말 하듯 중얼거린다.

미친것이 아니다.

내가 왜 혼잣말을 중얼거렸냐면..


"밀실이었고 또한 현장에 유서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 녀석이 있기 때문이다.

알아서 척척 답해주는 착실한 녀석
 

"그~으래?"

왼편의 부관을 힐끗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네, 확인한 결과 저 방문 외에 이방으로 들어올길은 없으며

유서또한 피해자의 친필로 확인되었습니다."

흠..

그렇단 말이지?
 

아, 오해는 하지 마시라

바로 자살이라 단정지은 것은 아니니

이것은 내 추리 방식인 '소거법' 으로

일단 되는 대로 마구 집어던지는 방법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가능성을 없애가며

결국엔 단 하나의 진실에 접근해가는 방법으로

다른 스나이핑형 추리방식에 비교하면

꽤나 '대인배스러운' 방법이다.
 

뭐, 잘못 던지는 바람에 흉기하나 찾느라

한겨울에 근처 개울가를 샅샅이 뒤지게 해 

부하들을 애먹인적도 있었지만

나는 아직도 이 방식을 버리지 못했다.
(참고로 흉기는 부엌에서 나왔다)

 

"이건 살인사건이야!"

"그런?" "말도 안돼!" "당신들은 뭐한거야?"

순간 주변이 침묵을 깨고 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그래, 이거야

마치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도는 듯한 느낌
 

"하, 하지만.."

부관이 미처 말을 끝맺기도 전에


"딱봐도 살인사건이구만.. 무슨 뜸을 그렇게 들여?"

날카롭게 파고드는 이 목소리..

내가 혼잣말을 중얼거린 두번째 이유

언제나 나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

라이벌..

언젠가는 나를 한번쯤 눌러서 

자존심을 세우고 싶은 모양이지만

나도 순순히 져줄만큼 착한 사람은 못된다.
 

말은 이어진다.

다만 대상이 부관으로 바뀌었을 뿐..

"너도 알고 있었잖아. 그래서 '사망자'를 '피해자'로 지칭한거구.."
 

"대체.. 이게 왜 살인사건이죠?"

피해자의 유족이 알 수 없다는 듯 멍하니 묻는다.

"그건.."

어이 어이.. 

네 역할은 거기까지..

주인공 역할까지 뺏으면 곤란하지
 

라이벌이 설명하기 전에 먼저 따지듯이 묻는다.
(내가 더 돋보이도록)

"피해자는 공중부양이라도 할줄 알았나보죠?"

"에..?"

유족은 갈피를 못잡고 여전히 멍하니 서있다.

내가 보고싶었던건 그런 바보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는데..

설명을 더해야 하나
 

뒷머리를 긁적이며 설명을 더 해주려는 찰나
(당황스러울 때의 내 버릇이다)

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끼어든다.
 

"발판이 없잖아요. 발판이!"

그랬다. 사람이 매달려 있는 거라면 이상할 건 없지만

저렇게 붕 떠있는 거라면 확실히 이상하다.
(이 부조리를 눈치 못챈 사람들도 이상하구)

처음엔 발판을 얼음같은 걸로 만든거 아냐? 하고

의심도 해봤지만

무엇보다 지금 이 사람에겐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그런 흔적도 없고)

그나저나.. 

이봐.. 일일이 다 그렇게 씹어주지 말라구

사람들은 너무 친절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
(바보취급하는 것 같잖아)
 

"아...!"

앞서 공포감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나온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친절한 사람을 좋아하나 보다.
(바보취급도 좋아하나?)
 

그리고..

나를 중심으로 돌던 세계가 멈췄다.

모든 시선이 라이벌에게로 향한다.

뜻하지 않은 사태에 약간의 질투심과

끼어들기를 허용한 내 안일함에 살짝 화가 난다.
 

"그럼 대체.. 누가?"

이해는 느리면서도 호기심은 빠르구만..

