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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벚꽃이 흩날린다
얇디 얇아서 바닥에 닿자마자 녹아내리는,
그런 계절이 돌아왔음을 눈가에 가득 채워 알렸다
어느새 너를 처음 마음에 담았던 계절이 지났구나
계절조차도 결국 지나고 차가워지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자니 괜히 아련하였다
네게 나는 아무런 의미가 아니었음이,
딱 그것만이 아팠을뿐
잊을 수 있는 아픔이었다
첫눈 오는 날 / 윤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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혓바늘이 새벽녘부터 돋았던 아침이었다
잠을 자고 또 자도 부족했던 하루
현실이 꿈같아서 눈을 뜬 낮조차도 잠자는듯 했다
아픈 이유를 알면서도 내뱉지 못하고
낱말과 문장 사이에서 서성일 뿐이었다
난 괜찮다고 운을 떼었고 다시 잠들었다
매번 그렇게 너와 내게 거짓말하였다
익숙한 비참함이었다
그냥 / 윤동욱