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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별들은 따뜻하다
게시물ID : lovestory_840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6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27 18:44:46
사진 출처 : http://cath-fish.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7XeDRDd7YvA




1.jpg

권경업겨울 강

 

 

 

그리움 흘러 흘러

강이 된다면

그 강 배 저어 다가가련만

흘러도 흘러도

가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이기에

얼어붙은 제 몸에쩡쩡

칼금 그으며 저리도 운다







2.jpg

정일근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솥발산 산자락에 살면서부터

마당에 놓아둔 나무 책상에 앉아

()를 쓴다공책을 펼쳐놓고

몽당연필로 시를 쓴다

옛 동료들이 직장에서 일할 시간

나는 산골 마당이 새 직장이고

시가 유일한 직업이다

월급도 나오지 않고

의료보험 혜택도 없지만

나는 이 직장이 천직(天職)인 양 즐겁다

나의 새로운 직장 동료들은 꽃들과 바람과

구름내가 중얼거리는 시를

풀꽃이 키를 세우고 엿듣고 있다

점심시간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바람이 공책을 몰래 넘기고

구름이 내 시를 훔쳐 읽고 달아난다

내일이면 그 들은 더 멋진 시 보여주며

나에게 약을 올릴 것이다

이 직장에서 꼴찌가 되지 않기 위해

나는 열심히 마당으로 출근한다







3.jpg

정호승별들은 따뜻하다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4.jpg

박두진도봉

 

 

 

()새도 날러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인 듯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올 뿐

 

()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 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갖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5.jpg

문인수서쪽이 없다

 

 

 

지금 저환장할 저녁노을 좀 보라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떴다얼른

현관문을 열고 내다봤다지척간에도 시차 때문인지

없다, 15층짜리

만촌 보성아파트 107

기역자 건물이 온통 가로막아 본연의 시뻘건 서쪽이 없다

 

시뻘겋게 녹슬었을 것이다

그 죄 사르지 않는 누구 뒷모습이 있겠느냐

눈물 훔쳐 물든 눈자위퉁퉁 부어오른 흉터 같은 것으로 기억하노니

아름다운 여분서쪽이 없다

 

말하자면 나는 이미 그대 사는 곳의 서쪽

이 집에 이사 온지도 벌써 십년 넘었다인생은 자꾸

한 전망 묻혀버린 줄 모른다몰랐다다만

금세 어두워져저문 뒤엔 저물지도 않는다어여쁜 친구여

무엇이냐분노냐 슬픔이냐 그 속 뒤집어

널어놓고 바라볼 만한 서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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