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 내용은
딸아이와 마트에 갔는데 계산대 앞 쪽의 방화문이 차단되는 상황이 발생.
안내방송도 없고 계산대 직원도 어리둥절해 하길래, 방화문의 오작동이 아닌 실제 화재인가 싶어 급히 아이만 안고 내려오고 있던 방화문 아래로 대피.
출입문 쪽으로 나오니 직원들이 '소방훈련'이라고, '실제상황에 준하여 불시에 시행한 것'이라고 함.
잠든 아이 안고 다른 이용객들이 대피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실제가 아닌 훈련이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함..
이미 열흘정도 지난 일이라 잊어버리셨을텐데, 후기(?)를 쓸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관심 갖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 글을 씁니다.
후기(?)는 글성격이 세월호와는 맞지 않지만, 원글을 세월호에 써던 터라 잠시 게시판을 빌립니다.
사건당일은 소방훈련이라고 굳게굳게 믿었습니다.(하아..나 이렇게 순진함? 바보임?? 바보맞음T_T)
그런데 댓글을 읽다보니 정말정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마트 본사와 해당 지점에 각각 전화로 문의를 했습니다.
두 곳의 답변내용이 거의 일치했고 그 내용을 대략 정리해서 올립니다.
(일단은 두 곳 모두 정중한 사과를 먼저 하시고 답변 하셨습니다.)
1. 소방훈련이 맞는가?
답: 아님. 해산물코너에서 게를 찌는 과정에 수증기가 발생했는데,
연기감지기가 수증기를 연기로 감지하여 방화셔터가 정상작동한 것임.
2. 그런데 왜 직원들은 소방훈련이라고 했는가?
답: 모름. 지난달 민방위와 연계하여 소방훈련을 했는데
아마도 상황을 몰랐던 직원들이 훈련이라고 지레짐작하여 그렇게 답변한 것 같음.
3. 왜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는가?
답: 방화문이 내려오는 당시에는 직원들도 실제 화재인지 아닌지 상황판단을 할 수 없었기에 방송을 할 수 없었음.
방화문이 닫히고 1~2분후에 원인을 파악했고 그 때는 안내방송을 했음.
4. 그 시간에 나는 출입문 안쪽 매장에 있었음. 나는 방송을 못 들었는데?
답: 방송 했음. 방화문 닫히고 상황 파악 후에 분명히 했음.
5. 나는 분명 못 들었음. 방화문 밖으로 대피할 때는 물론이고,
방화문 밖, 출입문 안에서 다른 이용객들과 한참을 서성이는 동안에도 방송은 분명히 못 들었음.
답: 방화문 닫히고 1~2분 정도 후에는 분명 했음.
(고객님이 놀란 상황이라 시간개념이 주관적으로 작용해 길게 느끼신 것 같다고도 함)
첨언: 출입문 안쪽에서 모여있던 이용객들이 안내방송이 없는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하자
당시 출입문 가까이에 있던 직원이 '불시에 하는 훈련'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직원들도 자기들끼리 '훈련'이라는 대화를 주고 받으며 뛰고가고 있었구요.
출입문 안쪽에서 다른 이용객들과 함께 웅성웅성하면서,
방화문의 탈출구(?)를 통해 안의 사람들이 빠져 나오는 것을 한참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출입문 밖으로 나가있으란 누군가의 육성이 들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출입문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때까지도 분명 안내방송은 못들었습니다.
방송스피커가 방화문 밖에는 연결이 안 되어 있다든지, 제가 가는 귀가 먹었든지..
밖으로 나오니, 또 다른 직원이 밖에 대피해 있는 사람들에게 '훈련 중 대피시간은 10분(?)이 목표'란 말을 하고 있었고,(이 정도면 훈련이라 믿을만 하지 않나요TT)
그렇게 약 10분정도를 밖에서 기다린 것 같습니다.(이 시간은 정말 정확하지 않아요. 하필이면 폰을 두고 나가서...TT)
그러나 아무리 주관적으로 시간을 길게 느꼈다 할지라도, 방화문 닫히고 1~2분후에 방송했다는 건...
그리고, 실제화재가 아니란걸 그렇게 빨리 파악했다면서 이용객은 왜 그 시간동안 계속 대피를 시켰던건지....으흠.....
6. 실제 상황이었다고해도 '화재가 감지되었다'는 안내방송은 해야하지 않는가?
답: 실제 화재가 아닐 수도 있는데, 화재라고 안내할 수는 없음. 또 화재인데 화재가 아니라고 방송할 수도 없음.
앞으로는 직원교육도 강화하고 상황에 잘 대처하도록 더 노력하겠음.
연기감지기가 너무 예민해서 방화문이 작동한 것이라서,
연기감지기를 열감지기로 바꿨으니 앞으로는 방화문이 이번처럼 쉽게 작동하진 않을 것임.
(....헐.... 이 무슨 해경해체와 같은 수준의 대처이신가요....)
7. 화재감지기가 예민하고, 방화문이 바로 작동한 것은 오히려 안전을 의미하는 것이니 더 좋은 것이라 생각함.
방화문이 닫혔다는 그 자체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대처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음.
답: 놀라게 해드려 정말 죄송함. 차후 보완하겠음.
정도입니다.
화난 마음에 더 많이 따지고 싶었지만, 이미 사과의 말씀과 더 잘 조치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들은터라
더 따지고 들 명분이 없는 듯 하여...답변 감사하단 말로 통화를 끝냈습니다.
당시 놀란 마음에 비하면 정말 시트콤에 가까운 헤프닝이 되어 버렸지만,
이번 일로 다시 다짐하게 된 것이 있다면
한 가지는, 사고가 감지되었다면 안내방송을 기다리지 말자. 실제상황인데도 안내방송은 없거나 너무 늦을 지도 모른다.
또 한가지는, 직원 또는 관계자의 말이라고 모두 믿지는 말자. 그들도 상황을 정확히 모르고 있을 수가 있다.
입니다.
................어쩌면 이다지도 달라지지 않는건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