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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길이 끊어진 곳에 길이 있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844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6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1/08 17:45:07

사진 출처 : https://eadweardmuca.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v9iUndeLr3s





1.jpg

강문숙마당가의 저 나무

 

 

 

세상 모든 흔들리는 것들로부터 가을은 오네

마당가의 저 나무 흔들리므로 아름답네

제 몸 던지는 잎들이 저렇게 붉어지니

이제 지는 노을도 슬프지 않겠네

그건 사랑이야꺼지지 않는 목숨이야

바람이 중얼중얼 경전을 외며 지나가네

흔들리자흔들리자

세차게 흔들릴수록 무성한 날이 오겠지

나무의 기쁨이 하늘을 덮네

오래된 저 나무 흔들리므로 더욱 아름답네







2.jpg

김종제완성(完成)

 

 

 

열매 다 빼앗긴

은행나무의 노란 이파리가

미련없이 땅바닥을 향해

몸을 날린다

아마제 살점을 뜯어내어

혈서 쓰려고 하나 보다

숨을 거두며 피로써

적어 놓은 마지막 저 글자

걸음을 멈추어 서서 읽는다

세상에 몸을 부딪혀

힘들게 그가 얻어낸 것

원하는 자

누구에게든지 다 주었으므로

자랑도 하지 않고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

삶의 문을 닫고 있다

나무 하나가

이룩해 놓은 업적으로

내 눈이 맑아지고

내 가슴이 뛰고

내 발이 가뿐해지는 것이다

그가 만든 작품으로

비로소 내가 숨쉬는 것이다

육필肉筆로 적어놓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길로

온전하게 사라져 가는 저것을

무엇이라고 읽을까

언젠가 나도 목숨 놓으면서

몸으로 글 하나 쓰고 싶다

완성(完成)이라는 글자 말이다







3.jpg

박영우길이 끊어진 곳에 길이 있었다

 

 

 

사람은 길로 모이고

물은 강이 되어 흐른다

사람들을 따라 길을 가다 보니

날은 어두워지고

일순간

길은 보이지 않았다

길이 끊긴 그 자리엔

남루한 삶의 그림자들이

만 갈래 삶의 옷자락을

저마다의 신열로 적시며

이제는 강물이 되어 흘러가고 있었다







4.jpg

최진엽민들레

 

 

 

봄은 강을 깨우고 난 봄 들에 눕네

기억한 앙갚음처럼 뛰쳐 나오네

수풀속의 가지들이난 봄 들에 눕네

 

몇 개의 아름드리 삼나무 숲을 지나거들랑

머리 풀어 헤치며 강나루에서 배를

기다릴거라 하기에 달려가네 그러나 보이지 않네

어쩌다가 발 아래 민들레가 손을 흔들며

살아가는 흰 유언을 듣네

 

봄은 들에 있고 난 들판을 차지하지도 못하고

키 작은 민들레 옆에서 동무가 되었네

오래 전에 흩어진 홀씨 이야기를 불러

봄은 들에 있고 난 서성이고 있네







5.jpg


백석수라(修羅)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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