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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사랑이라 적고 싶네
게시물ID : lovestory_842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44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2/22 17:05:25

사진 출처 : http://acidapunk.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jimgkH5inhU





1.jpg

이해인할미꽃

 

 

 

손자 손녀

너무 많이 사랑하다

허리가 많이 굽은

우리 할머니

 

할머니 무덤가에

봄마다

한 송이 할미꽃 피어

온종일 연도(煉禱)

바치고 있네

 

하늘 한번 보지 않고

자주빛 옷고름으로

눈물 닦으며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땅 깊이 묻으며

 

생전의 우리 할머니처럼

오래 오래

혼자서 기도하고 싶어

혼자서 피었다

혼자서 사라지네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무 많이 외로운

한숨 같은 할미꽃







2.jpg

강연호건강한 슬픔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랜만이라는 안부를 건넬 틈도 없이

그녀는 문득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그저 침묵했다

한때 그녀가 꿈꾸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아니었다

나도 그때 한 여자를 원했었다 그녀는 아니었다

그 정도 아는 사이였던 그녀와 나는

그 정도 사이였기에 오래 연락이 없었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았는데도 서로 멀리 있었다

 

전화 저쪽에서 그녀는 오래 울었다

이쪽에서 나는 늦도록 침묵했다

창문 밖에서 귓바퀴를 쫑긋 세운 나뭇잎들이

머리통을 맞댄 채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럴 때 나뭇잎은 나뭇잎끼리 참 내밀해 보였다

저렇게 귀 기울인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로

바람과 강물과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리라

그녀의 울음과 내 침묵 사이로도

바람과 강물과 세월은 또 흘러갈 것이었다

 

그동안을 견딘다는 것에 대해

그녀와 나는 무척 긴 얘기를 나눈 것 같았다

아니 그녀나 나나 아무 얘기도 없이

다만 나뭇잎과 나뭇잎처럼 귀 기울였을 뿐이었다

분명한 사실은 그녀가 나보다는 건강하다는 것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울음을 건넬 수 있다는 것

슬픔에도 건강이 있다

그녀는 이윽고 전화를 끊었다

그제서야 나는 혼자 깊숙이 울었다






3.jpg

이수진봄의 왈츠

 

 

 

나그네의 거친 몸짓에

이 몸

잔뜩 주눅이 들어

 

몇 달을

마음 저 깊은 곳에

숨겨둬야만 했던

 

연둣빛 분홍빛 음표들

이제 웬만해진 나그네의 몸짓

 

이즈음 꺼내

사랑하는 이와 흥얼거리며

왈츠를 추고 싶나니

 

봄비여

우리의 작은 음악 세계로 와

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강하게

음표를 두드려줄 수 있겠는가







4.jpg

이승민편지

 

 

 

안개비 소슬대면

소리없이 젖어드는 설레임

목이 긴 편지 쓰고 싶네

 

그리움에 손 내밀어

그대 이름 몇 번이고 끝도 없이

적어 보고

 

살포시 두 눈 감고

그대 얼굴 떠올리어 두 손으로

만져 보고

 

게슴츠레 실 눈 떠

그대 고운 입술에 달콤하게

입 맞추고

 

나올 듯 말 듯 간당거리는

차마 하지 못한 말

 

사랑이라 적고 싶네







5.jpg

피천득이 순간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쩌지 못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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