나는 그 부조화에 혀를 차면서도

기회를 살려 세계를 원래대로 만들어야 했다.


"맨 처음 목격자가 누구지?"

"예엣!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래, 니가 있어야만 내가 빛을 발할 수 있어.

황급히 사라지는 부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잠깐 감상에 잠겨본다.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려나..

이제 사건분류가 됬으니 범행수법이다.

현장을 둘러보며 피해자를 살해한 방법을

하나하나 지워나간다.


그 방법은 맞지 않고..

아니, 그 방법은 이유가 너무 적어

그 방법도 확실히는 설명이 안되..
 

혼자만의 상념은 갑자기 깨어진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이 분이 현장을 발견한 사람입니다."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보니

어려보이다 못해 앳되보이기까지하는 아가씨가 눈앞에 있었다.
(몸은 어른인데.. 흠흠)

복장을 보아하니 아마도 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려나.

그랬군.. 아까의 비명소리는 이 사람 목소리였어.

그 순간 갑자기 뭔가가 머릿속에 스친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내 상념에 운석이되어 꽂히고

여러 가능성들이 조각조각 깨어져 사라져나간다.

마침내..

가능성은..

단 하나만 남는다.
 

그래..

그런거였구나..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치켜올라간다.
(얼굴에 드러나는 성격인지라)

억누르려해도 주체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한 기쁨과

상대의 속임수를 간파한 기쁨과

세상이 다시 나를 중심으로 돌리라는 기쁨이

한데 어우러져 나를 흔드는 것이다.
 

"아가씨한테 흑심이라도 품고있는 거야? 뭐야?"

흥을 깨는 여전히 거슬리는 목소리.

자신을 중심으로 돌던 축이

다시 옮겨질 것이 두려웠던지

녀석이 빈정거린다.


무슨 터무니없는 오해를..

남자라는 생물은 얼굴에 생각이 드러나더라도

흑심은 드러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런 아가씬 내 취향도 아니라구!!


어쩃든 그런 어처구니없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세상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나는 손을 번쩍 치켜올렸다.
 

세상은 다시한번 침묵에 잠기고
(말많은 그 녀석까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내 손끝을 주목한다.

그래..

나는 이런걸 

원했던 거야..

 

"범인은.."

고요한 세계에

"바로 당신이야!"

파문을 일으킨다

 

"앗!" "설마.." "말도 안되는..?" "그럴리가..?"

파문은 파도가되어 점점 크게 번졌다.

오로지 단 한사람만 빼놓고..
 

"목격자를 의심해라.. 였던가?"

그래, 유명한 수사 격언이지..

그러면 애초부터 밀실도 뭣도 아니게 되니까

녀석이 좀 더 격앙된 어조로 내게 묻는다.


"뚜렷한 물적 증거도 없이 어떻게 그리 단정지을 수 있지?"

"이런 연약한 아가씨가 건장한 남자를 목매달 수 있나?"

"더구나 단시간에 증거를 치우고 범행현장을 정리하면서까지?"

한마디 한마디 마칠때마다

커져가는 파도처럼 목소리도 점점 커져간다.


흠..

화가 난건 범인으로 몰린 아가씨에 대한 걱정때문일까?

아니면 세상을 빼앗은 나에대한 질투심 때문일까?

뭐..

아무렴 어떠랴?

이미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도는 것을..
 

"이런이런.. 여긴 정리된 사건현장이 아니야.."

"증거라면 여기에 다 있다니까."

휘둥그레지는 녀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녀석에게 지지 않기위해

나도 잠깐 뜸을 들이고

녀석처럼

한마디 한마디마다

더욱더 목소리를 높이며 말한다.
 

"자, 그럼.."

"설명해주지.."

"어떻게 이런 갸냘픈 아가씨가 남자를 매달 수 있었는가.."

"왜! 목격자가 범인인가?"

"아니, 목격자가 범인일수밖에 없는가! 를 말이야."

 

Hint : 도르레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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